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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 '이른 은퇴' 모두 원하지만 손에 닿기엔 너무 먼 직장인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21-03-19 09:16:47 수정 : 2021-03-19 11: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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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삶과 부의 축적 기대할 수 없는 직장생활, ‘F.I.R.E족’ 향한 욕망 크게 만들어

경제적 여유를 갖고 퇴사하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의 마음은 누구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그 마음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이 조금은 더 구체화되는 모습입니다. 

 

흔히 완전한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여 50대 이전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직장에서 은퇴하는 이들을 가리켜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이라고 부르는데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관심을 기웃거리는 것이 주식과 부동산, 암호화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생활로는 언감생심 꿈꿀 수도 없는 부의 창출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팽배한 작금의 모습입니다.

 

물론 대다수 직장인들은 파이어족이 되기를 희망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 역시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현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간 1~3년 또는 11년 이상~정년까지로 나뉘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급여 소득자 1000명을 대상으로 현재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 평가와 함께 ‘F.I.R.E족’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충분한 경제적 여유를 갖고 퇴사를 하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의 마음은 한결 같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꿈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급여 소득자 10명 중 3명(29.5%)은 앞으로 1~3년 정도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11년 이상 또는 정년까지(20.1%)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많아, 급여 소득자들이 느끼는 ‘직장 안정성’이 양극단에 놓여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현재의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1~3년 정도로 짧게 예상하는 시각은 특히 여성(남성 25.8%, 여성 33.2%) 및 20대 젊은 층(20대 43.6%, 30대 26.4%, 40대 21.2%, 50대 26.8%)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어, 여성과 20대가 고용 불안정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반면 거의 정년 때까지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응답은 주로 교사/공무원(51.6%)이 많은 편으로, 다른 직업군(사무직 17.3%, 전문직 20.8%, 서비스/영업직 10.8%, 생산/기술직 16.5%)에 비해 고용 안정성이 높은 직업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급여 소득자 스스로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얼마 정도나 일하고 싶어할까? 현재 직장에서 희망하는 근무 기간 역시 앞으로 1~3년 정도(24.1%)와 11년 이상~정년까지(25.4%)로 양분되는 모습이었으며, 시기는 모르겠지만 원할 때까지 다닐 것이라는 응답(18.9%)도 상당했다. 

 

눈에 띄는 특징은 젊은 층일수록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1~3년 정도의 짧은 기간만 일하고 싶어한다(20대 45.2%, 30대 26.8%, 40대 11.6%, 50대 12.8%)는 사실이었다. 

 

반면 가급적 정년 때까지 일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40대~50대 중장년층(20대 14.4%, 30대 23.6%, 40대 36.8%, 50대 26.8%)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으며, 앞서 근무 가능한 기간을 길게 내다본 교사 및 공무원의 경우 자신도 정년 때까지 일하고 싶은 마음(45.2%)이 매우 커 보였다.

 

이처럼 현재의 직장에서 근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기간(길수록 ‘직장 안정성’으로 평가)과 스스로가 일하고 싶은 기간(길수록 ‘직장 호감도’로 평가)을 비교해보면 급여 소득자들이 느끼는 직장에 대한 ‘불안정’과 ‘불만족’을 좀 더 뾰족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오래 일할 수는 있지만 근무 희망 기간은 그보다 짧을 경우에는 ‘직장 불만족’으로,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더 오래 일하고는 싶지만 그만큼 길게 근무할 수는 없을 것 같은 경우에는 ‘직장 불안정’으로 구분해본 결과, 현재 직장생활이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급여소득자(22.3%)가 불만족도가 큰 급여소득자(10.2%)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회사에서 더 오래 일하고는 싶지만 그만큼 길게 근무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직장 불안정’ 평가자는 40대~50대 중장년층(20대 8.8%, 30대 14.8%, 40대 29.6%, 50대 36%)에서, 지금 회사에서 오래 일할 수는 있지만 근무 희망 기간은 그보다 짧은 ‘직장 불만족’ 평가자는 20대~30대 젊은 층(20대 14%, 30대 12%, 40대 9.2%, 50대 5.6%)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기간만큼 지금 회사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현재 직장생활에 대한 인식을 ‘비교적 이상적’으로 평가)이 가장 많은 비중(67.5%)을 차지하는 모습이었다.

 

◆2명 중 1명만이 “현재 직장생활에 만족하는 편”…만족하지 못하는 이유 “급여수준이 너무 적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봤을 때 현재 급여 소득자들의 ‘직장 만족도’는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2명 중 1명(50.1%)만이 지금 다니는 직장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상대적으로 50대 중장년층(20대 47.6%, 30대 46%, 40대 49.6%, 50대 57.2%)과 교사/공무원(사무직 45.4%, 전문직 56.6%, 서비스/영업직 53.9%, 생산/기술직 48.2%, 교사/공무원 71%)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회사에서 더 오래 일하고는 싶지만 그만큼 길게 근무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하는 ‘직장 불안정’ 평가자의 만족도(62.8%)가 아무래도 지금 회사에서 오래 일할 수는 있지만 근무 희망 기간은 그보다 짧은 ‘직장 불만족’ 평가자의 만족도(37.3%)보다는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 직장에 대한 만족도는 직장의 고용 안정성보다는 ‘호감도’에 의해 좌우된다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그에 비해 전체 응답자의 17.9%는 현재 직장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강하게 표현했는데, 저연령층일수록 만족도가 낮은 경향(20대 23.2%, 30대 19.6%, 40대 17.2%, 50대 11.6%)이 뚜렷했다. 현재 직장생활에 만족하는 이유는 회사가 안정적이기 때문(49.7%, 중복응답)일 가능성이 가장 커 보였다. 

 

이와 더불어 개인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고(31.5%), 워라밸이 가능하다(30.5%)는 이유로 직장생활에 만족감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아, 일과 개인 생활의 공존을 원하는 요즘 사회분위기도 엿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들이 많거나(28.7%), 독립해서 일한다고 해서 지금보다 많이 벌 자신이 없다(24.4%)는 이유로 직장생활에 만족감을 느끼는 응답자들이 뒤를 이었다. 

 

반면 직장 불만족도가 강한 직장인들은 일하는 것에 비해 급여수준이 너무 적다(54.2%, 중복응답)는 이유로 불만을 가장 많이 드러냈다.

 

사내 복지가 빈약하고(41.3%), 일하는 만큼의 공정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으며(40.8%), 직원을 대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39.1%) 경우에도 직장에 대한 불만도가 높았다. 다만 20대는 높은 급여 수준보다는 ‘빈약한 사내 복지’와 ‘부족한 개인 시간’에 불만족을 많이 느끼는 태도가 강한 편이었다.

 

◆완전한 경제적 자유를 얻어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FIRE족’ 관심 많아

 

전반적으로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볼 수는 없고, 고용 불안정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완전한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여 빠른 시기에 은퇴하기를 희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제 최근 경제적으로 자유를 얻어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것을 뜻하는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족에 대한 관심과 의향이 많다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보통 50대 이전에 충분한 경제적 여유를 갖춰서 은퇴하는 사람들을 FIRE족으로 지칭하는데, 20대~40대 응답자의 56%가 50세 이전에 경제적 자유를 얻어서 은퇴하고 싶은 의향을 밝힌 것이다. 특히 30대(59.2%)와 서비스/영업직 종사자(62.1%)가 FIRE족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강해 보였다.

 

회사에서 더 오래 일하고는 싶지만 그만큼 길게 근무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직장 불안정’ 평가자(64.7%)가 FIRE족을 희망하는 경향이 큰 편으로, 아무래도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경제적 준비를 해서 빨리 퇴사하려는 태도가 크다고 볼 수 있었다. 

 

이미 FIRE족의 기준을 넘어선 50대의 경우에도 10명 중 7명 가량(67.2%)이 경제적 자유를 얻어 은퇴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FIRE족 생활방식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첫손으로 꼽는 은퇴 이후의 계획은 여행을 다니면서 여유를 즐기는 것으로, 20대~40대 FIRE족 희망자(71.4%, 중복응답)와 50대 은퇴 희망자(79.2%) 모두의 공통적인 바람이었다. 

 

그 다음으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계획(20대~40대 39.5%, 50대 41.7%)을 많이 가지고 있는 가운데, 20대~40대 FIRE족 희망자는 번 돈을 마음껏 쓰는 것(34.3%)을, 50대 은퇴 희망자는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것(29.2%)을 보다 많이 꿈꾸는 차이도 살펴볼 수 있었다.

 

◆최근 FIRE족 증가하고 있는 이유, “현재 경험하는 삶이 너무 팍팍하기 때문” 의견 가장 많아

 

최근 사회전반적으로 FIRE족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배경에는 현재의 힘든 삶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삶이 너무 팍팍하기 때문에(45%, 중복응답), 이를 벗어나기 위해 완전한 경제적 자유를 통한 은퇴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보는 것이다.

 

국가가 개인의 노후를 보장해주지 않는데다가(38.7%), 돈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34.3%), 한국사회가 지나치게 경쟁사회라서(32.6%) FIRE족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FIRE족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실현 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은 많지 않았다. 20대 25.6%, 30대 19.2%, 40대 16.4%만이 완전한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여 이른 은퇴를 하는 FIRE족이 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바라봤을 뿐이었다. 

 

아직 기회가 많은 20대가 상대적으로 가능성을 높게 봤으나, 그마저도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또한 정년 은퇴가 다가오고 있는 50대의 경우에도 경제적 자유를 얻어서 은퇴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26.8%에 그쳤다. 

 

FIRE족이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은퇴를 결심할 수 있는 수준의 충분한 경제력을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보였다. 

 

실제 직장인들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산 규모는 최소 10억~20억(32.4%)에 달했으며, 그 이상이 필요하다(20억~30억 22.7%, 30억~40억 16.4%, 50억 이상 12.8%)는 의견도 상당히 많았는데, 평범한 직장생활로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수준의 자산 규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FIRE족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경우 은퇴자금을 위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응답(20대 53.3%, 30대 38.5%, 40대 42.3%, 50대 37.5%)이 주로 많았는데, 주식 투자로 소위 말하는 대박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당한 자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반 직장인들이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짐작하게 한다.

 

◆현재 직장생활로는 부의 실현 힘들다는 평가…76.8% “아무리 오랫동안 회사생활 해도 경제적 자유 얻는 건 어렵다”

 

현재의 직장생활을 통해서도 충분한 부를 쌓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전체 응답자의 76.8%가 아무리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해도 경제적인 자유를 얻는 것은 어렵다고 바라봤으며, 회사에서 인정을 받는 것과 경제적인 부를 쌓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82.5%에 달한 것이다. 

 

특히 20대~30대 젊은 층이 회사생활을 오래 해도(20대 80.4%, 30대 84%, 40대 75.6%, 50대 67.2%), 그리고 아무리 인정을 받더라도(20대 84.8%, 30대 85.2%, 40대 81.2%, 50대 78.8%) 부를 축적하는 것은 어렵다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회사가 자신이 열심히 일한 만큼의 경제적 보상을 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직장인이 63.1%에 달할 정도로 현재 급여 소득에 대한 불만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는 삶을 원하는 사람들(74.7%)이 젊은 층을 중심(20대 79.2%, 30대 81.2%, 40대 73.2%, 50대 65.2%)으로 매우 많지만, 기본적인 급여 소득만으로는 경제적 자유를 실현할 가능성이 결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현재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승진하는 것보다는 같은 크기의 노력을 개인 사업에 쏟아붓는 편이 효율적이고(43%), 조직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이라고(38%) 생각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느껴진다. 

 

주로 저연령층이 회사에서의 출세를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개인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며(20대 45.6%, 30대 48.4%, 40대 42.8%, 50대 35.2%), 조직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유로운 삶의 실현이라는(20대 43.6%, 30대 40.8%, 40대 33.2%, 50대 34.4%) 생각을 더 많이 하는 편이었다. 

 

회사생활은 딱 월급의 크기만큼만 일을 하는 것이고(47.1%), 월급 이상의 의미는 없다(40%)는 생각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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