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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7000원짜리 치킨 배달비 3500원… 소비자도 업주도 불만 [이슈 속으로]

입력 : 2021-03-20 18:00:00 수정 : 2021-03-20 14: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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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음식 배달비 논란

코로나사태로 배달산업 규모 날로 커져
작년 거래액 17조4000억… 전년比 79%↑

소비자들 ‘배달비=안 내도 되는 돈’ 인식
업주들 최소주문액 높이는 등 ‘꼼수’까지

“수수료 부담… 배달비로 매출 상쇄 불가피”
분식·백반 등 소액 주문 많은 곳 더 힘들어

복잡한 음식 배달산업 구조가 불신 원인
“배달비 시스템 투명하게 개선부터 해야”

 

#1. “몇 년 전에 치킨 배달비 2000원을 받겠다고 해서 난리가 났잖아요. 근데 이제 배달비가 2000원이면 감사할 지경이에요.”

직장인 오모(30)씨는 최근 음식을 시킬 때마다 몇 천원씩 붙는 배달비가 불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배달 음식을 자주 이용한다는 그는 “배달비가 3000원을 넘어가면 차라리 가서 먹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줄어 어쩔 수 없이 배달을 시작했는데 수수료와 배달비 빼면 남는 게 없어요.”


주꾸미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장사를 그만둘지 고민 중이다. 그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하니 광고료가 인건비와 맞먹는 수준”이라며 “음식값을 올리자니 주문이 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음식 배달 산업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 배달 서비스 거래액은 17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8.6% 증가했다. 과거 배달 음식은 중국 음식이나 치킨 정도로 한정됐지만, 이제 배달을 하지 않는 음식점은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이 같은 배달 시장 이면에는 배달비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 배달 인력의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자영업자들은 배달비 부담을 느끼지만, 소비자들은 배달비를 ‘안 내도 되는 돈’으로 여기는 ‘동상이몽’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들 “배달비 비싸고 최소주문금액 높아”

배달비는 몇 년 전만 해도 낯선 단어였다. 과거에는 주로 배달전문 음식점에서 배달기사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배달해 따로 배달비를 받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음식점과 소비자 사이에 배달앱이나 대행업체 등이 끼어들면서 배달 비용 자체가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는 배달비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음식값 1만5000원에 배달비가 2000원인 곳보다 음식값 1만7000원에 배달비를 받지 않는 곳을 더 합리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한 달에 3번 정도 배달 음식을 주문한다는 최모(28)씨는 “음식값보다 배달비에 쓰는 돈이 더 아까운 느낌”이라며 “같은 음식이면 배달비가 낮은 곳으로 시키고, 아예 음식점 목록을 볼 때도 배달비 낮은 순으로 본다”고 했다.

자영업자들도 이런 상황을 알다 보니 배달을 위한 최소주문금액을 높이거나 배달비를 낮추는 대신 음식 양을 줄이는 등의 ‘꼼수’를 쓰고 있다. 19일 한국소비자연맹의 ‘배달앱 플랫폼 이용 실태 조사(지난해 9월 500명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배달 최소주문금액을 맞추기 위해 필요 이상 주문을 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83%에 달했다. 대학생 기모(22)씨는 “1인분만 시키고 싶은데 최소주문금액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추가 메뉴를 선택한다”며 “양이 많아서 3일 내내 먹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 “배달앱 수수료·광고비 부담 커”

업주들은 배달앱 수수료나 광고비 부담이 커 배달비로 매출을 상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이 공개한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배달앱 수수료 분석 자료에 따르면 치킨집에서 1만7000원짜리 치킨을 배달앱을 통해 판매할 경우 점주에게 남는 이익은 2344원에 그쳤다. 치킨 금액에서 원재료비(7469원)와 임대료(월 100만원으로 가정해 마리당 833원), 세금(2805원)을 제외한 수입은 5893원이다. 과거엔 이 금액이 이익이 됐지만, 최근에는 △배달앱 광고료(333원) △배달앱 중개료(1156원) △결제수수료(560원) △배달대행료(1500원) 등이 추가로 들어간다.

특히 분식이나 백반류 등 소액 주문이 많은 음식점주들은 상황이 더 나쁘다. 서울 동작구의 한 떡볶이집 사장은 “단돈 1000원이라도 남기려면 앱을 이용해 팔 수밖에 없지만 마진이 크게 줄었다”며 “주문 금액이 적을수록 배달비 부담이 커 소비자 대신 배달비를 낼 수가 없다”고 했다. 실제 이 가게는 1만3000원대 주문에 중개료·수수료·배달비·부가세 등으로 4000원이 넘는 돈을 내고 있었다. 용산구의 한 한식집 사장도 “배달앱이 수수료 10∼20%를 가져가니 매장에서 파는 것보다 원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배달비 체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바꿔야”

배달비 인상은 자연스러운 흐름인 만큼 배달비를 ‘추가로 내는 돈’으로 여기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무료 음식 배달이 과거에는 당연하게 생각됐지만 사실 배달비도 누군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며 “아깝다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배달비에 부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배달비가 누구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복잡한 음식 배달 산업 구조가 소비자도, 판매자도 배달비에 만족하지 못하는 체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소비자들은 배달비가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는 점을 불만으로 꼽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82%는 ‘배달비 분담 정보에 대한 공지가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직장인 홍모(26)씨는 “단골 식당 배달비가 올랐는데 배달에 걸리는 시간은 더 늘어났다”며 “내가 낸 배달비가 배달대행업체와 음식점에 어떻게 분배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배달 수수료가 올라가는 것은 배달 과정에 중간책이 많이 생겨 수수료 산출방식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라면서 “투명한 배달비 체계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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