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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선수 닮은 자율주행차 두뇌 개발 중인 쓰리세컨즈 김재우 대표 [모빌리티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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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17 15:49:14 수정 : 2021-03-17 17: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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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욱 기자의 ‘모빌리티 열전’⑤
김재우 쓰리세컨즈 대표 인터뷰

“레이싱 3초의 차이, 기술로 채우고파”
“선수들의 값진 데이터, 운전 약자 위해 활용”
“인공지능이 ‘F1 레이서’ 꺾는 날 곧 올 것”

“레이서들이 극한의 경쟁에서 자신의 안전을 걸고 만들어낸 데이터를 일반 도로에서 위급상황이나 교통약자를 돕는 데 쓸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로 구현하고 싶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털 코엑스에서 만난 김재우(33) 쓰리세컨즈 대표는 “레이싱 기술을 토대로 자율주행 대중화에 기여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서킷 주행 데이터 분석 서비스라는 개념도 생소한 서비스로 이미 국내 레이싱 시장을 평정했다.

 

차량에 고정밀 GPS가 내장된 자이로 가속도 센서 장치를 탑재해 경기 주행 데이터와 차량의 현재 상황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아마추어 레이서부터 국내 주요 레이싱 대회에 두루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해외 유명 완성차 업체의 러브콜까지 받았다.

 

쓰리세컨즈(3secondz)라는 사명은 “레이싱 경주에서 최상위와 최하위의 기록 차이가 3초에 불과한데 이 차이를 기술과 데이터로 풀어보겠다는 의미”로 김 대표가 직접 지었다. 그는 “레이싱 선수들의 주행 데이터를 모으려면 그에 맞는 가치를 줘야하는데 자신의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우리에게 받고 싶은 서비스가 무엇일지 고민하다 보니 기록을 단축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재우 쓰리세컨즈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털 엑스포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아직 대표라는 직함보다 선수라는 타이틀이 더 익숙한 그는 지난해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 GT300 시즌 종합 챔피언을 거머쥐는 등 아마추어 챔피언 출신이다. 처음에는 카이스트에서 학부·석사·박사까지 마친 그의 이력과 레이싱 선수 경력은 언뜻 잘 매칭이 되지 않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카레이서가 꿈이었다”며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 있었는데 처음 면허를 따고 무작정 운전을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대표는 서울 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한 탓에 2006년 카이스트 1학년생 시절에는 면허를 따지 못했다. 스무살이 되자마자 면허를 따고 150만원짜리 1999년식 현대차의 베르나를 샀다.

 

당시 부모님이나 교수님들 몰래 밤마다 혼자 운전을 하며 레이서의 꿈을 키웠다. 그러다 2007년 아반떼컵 우승자인 박진현 선수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레이서의 길에 접어들게 됐다. 그는 “박 선수 집에서 살다시피 하며 이론부터 실전 연습을 했다”며 “훈련할 시간이 없어 일상생활 속에서 훈련했다. 예를 들면 발 감각을 키우기 위해 대야에 물을 떠놓고 물에 잠긴 깊이를 조절한다거나, 평소 운전할 때도 수동 기어 차를 타는 등 일상을 훈련처럼 생활했다”고 회상했다.

 

김재우 쓰리세컨즈 대표가 레이싱 선수 시절 전남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2017년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 GT200 개막전에서 우승 후 포디움 가운데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쓰리세컨즈 제공

그렇게 낮에는 카이스트 학생으로, 밤에는 레이서로의 삶을 준비했다. 그러다 2013년 정규 선수로 프로팀에 입단해 연구자와 레이서를 병행했다. 2014 KSF 아반떼 챌린지레이스 시즌 종합 2위에 오르며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이후 KSF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 스피드레이싱 GT200 등 매년 주요 대회에서 1∼3위를 휩쓸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 덕분에 지금도 ‘김재우 대표’ 보다 ‘김재우 선수’로 검색되는 기사가 더 많다. 그는 “선수로의 경력이 개발에 많은 보탬이 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2016년 카이스트 캠퍼스에서 차로 인해 만난 동문과 함께 창업했다. 그는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차를 보면 알아볼 수 있다”며 “학교 주차장에서 지능형 튜닝이 된 차량을 발견하고 서로를 알아봤다”고 말했다. 당시 이들의 차는 외형 튜닝이 아니라 현재 구현되고 있는 첨단 기능을 각자 연구실 등에서 개발한 형태로 차에 장착하고 있었다고 했다.

 

김재우 쓰리세컨즈 대표(가운데)가 레이싱 선수 시절인 2016년 중국 상하이 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열린 아우디 R8 LMS 프리시즌 테스트에서 동료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쓰리세컨즈 제공

이렇게 의기투합한 이들은 데이터과학을 전공한 김 대표와 황윤진 기술총괄(자동차제어), 정용섭(로봇비전)·조현성(컴퓨터공학) 연구원을 주축으로 쓰리세컨즈를 창업했다. 이들은 각기 자율주행차의 필수요소인 인지, 판단, 제어와 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할 수 있는 전공을 공부했다. 현재 직원은 14명으로 대전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그는 “한국은 자동차 생산에서는 세계 5위이지만 모터스포츠의 저변은 낮다”며 “모터스포츠는 경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가져와 각 주체에게 가치를 줄 수 있다. 선수, 팀, 엔지니어, 경기를 주최하는 관제 측, 관람객, 방송에도 다양한 데이터를 정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쓰리세컨즈가 만든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경기중 운전자와 화면을 통해 문자로도 소통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경기를 하다가 사고가 나거나 하면 깃발을 흔들어 신호를 주는데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무전도 차량 소음이나 잡음으로 인해 잘 들리지 않기도 하다. 그럴 때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텍스트로 의사소통이 가능해 순간적인 실수에도 경기 중 일어난 주요 사항을 정확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향후 스타트업에 도전할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짜 꿈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 억울하지는 않다. 여러 가지 다른 선택을 포기하고 하는 것이 창업인데, 진짜 좋아하는 일을 전념으로 하는 기분이라면 도전해볼 만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후 어려움에 대해 “초기에는 금전적인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고, 투자를 받으면서는 제한된 돈과 시간으로 다음 투자 때까지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경영하면서는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때의 압박감이 어려웠다 “고 회고했다.

 

그렇지만 창업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우리 손으로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것을 해나간다는 성취감을 느낄 때, 창업이 아니라면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조금씩 성과가 나와 눈앞에서 그런 순간을 보게 될 때 창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교통사고로 가까운 지인을 잃었다. 그는 “새벽까지 야근하고 늦게 퇴근하다가 운전 중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며 “그런 위급상황에서 운전을 보조해주는 장치가 있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만드는 기술이 레이싱 경쟁만을 위해 쓰이는 게 아니라 교통약자를 위해 쓰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자율주행 보조기술은 대체로 고가의 차량에 장착되고 있는데 반대로 이런 옵션을 구매할 수 없는 운전자는 상대적으로 위험한 차를 모는 모순적인 상황이 됐다”며 “정말 보조기술이 필요한 초보운전자나,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노약자, 경제적 약자에게도 쓰일 수 있도록 도전해보고 싶다. 기술은 약자들을 위해 문턱을 낮추는 것 아닐까. 센서를 하나 더 빼서라도 구현이 가능한 범위를 늘리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꿈을 묻는 말에 “저의 20대는 학업과 레이싱에 나눠서 투입했는데 이제는 그것을 연결하는 일을 회사에서 하고 있다”며 “레이서들은 은퇴 이후 주로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후학을 키워서 전수하는데 저는 인간 선수가 아니라 컴퓨터에 운전을 가르쳐 더 오래가고, 다른 사람이 복사해서 누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쓰리세컨즈에서 만든 인공지능이 트랙에서 저를 꺾는 순간이 오면 짜릿할 것 같다. 그리고 세계 최고 F1 드라이버인 루이스 해밀턴이 은퇴하기 전에 그를 이기는 수준에 도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만 36세인 해밀턴의 은퇴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먼 미래가 아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모빌리티 열전은? 이동성을 의미하는 ‘모빌리티’는 최근들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존 어리 영국 랭커스터대 교수의 논문을 보면 과거 단순한 교통수단을 의미하던 단어에서 이제는 그 기반이 되는 사회 시스템과 그에 관여하는 거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의미로 확장됐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제조국인 한국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가 태동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부터 모빌리티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이를 만들고 기획하는 사람과 기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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