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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도, 상속 재산도 ‘비트코인’에 은닉… 고액 체납자 딱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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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16 11:00:00 수정 : 2021-03-16 09: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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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류처분 피해간 해외 가상자산 2022년부터 신고 의무
가상화폐 시가총액, 최근 3년 사이 10배 가까이 확대
정철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지난 15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이용해 재산을 은닉한 고액체납자 2,416명에 대한 366억 원의 현금징수와 채권을 확보 했다며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호화생활을 하는 A씨는 종합소득세 27억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그는 병원 수입금액을 가상자산(가상화폐)으로 39억원어치 은닉했다. 가상자산 은닉 사실을 확인한 국세청은 그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압류하겠다고 통보했고, 그는 스스로 체납액 전액을 현금으로 납부했다.

 

16일 국세청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체납자의 가상자산 보유현황 자료를 수집·분석해 A씨처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이용해 재산을 은닉한 고액체납자 2416명을 상대로 국세청은 체납액 366억원을 현금으로 징수하거나 채권으로 확보했다. 이 가운데 222명은 부동산 양도대금 은닉 등 추가적인 강제징수 회피 혐의가 확인돼 추적 조사 중이다.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에 대해 강제징수를 한 것은 정부 부처 최초다.

 

정철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와 거래대금 등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할 가능성이 제기돼 기획분석을 통해 강제징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는 재산은닉행위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해 고액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가상자산 자체가 아니라 소유자가 거래소에 대해 가진 출금청구채권 또는 반환청구채권 등을 압류했다. 이로 인해 가상화폐를 현금화할 수 없게 된 체납자들은 압류를 풀기 위해 현금으로 체납액을 내거나 가상화폐를 처분해서 밀린 세금을 냈다.

 

가상자산 강제징수 사례를 보면 A씨처럼 사업소득을 가상자산으로 은닉한 고소득 전문직 외에도 물려받은 재산을 가상자산으로 숨긴 고액 상속자 등 다양했다.

 

농산물 전자상거래업자인 B씨는 체납액 6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수입금액 14억원을 가상자산으로 은닉했다. 경기도에 있는 부동산을 48억원에 양도한 C씨는 양도소득세 12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가상자산으로 12억원어치를 숨겼다. 체납자 D씨는 부친 사망으로 상속받은 금융재산 17억원에 대한 상속세 2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상속 재산 5억원을 가상자산으로 감췄다.

 

E씨는 특수관계자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증여받은 재산을 과소신고해 발생한 체납액 26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증여받은 재산을 가상자산으로 1억원어치 은닉했다. 그는 현금으로 증여받은 재산에 대한 강도 높은 추적조사도 받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강제징수의 실효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체납자 입장에서 지금 가상자산을 처분하는 것보다 다른 데서 자금을 동원해 체납액을 납부하고, 향후 가상자산이 더 오르면 그만큼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정보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은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최근 3년 사이 10배 가까이 확대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업비트의 자체 종합시장지수(UBMI)는 15일 오후 5시 45분 현재 9742.62포인트다.

 

지수가 처음 산출된 2017년 10월 1일(1,000포인트) 대비 10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지난 13일에는 처음으로 1만포인트를 넘기도 했다.

 

한때 1만291.44포인트까지 올랐다.

 

그렇지만 국세청이 최근 압류한 체납자의 가상자산은 모두 국내 거래소에서 취급한 가상화폐로, 해외 거래소 이용자는 이번 조처에서 빠졌다. 해외 거래소에 강제징수(옛 체납처분)를 집행할 수 없는 한계 탓이다.

 

내년에 가상자산 소득(기타소득) 과세가 시행되지만 역시 해외 거래소가 과세 사각지대가 될 우려가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해외 가상자산이 탈루 수단이 되지 않도록 내년부터 보유자에게 신고 의무가 생긴다. 지난해 말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해외금융계좌 신고 의무에 해외 가상자산이 추가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가상자산을 포함해 해외금융계좌 잔액 합계가 연간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5억원을 넘는 국내 거주자나 내국법인은 그 다음 해 6월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개인 간 거래로 보유한 가상자산은 결국 납세자의 성실한 신고에 대체로 의존하게 되는 만큼 신고 의무 위반자에게 엄한 제재를 가하고 제보자 포상금 제도도 운영한다.

 

해외금융계좌 신고 의무를 위반하면 미신고 또는 과소신고 금액의 최대 20%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물게 된다. 미신고금액이 50억원을 넘기면 형사고발과 명단공개 검토 대상이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을 적발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 제보자에게는과태료 또는 벌금의 5∼15%에 해당하는 포상금을 20억원 한도로 지급한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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