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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 아이 아프면?”… 아직도 이런 질문하는 면접관이

입력 : 2021-03-10 20:05:14 수정 : 2021-03-10 22: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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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만연한 성차별 면접

일·가정 선택 여부, 임신계획 물어
女 구직자 45% “채용 성차별 경험”
“면접 땐 女 많은데 합격은 男 태반”
고용성차별 상담 2년 새 2배 늘어

동아제약 면접 폭로로 논란 촉발
“단순 면접관 개인 문제 치부 안 돼
고용평등법 위반 기업 처벌해야”

“저녁에 일해야 하는데 집에서 아이가 아파 울고 있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윤재연(31·여·가명)씨는 몇 년 전 한 기업 최종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고민 끝에 “아이 아빠인 남편은 뭘 하고 있냐”고 물으니 면접관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런 의미로 한 질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최근 동아제약이 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채용 과정의 성차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여성 취업 준비생들은 동아제약 사례가 ‘낯설지 않다’고 말한다. 채용 시장에서 이런 성차별 문제는 만연하다는 것이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민간단체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고용상 성차별 상담은 2017년 172건에서 2019년 371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겪은 후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례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10개 단체가 모인 ‘3시STOP공동행동’이 올해 1∼2월 여성 노동자 404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45.5%가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면접에서 직무와 무관한 결혼·연애·출산·외모 관련 질문을 받거나, 최종 후보자가 여성만 남게 되자 채용 자체가 무산되는 일을 겪었다고 답했다.

 

특히 많은 여성 취업준비생은 면접 과정에서 ‘가정과 일 중 선택하는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여자는 가정에 신경 쓰느라 일에 소홀하다’는 편견이 들어간 질문이다. 최근 한 중견기업으로 이직한 A(34)씨는 “면접관이 애가 있는지, 임신 계획이 있는지도 물었다”며 “입사한 뒤에 ‘여직원은 애 때문에 일에 집중을 못 하고 일을 할 만하면 휴직해버린다’며 ‘여자이지만 특별히 뽑아줬다’는 식으로 이야기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동아제약 제공

직장인 B(27)씨는 “면접에서 ‘군대 다녀온 남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들었다. 성차별 관련 사상검증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면접관이 ‘남자 많이 만나봤냐’고 물었다”는 등 채용 과정에서 겪었던 성차별 경험을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털어놓은 직장인 C(29)씨도 “면접에서 수없이 성차별적 질문을 받았고, 최종면접에는 여성이 다수지만 대다수 합격자가 남성인 상황도 많았다”며 “부당하다 생각했으나 같은 업계에 지원해야 해 주변에 말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은근한 차별도 존재했다. 직장인 D(26)씨는 한 대기업 영업관리 부서에서 6개월 동안 인턴을 한 뒤 불합격했다. 그는 “일할 때 ‘여자에겐 힘든 일’이란 말을 계속 들었다”며 “(합격한) 남자 인턴에게는 일할 때도, 면접에서도 군대 얘기를 했다. ‘군필자는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러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의 성인지 감수성을 기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일부 공기업은 특정 성별이 편중되지 않도록 면접위원을 구성하고, 면접위원들에게 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 등을 하지 않도록 철저히 교육하거나 외부 감독관이 면접을 참관하도록 한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면접장에서 나오는 성차별적 발언 등은 해당 회사의 불평등한 조직문화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고용부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도 “채용 성차별은 엄연히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사항이자 범죄”라면서 “면접관 개인의 문제로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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