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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관 통계청장 “공공빅데이터 개방·개인정보 보호… ‘K-통계’ 구축할 것”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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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09 19:15:06 수정 : 2021-03-09 22: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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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두 달…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통계자료 제공 등 만족 수준 높일 것

완벽한 보안 속 데이터 활용 극대화
국민 누구나 활용 가능 시스템 구축

통계 생산과정 임의로 개입 불가능
고령화 등 맞춰 연금 지표 개발 중점
류근관 통계청장이 지난 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K-통계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류 청장과의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진행했다. 통계청 제공

“새로 통계청장으로 왔다고 통계를 새로 만들어내고 벌리고 할 생각은 없다. 수요자 관점에서 공공빅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결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K-통계시스템’에 집중해서 그것만큼은 전 세계 모든 통계청 중에 우리 통계청이 제일 먼저 앞서가자. 그 욕심은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류근관 통계청장과의 1시간 남짓의 인터뷰는 ‘공개’와 ‘보안’ 두 단어로 요약됐다. 목표가 확실하고 명확했다. 공공빅데이터를 구축해 국민에게 공개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는 확실히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미국 UCLA대 경제학과 조교수 등을 지내며 평생을 통계 연구에 매달려온 통계 ‘수요자’가 통계 ‘공급자’가 됐으니 사명에 가까운 작업이기도 하다.

 

다만 공공빅데이터 구축과 보안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류 청장은 “갈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리가 세계 최초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의 문제가 있고 대화, 설득의 문제가 있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계량경제학자인 류 청장은 통계학자로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통계학 강의는 일상 속 소재를 바탕으로 쉽게 풀어가 서울대 학생들에게 인기였다. 수식만 가득해 딱딱한 일반 통계학 책과 달리 류 청장의 저서 ‘통계학’은 실제 사례 중심이어서 인기다. 자신의 이름에 있는 ‘근’과 ‘관’자가 모두 통계학과 관련이 있다는 위트로 자기를 소개하곤 한다. 지난 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류 청장 취임 이후 첫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했다.

 

아래는 류 청장과 일문일답.

 

―통계청장직을 수락하면서 세운 각오나 포부가 궁금하다.

 

“경제학 중에서도 경제학과 통계학이 결합된 계량경제학이 평생 해왔던 제 전공이고, 자료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방법론을 연구한 것이 제가 평생 해온 일이다. 학자로서 통계를 수요하는 측에 있었다. 지난 두 달간 수요자에서 공급자가 됐다. 제가 수요자로서 느낀 생각을 공급자가 된 상황에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도록 매일매일 마음을 다지면서 지내고 있다.”

 

―통계자료 샌드박스제도 등은 통계수요자로서의 정책인 셈이다.

 

“취임식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민간 기업에서는 기준이 ‘소비자가 만족할 때까지’가 기준이 됐는데, 공공부문, 그중에서도 통계청이 민간 기업과 같이 기준이 바뀌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자료를 굳이 제공하지 않겠다’가 기존의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특별히 자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의 명백한 이유가 없으면 국민 누구에게나 자료를 제공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통계수요자에게 과거에 자료 제공이 안 된다고 했던 것을 왜 안되는지 명확하게 답변드릴 책무가 있고, 명확한 이유가 없으면 가급적 되는 쪽으로 변화를 시도하려고 한다. 그것이 통계자료 샌드박스제도이고 올해 안에는 윤곽을 공개할 계획이다.”

 

―취임 이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K-통계시스템이 무엇인가.

 

“류근관이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통계청에도 행정안전부에도, 군대를 다녀왔으니 국방부에도, 학교에 있었으니 교육부에도, 그 외에도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골고루 퍼져 있다. 이때 두 가지가 핵심인데, 이 정보를 연결하면 정보가치는 높아지고, 대신 이 정보가 뚫리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 있어서 보안문제가 핵심이다. 용어 자체가 어렵지만 최근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 암호체계, 제4세대 암호인 ‘동형암호’ 등을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 완벽한 보안을 유지한 상태에서 자료 활용 가치는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데이터 주권을 가진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활용하게 하는 것. 그걸 가칭 K-통계시스템이라고 하고, 구축을 추진 중이다.”

 

―어떻게 활용이 가능한가.

 

“기존에는 정보를 쓰려면 개인정보가 뚫리는 문제가 있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면 막상 정부에서 제공하는 자료라는 것이 가치가 없어지는 상충관계가 끊임없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부처나 통계청이 고민했지만 만족할 만한 답은 없었던 셈이다. 엄청난 데이터가 쌓여 있지만 그 활용도가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만 봐도 온라인쇼핑 거래액 규모가 160조원 정도에 달한다. 그중에서 모바일 거래만 해도 108조원이고 그 규모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이 없거나 고객 특성을 파악하는 빅데이터 분석능력이 없는 소상공인은 플랫폼 기업과 경쟁하기가 어렵다. 반면 우리 경제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청년창업이든 새로운 벤처기업이든 막막한 상황에 있는 신규 진입자에게 공공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해주면 덜 막막하고 덜 불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소한 공공빅데이터를 국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평평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

―공공기관들의 통계에 대한 기득권 문제나 협조 부분은 여전히 숙제다.

 

“각 기관에서 자료를 제공하고 활용하게 되면 정보보안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통계청이 하려는 것은 전 세계 학계에서 공인되는 암호체계를 통해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설득하려는 것이다. 그런 설득에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이건 한 부처의 이기주의도 아니고 공공부문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정부도 ‘근거에 기반을 둔 공공정책을 집행하자’고 강조하고 있고,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 당국자나 국민이나 모두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부처별로 쪼개져 있는 자료를 부분적으로 쓰는 것보다 연결해서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보안문제만 해결된다면 어떤 부처든 어떤 논리를 가지고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K-통계시스템 구축 일정은 어떤가.

 

“전 부처에 흩어져 있는 마이크로 데이터, 개인이든 가구든, 기업 사업체든 외국인이든 염주알처럼 꿰는 법적 토대가 필요하다. 재난지원금을 예로 들면 정부 각 부처 데이터를 연결해서 특정 개인에게 지원하겠다고 하면 현재로선 법적으로 안 된다. 법 개정이 필요하고, 그 전 단계로서 국회, 국민, 시민단체를 설득해야 한다. 앞으로 짧게는 3년 안에 K-통계시스템의 의미 있는 활용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5월에 1인가구를 포함한 가계동향조사가 발표된다. 분배격차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제까지는 통계 일관성 측면에서 ‘2인가구 이상’에 대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소득분배지표) 등을 계산해 왔다. 5월부터 5분위 배율을 계산할 때도 1인가구를 포함한 좀 더 포괄적인 지표로 계산하는 것이 주지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통계청 입장이다. 물론 과거 통계와의 시계열 연속성, 비교 가능성을 위해 2인가구 이상에 대한 통계도 계속해서 공표할 예정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계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소득분배지표 등과 관련해 통계청 중립성 논란이 있었다.

 

“통계 생산과정을 보면 현장조사원이 있고, 이후 절차를 거쳐서 통계가 수립되기 때문에 통계청장 한 명이든 누구든 그 통계를 바꾸거나 임의로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여지도 없다. 논란이 됐던 비정규직이 급증했던 통계는 설문이 바뀌면서, 이전 설문으로 조사했다면 결과가 어떤지를 기록하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 결국 설문이 바뀌지 않았다면 조사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추산해내는 문제인데 그건 해석의 영역이다.”

 

―통계조사관의 안전사고 위험과 처우문제 개선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통계 가족이 2000명의 공무원과 1000명 이상의 현장조사 업무를 하는 공무직(무기계약직) 통계조사관으로 구성돼 있다. 통계청의 현장조사는 상당한 정도로 현장 조사관들의 노고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처우를 개선할지 노력하고 있지만 통계청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지난번 국회에서 공무직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11억원 정도가 결국 채택이 안 됐다. 통계청만 공무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처에도 있고, 이분들에 대한 처우가 일괄적으로 돼야 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나 국회를 설득하는 데 앞장서려고 한다.”

 

―추가로 준비하고 있는 통계 등이 있나.

 

“연금 부분에서 퇴직연금으로 연금 통계를 제공했는데, 앞으로 대규모 은퇴와 고령화 등의 영향에 따라 연금에 대한 포괄적인 지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퇴직연금에 추가해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직역별 연금과 아직 크게 확산하지 않았지만, 주택연금 등 한 개인의 관점에서 제반 연금소득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 포괄적인 연금 통계를 준비하고 있다.”

 

대담=이천종 경제부장

정리=박영준 기자

 

류근관 통계청장은 ●1960년 충남 보령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동 대학원 졸업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 경제학박사 ●미국 UCLA대 경제학과 조교수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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