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허대식의경영혁신] 기술 스타트업과의 글로벌 협력

관련이슈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1-03-04 23:40:09 수정 : 2021-03-04 23:40:0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화이자·獨 중소기업 손잡고 백신 탄생
국내 기업, 미래 전략 타산지석 삼아야

코로나 백신의 접종이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은 3월 중에 약 70만명에게 1차 접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3분기까지 일반 국민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며 11월에 집단면역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말이면 코로나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진행 중이던 작년 11월에 처음 희망의 빛을 던져준 것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 백신이었다. 이 백신은 작년 11월 18일 글로벌 임상 결과에서 95%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도되었고, 12월에 영국과 미국에서 긴급사용이 승인된 최초의 코로나 백신이다. 뛰어난 예방 효과 이외에도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 백신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개발에 5년 이상 걸린다는 백신을 두 회사가 단지 9개월 만에 개발을 완수하였다는 점과 긴급사용승인을 받자마자 한 달 이내에 5000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뛰어난 개발 역량뿐 아니라 제조 및 물류에도 탁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어떤 기업인가. 170년 역사의 화이자는 우리에게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 소염진통제 셀레브렉스 등 블록버스터 약을 개발한 회사로 잘 알려져 있고, 연매출액 50조원, 임직원은 9만명의 대기업이다. 반면 독일의 바이오엔테크는 13년의 짧은 사업경력의 중소기업으로 창업 후 제대로 된 제품을 출시한 경험이 전무한 기업이다. 그런데도 수조원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프로젝트에 화이자가 무명의 중소기업인 바이오엔테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규모, 역량, 자원, 브랜드 인지도 등 모든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두 기업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협력할 수 있었을까.

사실 화이자에 협력을 제안한 것은 바이오엔테크의 최고경영자인 우구르 사힌 박사였다. 이 회사는 mRNA 기반의 새로운 백신 개발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작년 1월 중순에 중국이 발표한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지도를 바탕으로 2개월 만에 20개의 백신 후보를 개발하였다. 하지만, 대규모 임상시험을 실행하고 수천만명에게 접종할 분량의 백신을 생산할 역량이나 자원이 없으므로 화이자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사힌 박사의 제안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수락하였다. mRNA 백신의 가능성을 알고 있었지만, 화이자에는 노하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바이오엔테크의 mRNA 백신 기술과 화이자의 백신 개발 경험, 임상시험, 제조 및 물류 역량을 결합하면 코로나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는 비전과 확신을 양사의 CEO가 모두 가지고 있었기에 협력이 가능하였다.

물론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협력에 동의하였다고 해도 프로젝트의 성공은 실무진들의 협력에 달려 있다. 두 기업의 개발자들은 매일 온라인으로 미팅을 진행하면서 마치 한 회사의 직원들처럼 자유롭게 토론하고, 바이오엔테크는 mRNA 백신 기술을 화이자에 주저함 없이 공개하였다고 한다. 두 기업 간 신뢰가 없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실무진에게 신뢰와 협력의 기운을 불어넣어 준 것은 역시 두 회사의 CEO이다. 불라 CEO와 사힌 CEO는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하면서 프로젝트 진척을 모니터링하고 공동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였다고 한다. 사내에서도 코로나 백신 개발이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라는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하였다. 화이자는 백신 개발과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중간에 백신 생산 및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2조원 이상을 투자하였다.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생산장비를 확보하기 위해서 오스트리아에 있는 중소 업체를 두 CEO가 같이 가서 설득했다고 한다.

결국,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상호보완적 핵심역량 및 사업구조, 두 기업 간의 신뢰와 원활한 의사소통, 공동의사결정 프로세스, 최고경영자의 헌신적 지원이 성공적인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하였다고 보인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사업전략으로 바이오, 인공지능,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의 해외 유망 기술 스타트업 지분을 인수하거나 공동으로 합작회사 설립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사실 지분인수나 합작회사 설립은 협력의 시작일 뿐이다. 언어, 문화, 역량, 일하는 방식이 다른 해외 스타트업과 국내 기업이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허대식 연세대 교수·경영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