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줄어 산업환경 변화 대응 못해
국민연금 33년·건보 3년 내에 고갈
“60세 정년 유연화·여성 고용 확대 등
노동시장 구조 개선 서둘러야” 지적
지난해 사상 첫 데드크로스(사망자수가 출생아수 초과)가 현실화하면서 인구절벽의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흐름이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인구절벽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잠재성장률 하락, 사회보장제도 붕괴, 군사력 약화 등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던 한국의 신화는 인구 소멸과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여성 인력의 고용을 늘리는 등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인구를 늘리기 위한 출산·육아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급감·병력 부족… 국가경쟁력 하락
국가경제를 책임지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세가 총 인구 감소세보다 더욱 가팔라 우리 경제에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8년 3764만5000명에서 2019년 3759만명으로 줄어 처음 감소세로 접어들었고, 2050년엔 2448만7000명으로 2019년 대비 34.8% 줄어들 전망이다.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72.7%에서 2050년 51.2%로 떨어진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노동력 부족과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LG경제연구원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시대의 경제성장과 노동시장’(2017년) 보고서에서 “일본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7년 후 실업률이 하락하고 약 20년 후 노동부족 현상이 본격화했지만 한국은 이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소세가 일본보다 빠르고 15∼64세 인구 내에서도 50∼60대 연령층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실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현재는 세계적 제조업 둔화와 내수 부진 등으로 노동수요가 감소해 실업률이 높은 상황이지만, 10년 이내 노동부족 문제가 한국 경제성장의 심각한 저해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특히 청년인구 감소로 젊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고학력·고숙련의 젊은층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경우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큰 청년인력이 부족해지면 한국 경제 성장을 제약할 우려가 크다. 저출산 현상에 의한 인구절벽은 국방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2010년대 30만명대 중반이었던 20세 기준 남자 인구가 2020년대에는 20만명대 중반으로 감소하고, 2040년에는 10만명대 중반으로 또다시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고갈되는 국민연금·건강보험
2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833조7000억원이다. 정부가 2018년 발표한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2041년 최고점에 이른 뒤 2057년 완전히 고갈된다. 국회예산정책처 예상은 이보다 3년 빠른 2054년이다. 이는 합계출산율이 2020년 1.24명, 2030명 1.32명, 2050년 이후 1.38명으로 상승한 뒤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다. 이미 가입자들이 내는 돈보다 받아가는 돈이 많아 매년 20조원 이상의 부채가 쌓이고 있다. 2024년 고갈이 예측되는 건강보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노인 의료비 증가를 미리 막을 수 없고 리스크가 큰 후기노령인구 비율은 가파르게 증가해 보험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는 더 비관적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기 전에 빨리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며 “여기에 더해 60세로 고정돼 있는 정년을 유연화해서 임의계속가입을 아예 제도화하거나 노인연령을 상향하는 등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근본 대책을 과감하게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층에 대해 노동력을 상실한 보호대상으로 보는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일하면서 나이를 먹도록 일자리 정책도 함께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철 KDI 거시경제전망실장은 “디지털과 비대면이 중심이 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젊은이들이 유연하게 적응하도록 대학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등 인력양성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들어가지 못해 향후 인적자원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재정일자리와 연계해 인턴을 늘리거나, 직업훈련·창업 등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희원·박유빈·박수찬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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