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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식의경영철학] 국내기업, 공급망 리더십 발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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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18 22:51:35 수정 : 2021-02-18 22: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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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업체 예측 실패로 반도체 부족사태
고위험부품 파악… 안전재고 확보 필요

차량용 반도체의 부족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멈출 위험에 처해 있다. 자동차에는 센서와 전자제어장치에 필요한 반도체가 200∼300여 개나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부족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VW), 미국의 GM·포드, 프랑스의 르노는 올해 1분기 완성차 생산량의 감축이 불가피하다. GM은 감산 손실이 무려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급기야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자동차 업체를 위해서 나서고 있다.

왜 갑자기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발생한 것일까? 완성차 업체의 수요예측 실패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비대면 경제 급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작년 3월 팬데믹이 가져온 경기침체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였으나, 하반기에 급반등할 것을 완성차 업체가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 활성화로 PC, 클라우드, 5G 통신망, 게임콘솔 회사의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결국 차량용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자동차 대신에 전자 및 통신 산업용 생산에 주력하면서 반도체 부족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고위험 부품을 관리하는 완성차 업체의 공급망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팬데믹이 한창 진행 중인 작년 5월 GM과 포드는 시장 판매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연말 신차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완성차 업체는 1차 부품회사들에 향후 생산량 증대를 위해 반도체를 충분히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 결국 수요예측은 정확하게 맞아 들어갔고, 모든 것이 계획한 것처럼 진행되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부품회사들은 완성차 업체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반도체는 시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하고, 차량용 반도체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기 때문에 통상 수개월 전에 주문 물량을 확정해야 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이 기간이 6개월까지 늘어났다. 부품업체 입장에서는 완성차의 불확실한 수요예측에 기반해 3∼6개월분의 반도체 재고를 보유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완성차 업체의 수요예측이 잘못된다면, 부품업체는 고스란히 모든 손해를 보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경영자라면 무모하게 재고자산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부품 회사들은 단기 수급조절에만 집중했고, 그 결과 지금 반도체 재고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2월 중국의 와이어링 하니스 공장이 가동 중단되면서 한국의 모든 공장을 가동할 수 없었던 뼈아픈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등 중요한 부품의 경우 1차 부품업체에 맡기지 않고 현대기아차가 직접 공급자 다원화와 안전재고 확보를 지휘했다.

2021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원년이 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하면 세계 경제는 2021년에 5% 수준으로, 우리 경제도 3.1%의 성장을 할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경기 회복과 함께 시장 수요가 급격하게 반등할 때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한 문제가 다른 산업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기업들은 시장수급에 영향을 주는 고위험 부품을 선제적으로 파악하여 직접 모니터링하고 공급원 다원화, 안전재고 확보, 직접구매 계약을 관리하는 공급망 리더십을 선도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허대식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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