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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전문가’ 율촌 이준희 변호사 “해외와 연계하면 유니콘 핀테크 늘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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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17 21:00:00 수정 : 2021-02-17 20: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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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스닥 상장을 공식화한 쿠팡, 그리고 2조원에 매각된 하이퍼커넥트 이 두 사례를 의미 있게 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쿠팡의 서비스는 한국에 제한돼 있지만 자금조달 등을 모회사인 미국에서 실현해 상장까지 달려가고 있죠. 하이퍼커넥트는 반대로 한국에서 관리는 하지만 경영 성과는 해외에서 거뒀어요. 세계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해외 연계 등을 추구한다면 유니콘 기업이 되는 한국 핀테크 업체가 더 많이 나타날 겁니다.”

 

법무법인 율촌에서 핀테크팀을 총괄하고 있는 이준희 변호사(47·사법연수원 29기)는 17일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타워에서 세계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향후 국내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국내에서 핀테크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뛰어난 변호사로 평가받는다. 첫 직장인 김앤장에서 금융팀 소속으로 금융규제 업무를 담당했고, 2011년 현대캐피탈 정보 유출 사고를 수습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전자금융거래, 핀테크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후 현대카드와 쿠팡을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율촌에서 핀테크팀을 이끌고 있다.

 

“이쪽 시장의 재밌는 점 중 하나는 정보기술(IT) 쪽 사람과 금융 쪽 사람이 만난다는 거예요. 금융이 지금은 상대적으로 대중화하긴 했지만 어쨌든 규제 산업이라 벽이 높잖아요. 그 접점에서 변호사인 제가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이 변호사는 국내 금융 규제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촘촘한 편이라 말하면서도 정부의 금융 혁신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산업 등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금융업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고 있단 취지다. 단, 현존하는 규제들에 대해선 각 규제의 유효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옛날에 만들었던 규제가 현재는 혁신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어서다. 이날 이 변호사와 진행한 인터뷰를 질의응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ㅡ어느덧 ‘핀테크’라는 단어가 익숙해졌다. 토스처럼 잘 나가는 회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많다. 핀테크 업체 대표들이 겪는 대표적 고충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맞다, 틀리다 말할 순 없지만 대표님들은 금융당국에 불만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금융규제가 너무 촘촘하고 어렵게 돼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규제가 빽빽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금융의 속성 때문이라 어쩔 수 없다. 단, 각각의 규제들이 도입될 당시 취지와 기대효과가 현재도 필요한지 모니터링하고 이를 조정하는 정부의 역할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듯 하다. 각각의 규제를 재점검하는 프로세스(과정)가 필요하다고 본다.”

 

ㅡ혁신금융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평가한다면.

 

“현장에 계신 분들로부터 정부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특히 최근 들어 시장의 흐름에 발맞추어 당국이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고 여러 방안들을 내놓고 있는데, 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시장에서 느끼는 온도차가 있을 순 있지만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본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ㅡ오픈뱅킹, 마이데이터가 활성화하면 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데.

 

“그간 여러 사건들 겪으면서 (정부가) 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법을 개정해 금융 규제와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식이다.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형사 책임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최근 의견 수렴이 있었던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에는 형사처벌 대신 과징금 등 금전적 처벌을 내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들은 정보를 잘 관리함으로써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경영의 발판이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한다. 비즈니스와 소비자 신뢰, 정보 보호가 유기적으로 함께 나아가는 가치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런 게 조화롭게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소비자 정보가 잘 보호될 수 있다.”

 

ㅡ‘핀테크 업체는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많다.

 

“핀테크는 은행, 증권 등 기존 금융사들이 갖고 있던 것들을 소비자 친화적으로 바꿔놨다.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을 소비자에게 친숙하도록 개선한 것이다. 기본적인 부분에선 기존 금융사와 큰 차이는 없다. ‘핀테크는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핀테크 업체들도 안전성에 신경을 많이 쓴다. 단, 유저 친화적인 UX를 선보이면서 안전성, 보안성 등을 어떻게 지켜낼지는 앞으로 핀테크 업계가 계속 고민해야 할 난제다.”

 

ㅡ금융사 측면에서 안전성을 바라본다면.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고를 안 나게 하는 게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 이를 어떻게 최소화하고, 사후에 어떤 보상을 할지 체계화하는 것이다. 이상거래 감지 시스템(FDS)을 고도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안정성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핀테크 업체들도 당연히 이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ㅡ국내 핀테크 업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한국 시장만 보지말고 해외로부터의 자금조달 등 해외와의 연계를 바라보고 실천한다면 유니콘 기업이 되는 한국 핀테크 업체가 더 많이 나타날 거라고 본다. 금융업은 나라별로 규제가 달라서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긴 하겠지만 라인이 일본, 태국, 대만 등에서 성공한 걸 보면 완전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이렇게 성장을 위한 (핀테크 업체들의) 시도는 계속해서 있을 거고, 성공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ㅡ마지막으로, 율촌에서의 목표가 있나.

 

“시장이 점점 발전하면서 회사들도 ‘이건 법적 문제가 있으니 하지 마라’는 식의 단선적 접근이 아니라 전문적인 관점에서의 조언을 원한다. 일종의 마켓 인사이트를 제공해 주길 바라는 거다. 이를 위해선 진정한 전문성, 경험, 데이터베이스와 노하우 등이 시너지를 내야 한다. 이런 모습들을 구현해 시장에서 ‘가장 말이 통하는’ 핀테크 전문팀을 육성하는 게 1차적 목표다. 최종적으로는 다른 정보기술(IT), 플랫폼 비즈니스까지 영역을 넓혀 새롭게 변화하는 마켓 트렌드를 리드하고 싶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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