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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했냐고 묻지 마세요”… 갈 곳 없는 구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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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13 16:00:00 수정 : 2021-02-13 19: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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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어렵지만 올해는 더 자신 없어
취업자 100만명 감소… IMF 이후 최악
지난 3일 서울시내 대학 취업게시판에 취업정보가 붙어있다. 뉴스1

“올해는 취업해야지?”

 

대학 졸업 후 3년을 취업에 매달려 온 취준생(취업준비생) 박모(29)씨는 코로나19로 인해 5인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친척들을 만나지 않아도 돼 마음이 편안하다. 명절마다 듣는 덕담인지 놀람인지 모를 취업 관련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어서다. 박씨는 전화로만 인사나 하니 그나마 취업 이야기를 덜 받겠지만 그래도 죄송한 마음과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는 백수의 몫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설은 무사히 넘어갔지만 당장 올해 취업도 자신은 없다. 박씨는 경기는 갈 수록 어려워지고 막상 취업할 곳은 없고 올해에도 힘든 한해가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취업시장의 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고 코로나 이후에는 그 침체의 정도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제 직장인으로써 첫발을 내디디려는 사회초년생이나 현재 실업 상태에 놓인 구직자들이 느끼는 고통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좁을 대로 좁아진 취업 문과 더 많은 ‘스펙’을 원하는 기업, 최악의 고용한파 속에서 구직자들은 또다시 스펙 쌓기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100만명 취업자 감소, IMF 이후 최악의 고용쇼크

 

해마다 어렵지만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더 자신이 없어요.

 

신림동에서 4년째 대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이모(30)씨는 채용 규모가 큰 제조기업들이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아 올해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며 코로나의 영향으로 갈 수록 취업이 어려워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취업자 수 감소폭이 100만명에 육박하는 고용 쇼크가 일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말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실업자 수도 역대 처음으로 15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와 코로나 발생 이전인 작년 1월 고용 개선의 기저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8만2000명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128만3000명)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취업자 감소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1998년 1월~1999년 4월) 16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지난해 12월 8일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등 대면서비스업 취업자 감소폭이 확대됐다”며 “청년 신규채용 감소, 노인일자리 종료 후 개시까지의 시차, 폭설에 따른 일용직 감소 등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령별로 보면 취업자는 20대(-25만5000명), 30대(-27만3000명), 40대(-21만명), 50대(-17만명), 60세 이상(-1만5000명)까지 모든 업종에서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중 통상 20∼50대 취업자가 줄어도 60세 이상 취업자는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는데, 지난달에는 60세 이상 취업자까지 감소한 것이다. 60세 이상 취업자 감소는 2010년 2월(-4만명) 이후 처음이다.

서울 코엑스에서 취업준비생이 면접을 보기 위해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준생 10명 중 8명 “부모가 잘살면 자식들 스펙은 좋다”

 

“할 수 있는 건 스펙쌓기 뿐이자나요.”

 

최악의 고용한파에 취준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스펙을 쌓는 일 뿐이다. 올해 대학교를 졸업하는 공찬규씨는 “누구보다 부지런히 스펙을 쌓고 최대한 많은 자소서(자기소개서)를 내는 것 말고는 특별한 전략은 없다”며 “하루 빨리 취업하는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감소하는 취업자수는 새해 또 다시 구직에 도전해야하는 청년들에게 또다른 좌절로 다가온다. 하지만 올해 꼭 취업해 성공해야하는 청년들에게도 스펙 쌓기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 지금도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 받는 한국사회의 ‘스펙 쌓기’ 경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스펙보다는 지원자의 인성과 경험,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취지를 가진 ‘탈스펙 채용’을 하는 기업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의구심이 더 큰 상황이다.

 

최근 엠브레인 모니터가 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명 중 9명은 “취업을 하는 것이 과거에 비해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고 “경기불황으로 기업 사정이 나빠지면서 채용하는 경우가 줄어들었기 때문에”를 그 이유로 꼽았다. 또 대부분 “올해 취업 시장은 작년보다 안 좋거나 비슷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구직에 있어 스펙을 높이기 위한 취업 준비생들의 노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81.2%)이 압도적이었다. 탈스펙 능력중심 채용문화 확산을 강조하는 정부의 목소리가 무색해 졌다. 응답자의 87.4%가 “한국사회의 스펙 전쟁은 과한 편이다”고 답했고 79.8%는 “집안이 경제적으로 넉넉하면 자식들의 스펙은 좋을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즉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자녀의 스펙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전체 75.5%는 “탈스펙 방식으로 채용을 한다고 해도 학연과 지연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봐 구직자들에게 탈스펙 채용은 먼나라 이야기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대문구 한 대학교 중앙도서관으로 학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스펙쌓기에 1년 평균 200만원 쓰는 한국 취준생들

 

이 같은 스펙쌓기는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 대학생이 10명중 3명에 이르고, 이들은 1년간 평균 218만원을 취업 사교육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국내 4년제대학 3, 4학년과 올해 졸업예정자총798명를 대상으로 ‘취업사교육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최근 일 년 이내 취업사교육을 받은 적 있다’고 답한 대학생이 31.6%에 달했다. 이들이 1년 동안 취업사교육비로 지출한 금액은 평균 218만원으로 집계됐다.

 

취업사교육 경험은 특히 인문계열과 경상계열 대학생들이 많이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공계열별 취업사교육 경험을 조사한 결과 인문계열 대학생 중 ‘취업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대학생이 40.0%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상계열(39.8%)’ 대학생 중 취업사교육 경험자 비율이 다음으로 높았다. 이외에 이공계열(30.6%), 사회과학계열(30.1%), 예체능계열(23.7%) 순으로 취업사교육 경험자 비율이 높았다.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사교육을 많이 받는 분야는 전공분야 자격증 취득(37.6%)과 영어성적 취득(30.6%)을 위한 사교육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은 취업사교육 비용을 부모님 지원과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충당(42.9%)하거나 전액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충당(28.6%)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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