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금융권, 탈석탄 러시… 코앞에 닥친 탄소산업 위기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1-02-12 06:00:00 수정 : 2021-02-11 17:55: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금융권이 하나둘 ‘탈석탄’ 선언에 나서면서 석탄산업은 돈 빌리기가 어려워졌다. 석탄산업뿐만이 아니다. 금융기관들이 ESG를 강조하면서, 향후 탄소산업 또는 반환경적인 산업은 갈수록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ESG는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 투자 의사 결정 시 기업의 환경 기여와 사회적 책임 등 비재무적 요소를 반영해 평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전기차가 미래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듯이,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도 환경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금융사들이 잇따라 EGS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탈석탄 선언에 나서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 3일 ESG 비전을 제시하고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이날 서울 중구에 있는 본사에서 ‘2021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과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친환경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ESG 경영체제로의 완전한 전환을 의미하는 ‘ESG 트랜스포메이션 2025’ 비전을 선포했다. 기존 전담조직인 ‘ESG추진팀’도 ‘ESG추진단’으로 격상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월5일에는 한화그룹 금융 6개사가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고, 향후 석탄발전소 관련 투자 참여 및 채권 인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ESG가 글로벌 기업의 핵심 경영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며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리더로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탄소 제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환경 경영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삼성 금융사들도 지난해 말 탈석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KB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등 국내 5대 금융그룹 등 주요 금융사들이 ESG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가운데)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농협금융지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2021 경영전략회의에서 ESG비전 및 탈석탄금융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제공

‘2050 탄소제로’ 선언을 한 정부도 ESG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개최한 금융발전심의회 정책·글로벌금융분과 1차 회의에서 ESG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 중심의 정책을 펼친다는 포괄적 방안을 마련했다. 탈석탄 선언을 한 금융사에 예대율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아직 국내 기업들의 ESG는 사회공헌 차원에 머물고 있다. ESG 강화에 나섰지만 명확한 목표나 지침도 마련돼 있지 않다. 국내 관련 법규도 미비하다. 유럽 등에서 ESG를 적극 강화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안일한 대응이 자칫 기업 환경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EU)은 기업의 공급망에서 인권 및 환경 실사를 의무적으로 강제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이 실제 통과되면 기업은 공급망 전 과정에서 인권 및 환경 등을 침해하는 활동 여부를 확인, 보고, 개선하는 의무가 부여된다. 무역협회 브뤼셀지부는 유럽에 진출한 300여개 한국기업을 대표하는 ‘유럽한국기업연합회’ 명의로 EU 집행부에 해당 법안에 대한 우려를 전했지만, 입법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미 석탄 산업 분야는 ESG 강화 추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국내 15개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 2017년 세계 4위 규모의 네덜란드연기금(APG)가 한전 지분을 절반 이상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투자금을 대부분 회수했다. APG는 석탄 화력 부문에 대한 한전의 투자를 문제 삼았다.

 

정보기술(IT)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도 ESG를 강조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부터 경영진의 상여금에 ESG 경영성과를 연동할 계획이다. 애플은 협력업체들과 함께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화를 실천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ESG를 실천하지 않는 기업들은 부품 납품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앞으로 10년간 50억달러 이상을 친환경 에너지 확보를 위해 투자하기로 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년간 73만t의 탄소를 감축했다고 밝혔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즉시 파리 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친환경 정책을 적극 육성하고, 환경 보호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역으로 반 친환경적 사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미래는 불투명해 보였지만, 현재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의 자동차 기업이 됐고, 전통의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는 등 산업지형은 친환경 기조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