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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혐의 애플, 과징금 대신 자진시정… 봐주기 논란

입력 : 2021-02-04 06:00:00 수정 : 2021-02-03 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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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동의의결안 확정
1000억원 규모 상생기금 출연
아이폰 사용자 수리비용 할인
제조업 R&D 지원센터 설립
이통사 보증수리촉진비 폐지

“요건·절차 엄격… 봐주기 불가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애플코리아의 광고비 책임 전가에 대한 동의의결 최종 확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이동통신사에 아이폰 등 단말기 광고비와 무상수리비를 떠넘기는 등 ‘갑질’ 혐의를 받았던 애플코리아(애플)가 1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출연을 포함한 자진시정안을 이행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아이폰 수리비 2만∼3만원 할인,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설립 등 1000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담은 애플의 동의의결안(자진시정안)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동의의결 제도는 사업자가 혐의 사실에 대해 원상회복이나 피해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애플의 자진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1000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안이다.

 

우선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250억원 규모의 유상 수리비용 할인 및 서비스 할인, 환급을 진행한다.

 

평균 30만원 수준인 유상 수리비용의 10%를 할인하고, 보증기간 수리비를 지원해주는 평균 20만원 상당의 보험상품 가격도 10% 할인한다. 이미 해당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에게는 금액의 10%를 돌려준다. 소비자가 약 2만∼3만원의 혜택을 본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애플은 또 400억원을 들여 국내 중소기업의 제조업 역량 강화를 위한 R&D 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인재 양성을 위한 ‘개발자(Developer) 아카데미’ 운영에는 250억원을 낸다. 혁신학교와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초·중등학교 및 학생들에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를 제공하고, 도서관 등 공공시설에 디지털 콘텐츠 교육을 지원하는 데도 100억원을 배정했다.

 

갑질 논란을 일으킨 이통사 광고기금 등에 대한 시정안도 나왔다.

 

이통사가 광고기금을 내야 하는 제품 중 일부를 제외했고, 이통사가 부담하는 광고기금을 정하는 객관적인 기준과 협상 절차를 마련한다. 다만 이통사의 애플 제품 광고비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통사가 부담하던 보증수리 촉진비는 사라지고, 애플의 일방적 계약 해지권 조항도 삭제됐다. 이통사들이 부담하던 ‘최소 보조금’도 이통사들이 요금을 얼마나 할인해주는지 등을 고려해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애플의 자진시정안을 받아들인 것은 법적 제재보다 자발적인 시정을 통해 거래관계를 실효성 있게 개선할 수 있고, 상생지원 방안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애플이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에 대한 법적 공방과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피하게 되면서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동의의결 제도를 활용하는 게 ‘기업 봐주기’가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면서 “동의의결은 원칙상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기에 어떤 기업을 봐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애플 사건으로 제재까지 나간 곳은 대만이 유일하고 벌금이 8억원이며, 현재 프랑스는 경쟁당국이 소송을 진행 중인데 부과금액으로 제시한 규모가 65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애플이 상생지원금을 제대로 집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이행감시인으로 회계법인을 정하고, 관련 비용은 애플이 부담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이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의의결안을 지키지 않을 때는 하루에 200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동의의결 자체가 취소되고,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제재 심의가 다시 시작된다. 애플 관계자는 “이번 동의의결 최종 승인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 기존 투자를 확대하고 가속화하는 한편 새로운 투자를 통해 국내 공급 및 제조 업체, 중소기업과 창업자 및 교육 부문에 더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영준 기자, 김건호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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