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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역동성 저하 교각살우” vs “독점 막아야 혁신·성장 가능” [심층기획-'온라인플랫폼법' 논란 재점화]

입력 : 2021-02-02 06:00:00 수정 : 2021-02-02 07: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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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규제 늘어날수록 제약 불가피”
새 산업에 ‘전통적 규제’ 적용 부정적
해외 기업과 역차별도 꾸준히 제기
일각선 ‘실효성 의문’ 맹탕법안 지적
공정위, 애플·구글 등 해외 사례 들어
“독점화 강화 땐 입점업체 불이익 커져”
계약서 공개 따른 기밀유출 우려 관련
“알고리즘 노출 등 없도록 시행령 제정”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이른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하 플랫폼법) 제정안이 지난달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28일 국회에 제출됐다.

 

쿠팡이나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로 대표되는 배달애플리케이션(앱),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 등의 앱마켓은 물론이고 숙박앱, 승차중개앱, 가격비교사이트, 부동산·중고차 등 정보제공서비스, 검색광고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일상에 깊게 파고든 플랫폼 사업의 공정거래 확립을 위한 법이다.

 

공정위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의 입점업체를 상대로 한 ‘갑질’행위를 제재하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지만 플랫폼법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당장 업계에서는 플랫폼법을 두고 ‘시대착오적인 규제’, ‘신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는 업계의 우려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공정위가 법안 ‘통과’에 초점을 맞추면서 맹탕 법안이 나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산업 성장 저해하는 시대착오적 규제”

 

1일 국내 대형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플랫폼법에 대해 “규제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사업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법이라는 ‘규제’가 또 하나 늘고, 그 규제가 가지를 뻗어 새로운 규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깔렸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이 열려 있는 시장에서 성장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만들어 성장을 저해하는 식”이라며 “기업과 현장, 이해관계자 등과의 소통을 통해서 합리적 방안을 만들면 좋을 텐데, 유사한 규제가 각각 다른 기관에서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플랫폼법에서 정한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계약서 작성 의무를 놓고 영업기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계약서에 ‘거래되는 재화 또는 용역이 온라인 플랫폼에 노출되는 순서, 형태 및 기준 등에 관한 사항’ 등의 항목을 두고 향후 알고리즘 공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글이나 유튜브 등 해외 기업에 대한 법 집행 가능성이 떨어져 국내 플랫폼 기업에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는 법학계에서도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법이 규제 영향 분석을 면밀하고 실증적으로 마쳤는지 의문”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의 다양성·역동성을 저하해 ‘교각살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혜련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디지털 기술 발전의 특수성이 있는 플랫폼 시장에 전통적인 표준계약서 규제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표준계약서를 제정한다고 플랫폼이 우위를 점하는 근본적인 문제 자체를 해결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독점 강화가 혁신 저해하는 요소”

 

지난달 22일 공정위 신년 업무보고에서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플랫폼법이 기업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혁신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디지털·온라인 플랫폼의 독점화가 강화돼 그 지배력 남용으로 입점업체에 불이익을 강요하고, 새로운 진입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행위들이 오히려 더 큰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정보기술(IT) 공룡 ‘빅4’가 시장에서 반(反)경쟁적인 활동을 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미 하원 법사위 산하 반독점소위 보고서를 인용해서다.

 

계약서 공개에 따른 기밀유출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는 것이 공정위 입장이다. 이동원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전 세계에 플랫폼법에 관한 규제를 가지고 있는 국가는 계약서 공개 등의 내용을 가지고 있다”면서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세부적인 내용까지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고, 노출 기준 등 알고리즘 노출 등이 없도록 시행령을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기업의 경우 한국 사무소나 업체 로펌을 통해 법 집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역차별 가능성도 작다는 설명이다. 중복 규제 우려와 관련해서는 국회에서의 논의를 통해 정리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불공정행위 제재 속도… ‘맹탕 법안’ 지적도

 

공정위는 플랫폼법 제정과 동시에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제재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바꿔 자사 상품이나 콘텐츠는 최상단으로 올리고, 경쟁사는 검색 결과 하단으로 내린 네이버에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지난 6월에는 배달음식점에 최저가 보장제를 강요하고 이를 어기면 계약 해지 등 불이익을 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요기요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68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제출한 플랫폼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입점업체를 상대로 갑질 등 불공정행위를 할 경우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법 적용 대상은 매출액 100억원 이상, 판매금액 1000억원 이상의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인 사업자다. 공정위는 네이버와 구글 등 30여개의 플랫폼과 180만개의 입점업체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정위 플랫폼법이 법 통과 가능성과 업계의 규제 반발 등을 고려해 만들어지면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더해지면서 비대면, 디지털 경제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도 더욱 강해지는 상황인데 공정위 법안은 표준계약서를 쓰는 정도의 현행 불공정거래행위 제재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면서 “소상공인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가장 중요한 문제인 수수료율 부분 등도 건드리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선 “규제 더 강화”… 중복·통상갈등 초래 우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발의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안보다 강력한 규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공정위 내부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중복 우려와 통상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 의원이 발의한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일정 규모 이상인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이용약관 신고, 부당한 데이터이용 금지, 서비스제한·중단 시 사전통지 등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별도의 금지행위를 부과하고, 위반 시에는 정부안보다 2배 많은 2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전 의원 안에 대해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법에 따라 이미 규율하고 있어 중복 우려가 크고, 방통위가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시행하면 다른 나라와 통상 갈등 등 여러 문제도 야기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달 27일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정부안에 더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시·도지사에게 중개계약 약관을 등록하게 하고, 시·도지사는 약관 등록이 취소된 온라인 플랫폼 중개서비스업자의 명단을 공개하도록 해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도 지난 25일 플랫폼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불공정 거래행위 금지 유형을 정부안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검색·배열순위 조작을 통한 이용사업자 차별행위, 특정 결제방식 강제행위, 정산대금 지급 거부나 지급 지연 등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표준계약서 작성·교부를 의무화하면서 계약서에 수수료 부과 기준·절차, 광고비 주요 산정 기준, 검색·배열순위 결정의 기본 원칙, 수수료나 광고비가 검색·배열순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반드시 적도록 했다. 다만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가 유출돼 사업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를 막기 위해 법원이 비밀유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의원 발의안에서 중복 규제 등의 우려가 있어 법안 심사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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