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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트럼프식 톱다운서 급속 선회… 韓과 충돌 우려 [美 바이든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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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1-21 02:42:43 수정 : 2021-01-21 02: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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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정부 ‘한반도 정책’ 윤곽
블링컨 “북한 문제 나아진 것 없어
한·일 등 동맹과 긴밀히 상의할 것”
북·미협상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듯
文대통령 “트럼프 성과 계승”과 배치
오스틴 “北, 가장 시급한 위협” 규정
동맹 가치도 北 억지력 차원서 설명
전문가들 “한국, 美전략에 대비해야”
문재인 대통령(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출범하면서 한반도 관련 미국 정책 상당수가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던 관측이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을 재검토하겠다”는 바이든 정부 국무장관 지명자 발언은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한반도 정책 구상과 온도차가 워낙 커 향후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는 전날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미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과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식 비핵화 협상에서 탈피해 새 대북 접근법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블링컨 지명자는 북한 비핵화 관련 질의에 “이것은 행정부마다 괴롭혔던 어려운 문제”라며 “이는 나아지지 않았던 문제다. 실제로는 더 나빠졌다”고 했다.

 

북핵 문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되레 더 악화했다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트럼프 정부 성과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과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북·미 협상이 2018년 싱가포르 선언을 토대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으나 블링컨 지명자는 “기존 대북 접근법의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 시절 이뤄진 북·미 협상 결과를 무시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지명자는 그러면서 미국이 대북 협상에서 어떤 선택지를 갖고 있고, 북한에 압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데 유효할지, 다른 외교적 계획이 가능할지 등을 따져보겠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 특히 한국과 일본, 그리고 나머지와 긴밀히 상의하고 모든 권유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동맹의 역할을 강조했다.

청문회 답변하는 블링컨·오스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원 인사청문회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왼쪽)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지명자가 각각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한·미 동맹에 관해 역내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linchpin)이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면 대북정책을 포함해 범정부 차원의 전략적 검토를 지시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아울러 “장관이 되면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 현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오스틴 지명자는 북한을 중국, 러시아, 이란과 더불어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하다”고 한 문 대통령과 달리 북한의 핵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오스틴 지명자는 “한국과 일본 같은 중요한 파트너들과의 관계는 역내 안보와 안정성에 핵심적이고 북한의 위협에 강력한 억지를 제공한다”고 말해 한·미 동맹의 가치를 북한에 대한 억지력 차원에서 설명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과도 협의할 수 있다”고 말한 문 대통령의 인식과 상당히 차이가 난다.

조 바이든 신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20일(현지시간) 행사 시작 전 워싱턴 의회 의사당 주변 모습. 워싱턴=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와 전혀 다르고 한국 정부의 예상에서도 벗어난 대북 접근법이 나올 가능성에 문재인정부가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준 전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열린 ‘미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한국의 안보’ 세미나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기본 전략을 감안할 때 사실상 와해 상태에 있는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체제 부활이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미국 요구가 현실화했을 때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신속히 입장을 정리해야 함을 역설한 것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앞서 세종연구소 전략구상에서 “북한 핵능력은 미국 본토와 동아시아 주둔 미군을 타격할 수 있는 고도의 국가안보 위협”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정책 검토와 대북 예방 외교를 서두를 것”이라고 했다.

◆각료 지명자 일제히 “中은 적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가 출범 첫날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임 정부 흔적 지우기에 나서면서도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만큼은 그대로 계승했다. 미 상원이 19일(현지시간) 시작한 바이든 정부 경제팀과 외교안보팀 인사청문회에서 각료 지명자들은 앞다퉈 중국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은 “미국 새 정부의 냉정한 판단을 바란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먼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3500억달러 규모 관세에 관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싸울 것이고, 이를 위해 전임 정부가 부과한 대중 관세를 철폐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옐런 지명자는 “중국은 분명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자”라며 “끔찍한 인권침해 국가”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불법 보조금과 덤핑, 지식재산권 침해, 무역장벽 등을 통해 미국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성토한 옐런 지명자는 “중국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관행에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는 다양한 수단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약한 달러’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고 외국의 환율 조작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 또한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9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상원 금융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강경한 접근법을 취한 것은 옳은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블링컨 지명자는 “나는 많은 분야에서 그(트럼프)가 진행한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기본 원칙은 올바른 것이었고, 중국에 관한 초당적 정책을 수립하려는 매우 강력한 토대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스틴 국방장관 지명자의 경우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중국을 ‘중대 도전’, ‘추격하는 도전’ 등으로 부르며 대중국 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을 이끌 애브릴 헤인스 국장 지명자도 중국의 불공정과 불법, 공격적·강압적 행동뿐 아니라 인권침해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더 잘 뒷받침하기 위해 정보력을 활용하길 원한다고 했다. ‘중국을 적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보 활동과 무역 분야에서 중국은 확실히 미국의 적국”이라고 답했다.

 

이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 새 행정부가 이성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며 “중·미 관계와 대만, 신장, 홍콩 등 문제에서 중국 입장은 미국과 충돌하지 않고 대항하지 않으며 상호 존중과 협력, 상생하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정재영·국기연 특파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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