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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의 재난… 공공의료 확충, 취약계층 안전판 마련해야 [연중기획 - 포스트 코로나 시대]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1-02-01 06:00:00 수정 : 2021-01-31 18: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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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풀어야 할 과제
확진자 자택서 대기 중 사망 속출
메르스 교훈에도 공공병상 태부족

국가 방역·개인 자유권 충돌 논란
허용 한계 등 사회적 합의 있어야

원격수업에 따른 교육 격차 심화
절대적 학습시간 확대 고민 필요

산업 현장 구조조정 전면화 될 듯
실효성 있는 일자리 대책 내놔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그야말로 미증유의 재난이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도 깊은 상처와 후유증에 신음하고 있다. 충분히 대비할 시간도, 대응할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닥친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인식과 일상, 사회 작동 방식마저 바꿔버렸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이후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에 던져진 과제가 숱한 이유이다.

사진=뉴스1

◆어떤 감염병에도 대응 가능한 공공의료체계 확충 시급

코로나19에 우리는 ‘K방역’으로 맞섰다. 광범위한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를 통한 신속한 접촉자 조사 및 차단이 K방역의 핵심이었다. 여기에 국민의 자발적 거리두기 실천이 더해지면서 K방역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취약한 의료시스템의 민낯은 보기 민망했다. 1∼3차 유행 과정에서 하루 수백명에서 많게는 1000명 넘게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전담 치료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병원 배정을 받지 못해 자택에서 대기 중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이는 국가에서 동원할 공공병상이 부족했던 탓이 크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는 1.3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병상 대부분이 민간에 집중된 탓에 동원할 수 있는 공공병상이 다 동원된 뒤 추가 병상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공공의료 확충 요구가 지속됐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에도 공공의료 확충이 추진됐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코로나19 대응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5년까지 공공병상을 5000개 추가로 확보하는 내용의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시장에 의존할 경우 의료 서비스 공급이 안 되는 지역들이 있다”며 “이들 의료취약지는 공공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정책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효율성의 논리만으로 돈을 쓰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전진한 정책국장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 기본”이라며 “공공의료기관 숫자가 적고, 현재 있는 기관도 규모가 작다 보니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단 감염병 대응만을 위해 공공병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의료기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급여 진료 확대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신약 개발을 뒷받침할 의료기관 인프라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정회 건강보험연구원 연구조정협력센터장은 “공공의료는 표준화된 비용으로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 불필요한 비급여 감소로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보건소-지방의료원-국립대학병원과 같은 의료전달체계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생활 침해와 가짜뉴스 범람, 교육격차 심화 해법도 모색해야

국가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을 최우선하면서 개인 정보와 동선 등이 무차별 수집되거나 종교나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막는 조치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국가의 방역권과 헌법상 개인의 자유권이 충돌할 때 어디까지 허용하고 제한해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 문제와 관련해 “현재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란 근거에 따라 정부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일부 공개하고 있다”며 “법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위법성을 따질 수는 없지만, 과도하게 정보를 수집한다는 논란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개인정보 수집 범위를 조절했지만 그만큼 확진자 추적의 정확도가 떨어지기도 했다”며 “감염병 대응과 함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는 미디어의 문제점도 노출시켰다. 온라인 속보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은 신문·방송 등 전통 매체는 물론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실과 다르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 보도인 양 범람하면서 근거 없는 공포와 불안감을 확산하기도 했다. 한동섭 한양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불리는 전통 언론사와 기자들이라도 사실관계 확인에 철저해야 한다”며 “취재원 등 정보의 출처가 믿을 만한지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려서부터 각종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와 뉴스의 사실 여부를 분별하고 확인토록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의 모습. 뉴스1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수업이 일반화하면서 부모의 경제력과 관심도 차이 등에 따른 교육 격차가 더 심화된 것은 교육 부문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한 원격교육의 강점을 강조했지만 수업의 질 하락과 사교육 의존도 심화, 계층 간 교육 격차 확대 문제에는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교육학)는 “가장 두드러지는 게 집중력이 부족해 원격교육에 취약한 중위권 이하 학생의 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교육당국은 수업일수나 수업시수를 연장해 절대적인 학생 학습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육부나 EBS,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보유한 양질의 콘텐츠를 등교 전과 하교 후 일정 시간대를 활용해 제공하면 원격교육의 학습 효율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근로 취약계층 구제 방안 찾아야… 생태적 환경 중시하는 산업구조 조성도

코로나19 사태로 산업구조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동시장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많은 국민이 취업난과 안정적인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재난 상황으로 인해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마련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올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산업 등의 구조조정 문제가 전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고용 위기가 매우 심각해진 만큼 정부가 실효성 있는 일자리 대책을 시급하게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의 복지지출도 크게 늘었다. 특히 재난지원금이 3차에 걸쳐 지급되며 복지재원의 규모와 분배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국채를 더 발행하더라도 경제와 복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며 “다만, 국채는 언젠가 갚아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취약계층을 비롯해 소비 진작, 재분배 효과가 큰 선별적인 형태로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적 환경 조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산업구조도 이에 맞춰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하대 녹색금융금융특성화대학원의 김종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생명의 위기가 결국 환경, 기후변화, 생태계 등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

 

을 사람들이 깨닫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현상은 매우 의미 있다”며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ESG(환경보호·사회적 책임·윤리경영)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투자·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기업들이 움직이고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경·김승환·권구성·이정우·김희원·이복진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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