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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아동·청소년기관 근무 80명 적발…29명은 운영자

입력 : 2021-01-14 19:11:50 수정 : 2021-01-14 23: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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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점검 결과 80명 적발
채용 전 성범죄 경력 확인하지만
채용 뒤 발생 땐 사실 인지 못 해
“기소 단계서 檢 통보 필요” 지적

현행법상 성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은 아동·청소년 기관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의 성범죄 피해 예방을 위해 당국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성가족부는 14일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전국 학교, 학원, 청소년 관련시설, 유치원 등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을 대상으로 성범죄 경력자의 취업 여부를 점검한 결과 전국 54만여곳의 점검인원 327만명 중 80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57조에 따라 아동·청소년 기관은 채용 전 종사자의 성범죄 경력을 조회해야 한다. 채용 전 성범죄 이력 여부는 채용 과정에서 조회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80명은 채용 후에 성범죄를 저질렀거나 법원이 확정판결을 내린 사람들이다. 80명 중 51명은 종사자, 29명은 운영자다. 이번 조사로 적발된 기관은 이달 말부터 오는 4월까지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명칭과 주소가 공개된다.

 

문제는 이들의 범죄사실을 적발 전까지 소속 기관에서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확정판결 후 취업제한명령을 내려도 성범죄자가 일하는 기관에 통보해야 할 법적 근거는 없다. 채용 후 성범죄를 저질러 수사기관에 입건돼도 기관은 이를 인지할 수 없다. 수사기관이 통보할 법적 근거 역시 없다. 설사 소속 기관이 입건(기소) 사실을 파악하더라도 바로 직무에서 배제하지 못한다. 취업제한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다 혐의만으로 직무배제하면 무죄추정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채용 전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도 같은 이유로 취업을 막을 수 없다.

 

여가부 관계자는 “수사만으로 혐의를 100% 확신할 수 없어서 무죄추정원칙을 적용받아야 한다”며 “100명 중 99명을 잡는 효과가 있어도 무고한 사람이 근무에서 배제된다면 제도적 결함이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27만명 중 80명은 굉장히 미미한 수”라고 덧붙였다.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 뉴스1

그러나 교직원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면 바로 직무에서 배제된다. 음주운전을 한 일반 직장인도 기소될 시 직장에 통보된다. 반면 아동·청소년 곁에서 일하는 성범죄 경력자는 기소단계가 아니라 혐의가 확정돼도 직무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소단계에서 검찰이 해당 기관에 통보해야 바람직하다”며 “대학 교직원도 기소되면 직무에서 배제하는데 아동기관 역시 당연히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채용 시 기관과 지원자 간 서약을 맺는 ‘소프트 로(soft law)’를 제안했다. 지원자가 성범죄로 기소되지 않았고 기소사실을 숨기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약속하는 식이다.

 

성범죄 경중에 따라 세분화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만명 가까운 (신상정보 등록대상) 성범죄자는 경찰이 철저하게 관리하기 어렵다”며 “소아기호증의 경우 입건만 돼도 직무배제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혐의는 관리대상에서 추려내 집중적으로 실효성 있게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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