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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열풍 좇아 ‘스포티파이’ 공습… 디지털 음원시장 재편 조짐

입력 : 2021-01-12 06:00:00 수정 : 2021-01-11 18: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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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한국 진출 파장은
40억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 확보
빅데이터 기반 음원 추천 성장 동력
다운로드∼스트리밍까지 변화 중심
최근 아티스트들과 직접 계약 맺고
수익 확대·발굴 등 지원활동도 힘써
코로나에도 성장세… 파급력 주목
수년간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 시점이 올해 상반기로 가시화했다. 스포티파이는 음반 중심의 음악 시장이 붕괴되고 불법다운로드 문제를 극복하며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 재편되는 과정의 한복판을 걸어왔다. 음악 분야는 제도 및 문화 차이가 크고 어느 정도 국내 기반이 마련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세계 1위 플랫폼의 국내 진출인 만큼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한 뒤 지난달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상반기라고 밝힌 것 외에 구체적인 서비스 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스트리밍의 새 질서 확립

2006년 다니엘 에크와 마르틴 로렌손이 창업한 스포티파이는 2008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음반 중심에서 애플을 중심으로 디지털 음원 시장이 열리기 시작하던 당시에 창업을 결심한 에크는 누구나 음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목표로 내세웠다. 1999년 냅스터가 설립된 이후 MP3 불법 다운로드가 이슈가 되며 전 세계적으로 음악 시장이 위기를 맞이했다. 디지털 음원 및 저작권에 대한 정의와 사업모델이 확정되지 않았던 만큼 음반사들과 아티스트들의 위기감은 팽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듬해 이와 비슷한 ‘소리바다’가 첫선을 보인 뒤 수년간 무수한 송사와 논란에 휘말렸다.

그러던 중 스티브 잡스는 2003년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를 통해 온라인으로 음원을 다운로드받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처음 선보였다. 기존에는 소비자들이 음악을 즐기기 위해 무조건 음반 단위로 구매해야 했지만, 이제는 원하는 음원 1곡 단위로 더 간편하게 구매해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음원 스트리밍 개념은 잡히지 않았다.

스포티파이가 우선 대형 음반사들과의 협의를 마치고 스트리밍 방식의 서비스를 개시했으나 테일러 스위프트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반발의 날을 세웠다. 음원 회수 등 보이콧은 물론, 아티스트들이 모여 음원 플랫폼 ‘타이달’을 출시하기도 했다.

애플의 장벽도 넘어야 했다. 2010년대 들어 모바일 시대가 본격화한 이후, 아이폰을 포함한 iOS 생태계의 강점을 바탕으로 디지털 음원 시장의 새 기준을 마련한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스포티파이 앱의 등록 및 업데이트를 허가하지 않는 등 견제를 노골화했다. 구글과 아마존 등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잇따른 진출도 우려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러나 애플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의 경우 플랫폼을 우선 마련한 뒤 이후 동영상(OTT)이나 게임, 음원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반면, 스포티파이는 처음부터 음원을 목표로 사업을 펼쳐왔다. 불법 다운로드 시대에서 합법적인 디지털 음원 시대로, PC 및 웹의 시대에서 모바일 및 앱의 시대,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 질서로 바뀌는 모든 과정의 중심에 서온 셈이다. 새로운 시대의 저작권 질서를 만들기 위해 초반에는 거대 음반사 중심으로 협의를 진행했지만, 시장 우위를 확보한 뒤에는 아티스트들과 직접 계약하며 수익 확대 및 아티스트 발굴을 위한 활동에도 힘써왔다.

◆맞춤형 추천으로 코로나 시대에 더욱 성장

스포티파이가 세계 1위 음원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가장 큰 동력은 빅데이터 기반의 음원 추천 및 큐레이션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다운로드 시대까지만 해도 개인 취향에 따른 음반 및 음원을 소유하는 것 외에는 다른 영역의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페이스북 등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거치고,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고도화한 결과 40억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확보했다.

한때 글로벌 음악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애플은 내리막으로 돌아섰고, 구글은 유튜브 뮤직을 활성화하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마존은 고음질 서비스 등을 내세우며 2019년 새로운 음악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렇듯 여러 서비스가 출시되며 각축하고 있지만, 무료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는 플랫폼은 사실상 스포티파이가 유일하다.

스포티파이의 이러한 성장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스포티파이 주식은 1년 만에 100% 넘게 성장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 성장률이 41.8%였음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주요 경쟁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구글(28.2%)과 마이크로소프트(38.5%), 페이스북(30.2%) 등은 평균을 밑돌았다. 애플(76.7%)과 아마존(71.6%)이 평균 이상의 성적을 받아들었으나 스포티파이에는 미치지 못했다. 미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강화로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이 정체에 빠져있다는 해석도 있지만, 어쨌든 스포티파이의 가파른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시장으로 발돋움한 한국 문 두드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은 한국 시장의 성장과 맞물리는 측면이 크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4년간 스포티파이에서 K팝 스트리밍의 비중은 1800%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스포티파이의 톱 10 한국 아티스트의 스트리밍 횟수는 106억7000만회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스포티파이는 K팝에 대한 별도 통계를 제공한다. 스포티파이에서 K팝 아티스트 중 최다 스트리밍 순위는 △1위 방탄소년단(BTS) △2위 블랙핑크 △3위 EXO △4위 트와이스 △5위 레드벨벳 등이다. 스포티파이를 통해 K팝을 이용하는 79개국 중에서는 미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브라질 등의 순으로 상위에 랭크됐다.

스포티파이는 음원에서 오디오 콘텐츠 전체로 시각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김릿 미디어와 앵커 등에 이어 스포츠 분야에 특화된 더 링어에 이르기까지 팟캐스트 기업을 연이어 인수한 것도 이러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때 스포티파이TV를 추진했다가 쓴잔을 들이켜며 접은 동영상 분야 또한 향후 재도전의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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