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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불법 복제에 코로나 덮쳐 대학교재업계 ‘죽을 맛’

입력 : 2021-01-09 12:00:00 수정 : 2021-01-09 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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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비대면 수업 일상화… 종이책 판매 ‘뚝’
500명 듣는 강의 교재 200권 밖에 안 팔려
로얄티까지 주고 출간한 출판사만 손해
불법 복제·저작권 침해는 늘어 ‘이중고’

정부 학술도서 지원도 해마다 줄어
문제 대학 구내서점 반품 4배 ↑…폐점 잇따라
재테크 열풍 타고 경제·경영 도서는 ‘불티’
사회적 거리두기로 여행서적은 ‘찬바람’
게티이미지뱅크

독서 인구가 해마다 주는 데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출판 및 서점가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테크 관련 출판사나 대형 온라인서점 등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여행서 출판사나 오프라인 서점 등은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강의가 대부분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대학교재 판매 역시 급감해 관련 출판사와 대학가 서점들도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비대면 강의에… 대학교재 판매 ‘뚝’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하면서 대학가에서 종이책 교재의 활용도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강의가 파워포인트(PPT) 중심으로 진행되고, 교수의 감독권마저 크게 약해진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출판사 대표는 8일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강의가 거의 비대면으로 바뀌어 PPT를 주로 활용하다보니 종이책 교재가 거의 활용되지 못한다”고 전했다.

자연히 대학교재 판매도 급감했다. 수도권 한 사립대학의 A(55) 교수는 지난해 단과대 필수과목인 자신의 강의 수강인원이 매학기 500명 정도이기에 교재 역시 400권 이상은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가 낭패를 봤다. 비대면 강의에 학생들이 거의 교재를 사지 않아 200권밖에 팔리지 못했다. 결국 강의교재를 위해 몇 해 전 로열티까지 주고 번역 출간한 출판사만 손해를 봤다고 한다.

이에 따라 대학교재나 전문서적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대학교재나 전문서적 출판사는 대략 300∼400곳. 1995년부터 대학교재를 출간해온 B출판사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창업 이래 교보문고에서 책 주문이 없는 날이 없었는데, 이번 주 두 차례나 주문이 없는 등 최근엔 주문 없는 날이 적지 않다”며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크게 줄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늘어난 불법 복사 및 저작권 침해

대학교재의 판매가 급감했지만 교재를 불법 복제하거나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례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종이책을 사지 않는 대신 필요한 부문만 복사해 사용한다는 거다. 실제 한 대학원생은 “대면 수업 때에는 대체로 종이책 교재를 구입했지만, 지금은 비대면이라 꼭 필요한 것 아니면 사지 않는다”며 “필요한 경우엔 교재를 구입한 동료를 통해 일부만 복사한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학점은행제에 참여하는 일부 업체나 사이버대학을 운용 중인 대학마저 대학교재를 짜깁기하거나 카피해 텍스트로 제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업계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현재 학점은행제에 참여 중인 업체는 70곳 정도다.

그간 대학교재 불법복제에 따른 피해는 꾸준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의 ‘2019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8년 출판 불법복제물 시장 규모는 전년도보다 13% 증가한 1601억원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재는 출판 불법복제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대학교재 업계의 어려움을 유추해볼 수 있다.

한국학술출판협회 고문인 김진환 학지사 대표는 “일반 학생은 물론 일부 학점은행제 업체나 사이버대학 등에서 대학교재에 대한 저작권 인식이 낮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술지원마저 줄어… 대학 구내서점도 울상

정부가 매년 학술도서 지원을 줄이는 것도 고민이다. 대표적인 학술도서 지원사업인 학술원의 ‘우수학술도서 선정사업’ 예산은 2019년 33억원에서 2020년 26억원으로 7억원이나 줄었다. 한국연구재단의 ‘저술출판지원 사업’ 예산 역시 2019년 29억원에서 지난해 17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학술출판협회 등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학술도서 지원에 대한 교육부의 종합적인 정책 수립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학 구내서점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책이 팔리지 않아 반품하는 책도 크게 늘었다. 임차료 등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올해 숙명여대와 상명대, 수원대 구내서점이 폐점하는 등 상당수 대학서점이 닫았거나 휴점했다.

학지사 김 대표는 “대학 강의교재 등을 주로 각 대학 구내서점 등에 공급하고 있는데, 지난해 도서 반품률은 대략 80% 정도였다”며 “예년의 경우 20% 정도였으니 코로나19 이후 4배 이상 반품이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재테크 및 학습서 열풍… 여행서는 찬바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늘고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하면서 전체 출판 및 서점 업계도 요동쳤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6일까지 도서 판매권수를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7.3% 늘어났다.

분야별로 판매량을 보면 초중고 학습, 아동, 경제경영 분야 도서 등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재테크 열풍이 일면서 경제 경영·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를 휩쓸었다. 반면 여행서 등은 급감했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는 ”예전에는 40, 50대 남성을 중심으로 재테크 서적을 찾았지만 최근엔 20, 30대에 여성까지 주식투자에 나서면서 재테크 관련 서적이 많이 팔리는 것 같다”며 “출판도 사회현상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행서 급감에 대해선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데다 사회적 거리두리로 국내 여행도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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