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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수 적지만 정성 채웠습니다"…전주 천사의 ‘선한 영향력’

입력 : 2021-01-08 06:00:00 수정 : 2021-01-07 22: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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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모금회에 1억2000만원 건네
가명 ‘김달봉’ 아너소사이어티 등재
완주·익산 시골마을엔 쌀 수십포대
“힘든 시기 이웃에 작은 도움 되길”
지난 6일 군산시 구암동주민센터에 한 시민이 기부한 빨간 돼지저금통과 메모지. 군산시 제공

‘얼굴 없는 천사’가 지난 21년간 전북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에 7억원이 넘는 돈을 남몰래 기부하는 선행을 이어오면서 익명의 성금품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선행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에 큰 힘이 되고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7일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4일 40∼50대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이 사무실을 찾아 두툼한 쇼핑백을 건넸다. 안에는 5만원권과 1만원권 다발 1억2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일상복 차림에 마스크를 쓴 남성은 “힘든 시기에 이웃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만 전할 뿐 인적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공동모금회는 뒤늦게 기부 확인서란을 통해 ‘김달봉’이라는 이름을 확인했지만, 가명이었다. 김달봉은 2019년 말과 지난해 말 부안군청을 찾아 “어려운 아동들을 위해 써 달라”며 1억2000만원씩 기부한 이와 같은 이름이다. 그 역시 가명이었다. 김달봉은 지난달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방역마스크 20만장을 기부하기도 했다. 공동모금회는 그를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익명 회원으로 등재했다.

 

같은 날 장수군 장계면사무소를 찾은 한 남성은 “이름을 밝혀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한 뒤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며칠 전에도 익명의 독지가가 성금 500만원을 보내왔다. 지난달 28일 새벽 완주 용진읍사무소 입구에는 누군가 10㎏들이 쌀 60포대를 쌓아놓고 갔다. “우리 사회의 손이 덜 미치는 구석구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한 장의 편지도 놓였다. 이곳에는 2008년부터 연말만 되면 어김없이 이런 쌀가마니가 쌓였는데, 13년간 총 390포대(7.8t)나 된다.

 

익명의 기부 행렬은 나비효과처럼 이어지고 있다. 전날 군산 구암동주민센터를 찾은 한 주민은 “액수는 적지만 정성으로 채웠다”며 동전 17만8690원이 든 빨간 돼지저금통을 놓고 갔다. 인근 삼학동주민센터에도 현금 100만원, 15만원, 10만원이 담긴 봉투가 답지했다. 김제 진봉면행정복지센터와 익산시 함라면에는 익명의 기부자들이 10㎏들이 쌀 120포대, 20포대를 각각 실어다놨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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