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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의혁신리더십] 불확실한 2021년, 키워드는 ‘적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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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31 22:40:16 수정 : 2020-12-31 22: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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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환경 불안 지속… 장기적 계획은 낭비
급변 상황 빨리 적응하는 게 조직 역량

한 해를 보내는 게 이렇게 힘들고 동시에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살면서 처음이었다. 그만큼 2020년은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회자할 수밖에 없는 해였던 것 같다. 다행히 코로나19 백신이 속속 개발되고 접종이 시작되었으니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삶이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황이 종료되면 코로나19로 인해 변했던 것 중 어떤 것이 유지되고 어떤 것이 과거로 회귀될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삶과 사회에서 비효율적이고 형식적인 것이 사라지고 좀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것이 우선순위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새롭게 맞이한 2021년은 어떤 모습일까? 다른 건 몰라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지난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인 이상 기업 212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다. 조사대상 기업 중 49.2%가 ‘긴축경영’을, 42.3%가 ‘현상유지’를 하겠다고 답했다 한다. 심지어는 한 해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인데도 응답 기업의 38.7%가 불확실성으로 인해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조차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경영환경이 불확실하고 성장이 둔화할수록 기업을 이끄는 리더라면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래의 경영환경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잘 수립한 경영전략과 계획이 오히려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수년간 스마트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전반적인 밑그림을 그려 놓은 상태에서, 변화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단기적인 전략을 통해 경쟁사보다 한 발짝 앞서 대응하는 ‘적응성’(adaptability)이 부각되었다. 한마디로 기업의 경쟁우위가 ‘계획 잘 수립하는 조직’에서 ‘빨리 적응하는 조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한 ‘애자일’이란 조직운영 방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기업의 적응성이 핵심역량으로 부각되었다는 사실은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리타 맥그래스 교수의 연구 결과에서도 잘 입증되었다. 맥그래스 교수는 미국에서 시가총액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가 넘는 4793개 기업의 성과를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조사한 결과 이 기간에 매해 순이익이 5%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한 기업은 불과 10개뿐이란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10개 기업이 가진 공통점이 바로 변화에 대한 ‘적응성’이었다는 것이다. 맥그래스 교수는 “경영환경의 변화 속도가 심해지면서 탁월한 전략을 바탕으로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기업보다 변화하는 상황에 빨리 적응하고 이를 사업기회화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며 적응성을 강조하였다.

코로나19로 시작된 매우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2021년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이럴 때일수록 거창한 계획보다 시장과 고객들 사이에 일어나는 변화를 강박관념 수준으로 관찰하고 이를 기회화하려는 ‘적응 우위(adaptive advantage)’가 탁월한 기업이 우리나라에 많이 생겼으면 한다.

정동일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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