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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기록-박민정론「세실, 주희」,「나의 사촌 리사」,「하루미, 봄」을 중심으로 [신춘문예-문학평론]

입력 : 2021-01-04 05:00:00 수정 : 2021-01-03 19: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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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 최정호
심사평 - 김주연 문학평론가

박민정은 그동안 자신의 소설 속에 일본을 등장시켜 왔다. 이 글에서 언급할「세실, 주희」,「나의 사촌 리사」,「하루미, 봄」뿐만 아니라 「신세이다이 가옥」,「행복의 과학」,「A코에게 보낸 유서」에서도 일본에 대한 작가의 꾸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박민정의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일본의 모습이 단순한 풍경이나 흥미를 위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일 시위, 위안부, AV, 재일 한국인과 같이 현시대의 문제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소설 속에서 얽히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박민정은 “모호한 분위기나 깊이를 추구한다기보다 자신의 삶 주변을 채우고 있는 어떤 표면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기록”1)하는 데 중점을 둔 것처럼 보인다. 일례로「세실, 주희」를 잠시 살펴보자.

“1945년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에 오키나와에 상륙한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서 벌어진 오키나와 전투에서 종군간호부 역할을 하다 죽어간 여고생 부대가 ‘히메유리 학도대’다. ‘히메유리’는 오키나와 현립 제일고등여학교의 학교 홍보지 ‘오토히메(乙?)’와 오키나와 사범학교 여자부의 학교 홍보지 ‘시라유리(白百合)’를 합쳐 만든 명칭이다, 오키나와에 있는 ‘히메유리의 탑’은 일본 학생들이 ‘평화학습’의 일환으로 가장 많이 찾는 장소 중 하나이며,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끊임없이 제작되고 있다, 군복을 입은 소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발상은 대부분 히메유리 학도대에서 비롯된 것이며, 애니메이션 〈세일러문〉 역시 이 영향 아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2)

주희가 세실의 작문 숙제를 읽고 ‘히메유리의 탑’과 ‘히메유리 학도대’를 검색해 보는 장면이다. 위처럼 사람들이 잘 모르는 어떠한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기록을 등장시키고, 등장인물이 읽게 만듦으로써 소설 자체가 또 하나의 기록물이라는 인상을 준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박민정은 왜 유독 일본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가지고, 소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일까? 무엇을 기록하고자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한국 사회의 인식 속 일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림=조미형 작가

생각해 보자,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일본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드라마를 시청하는 일은 흔하고, 일본에서 유행하는 포도 젤리가 한국에서도 덩달아 인기를 얻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일본은 우리의 문화 속에서 친밀한 방식으로 소비된다. 그러나 “대중문화 교류를 통해 상호 문화가 확산될수록 한일 간 상호 부정적 인식도 증가하는 현상”3) 또한 공존한다. 한편으로는 문화적으로 친근한 소비의 대상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혐오의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전반적으로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가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역사 문제에서는 불편한 감정을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4) 즉,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일본에 대한 혐오의 뒤에는 역사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NO JAPAN’이라는 구호로 대표되는 전 국민의 공감 속에서 이루어졌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대표적인 예이며,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유통되는 AV를 시청하고, 그것에 기반을 둔기반한 여성 혐오적 유행어와 농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박민정은 일본에 대한 친근한 소비와 혐오의 공존이라는 아이러니를 자신의 소설 속에서 가감 없이 보여준다. 「나의 사촌 리사」속 “당당하게 일본산 AV만 본다”5)라는 선배의 발언과「하루미, 봄」에서 하루미가 겪는 AV 배우를 향한 혐오의 시선들을 통해, 우리의 인식 속 숨겨져 있는 ‘혐오의 대상으로써의 일본’을 일깨운다. 이때 “친숙한 일본은 문득 낯설어진다. 그럴 때 낯설어진 일본이 사실 본래의 일본이다.”6) 일본에 대한 인식 속에 사실은 혐오가 숨어 있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박민정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일본이라는 요소를 유의미하게 만든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 우리의 인식 속에 숨어 있는 ‘혐오의 대상으로써의 일본’에 대한 자각과 더불어 짚어 보아야 할 지점은 여성이다. 「세실, 주희」에서 「하루미, 봄」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살펴보면, 박민정은 ‘혐오의 대상으로써의 일본’에 대한 자각을 지나, 그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 혐오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박민정이 기록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혐오의 대상으로써의 일본’과 여성 혐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세실, 주희」와「나의 사촌 리사」그리고「하루미, 봄」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1. 혐오의 인식

박민정의 소설집『바비의 분위기』에 실린「세실, 주희」는 명동의 뷰티 편집숍 쥬쥬하우스에서 일하는 한국인 주희와 일본인 세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희는 J와 함께 뉴올리언스로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주희는 여행을 통해 “J처럼 무람없이 외국 사람들과 어울려 보고 싶었고, 그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해 보고 싶었다”7)고 말하지만, 그녀가 경험한 것은 “Show your tits! Show your tits!”8)라는 무례한 요구였다. 이 요구는 명백히 혐오에 기인한 것이며, 그 이면에는 ‘주희-동양인 여성’이라는 사실에 대한 혐오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충격적인 경험을 가진 주희에게 세실이 다가온다. 세실은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한국으로 건너온 일본인이다. 세실이 한국어 과외를 제안하고, 주희가 이를 수락함으로써 단순한 직장동료였던 이들의 관계는 친밀한 것으로 변모한다. 이 과정에서 주희는 세실의 가족에 대해 알게 되는데, 세실의 외증조할머니가 오키나와 전투에 참여한 ‘히메유리 학도대’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묘한 긴장감이 발생한다. ‘세실?일본인’이라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 찾아오고, 동시에 앞서 말한 ‘주희?동양인’으로서 경험한 혐오가 자연스레 떠오르기 때문이다. 두 도식, ‘주희?동양인’과 ‘세실?일본인’이 겹쳐지는 이 놀라운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주희?동양인’이다. 주희가 겪은 일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주희는 J와 함께 뉴올리언스로 여행을 갔다. J의 도움으로, 여행은 나름 순탄하였다. 뉴올리언스에서 산 경험이 있는 J 덕에 숙박비를 아꼈으며, 관광지들을 쉽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J의 제안으로 펍에 갔다. 그날은 마침 마르디 그라(Mardi Gras), 참회의 화요일이었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었고, 주희는 J를 따라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그 일이 벌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주희는 홀로 떨어져 있었고 한 무리의 남성들이 주희를 둘러싸고 싸구려 자개와 구슬을 엮은 목걸이를 걸어주며 가슴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뉴올리언스에서 겪은 일은 명백한 여성 혐오다. 그곳에서 주희는 여성 혐오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처음에 주희는 자신의 무엇을 겪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목걸이를 기념품으로 가져오기까지 했다. 주희가 그것을 깨달은 것은, 포르노 사이트에서 자신의 얼굴을 본 이후다. 자신은 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음에도, ‘slut’이라 지칭되고, 43%라는 수치로 평가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주희가 “남성성을 띤 미디어의 소비층과 박제된 피사체 사이의 억압적 관계”9)에 놓여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마르디 그라(Mardi Gras), 참회의 화요일. 그날, 뉴올리언스의 펍에서 처음 들은 말이었다. 참회의 화요일은 ‘기름진 화요일’이라고도 불렸다. 단식을 해야 하는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마음껏 먹고 즐기는 날이라는 뜻에서라고 했다. 오늘이 바로 그 축제의 정점이라며 둘러앉은 사람들이 떠들었다. 듣고만 있던 주희가 그들에게 트라피스트 수녀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역시 동양 여자. 그 말을 지껄였던 녀석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 자리에 같이 있던 사람들 중 누구도 친구가 아니었다.”10)

주희가 겪은 혐오의 층위는 얕지 않다. 뉴올리언스에서 경험한 여성 혐오의 껍질을 한 꺼풀 벗겨보면, 동양인에 대한 인종 혐오를 발견할 수 있다. 펍에서 들은 “역시, 역시 동양 여자”라는 발언 또한 민족의 차원을 포함한 혐오 발언이며,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의 제목이 “mardi Gras, nice asian slut 43%”라는 제목에서 그들의 기저에 깔려 있는 민족적 우월의식, 동양인 여성에 대한 혐오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자신이 “겪은 일이 얼마나 끔찍한 종류의 것인지”11) 깨달은 이후, 그것은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 주희는 악몽을 꾼다.

‘세실?일본인’의 경우, 얼핏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세실과 주희의 관계는 더없이 긍정적인 것 같다. 소설 속 묘사를 보면 둘은 서로에게 어느 정도의 호감을 느끼고 있다. 주희의 경우, 매장의 다른 외국인 직원들과 달리 한국인 고객도 능숙하게 대응하는 세실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세실의 경우에는 주희에게 과외를 제안한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의 호감을 느끼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과외가 시작된 이후, 무탈하게 보였던 이 관계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나는 왜 한 번도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지 않았을까, 주희는 생각했다. 주희는 더 이상 파우더룸의 관리자가 아니었다. 쥬쥬하우스에 입사할 때 파우더룸에서의 활동 경력으로 가산점을 받았지만, 입사한 직후 임원의 권고에 따라 활동을 그만두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주희는 파우더룸에 붙어살았다. 주희의 색조 화장품 발색 리뷰는 매번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고, 그러다 보니 개인 협찬도 많이 받아 어느덧 협찬 화장품 홍보 게시물을 올리는 게시판 관리자가 되었다. 파우더룸은 최대 규모의 온라인 화장품 커뮤니티였기에 협찬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수없이 많은 화장품 회사와 연락을 했지만 그중 어느 곳이 ‘전범기업’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었다.”12)

세실의 과외를 맡기 전까지, 주희는 전범 기업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세실에게 선물로 받은 화장품 제조사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관련 기사를 읽고 나서야 그 화장품 제조사가 전범 기업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한국인의 정서에 일본에 대한 “대항 내셔널리즘”13)을 품고 있고 “친일과 반일 등 상대국에 대한 극단적 인식이 공존”14)하지만 일상에서 늘 의식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간혹 과거 역사에 대한 일본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 이에 호응하는 것이 보통의 사람들이다. 주희 또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았다. “한국 여자가 성형을 많이 한다고요? 그러면 일본 여자 대부분은 AV를 찍나요.”15)라는 말을 통해, 주희의 내면에도 ‘혐오의 대상으로써의 일본’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주희는 세실과 가까워짐으로 인해 ‘친근하게 소비하던 일본’ 안에 ‘혐오의 대상으로써의 일본’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는, 인식하게 되는 과정에 놓인 것이다.

‘혐오의 대상으로써의 일본’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결정적인 계기는 세실의 작문이다. 자신의 외증조할머니가 오키나와 전쟁에 참전한 ‘히메유리 학도대’의 일원이었음을 자랑스레 밝히는 그 작문을 보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 얽힌 복잡한 과거를 떠올리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를 계기로, 세실에 대한 주희의 인식이 변화한다. 아이돌에 대한 팬심을 이유로 한국에 온 다소 특이한 외국인 ‘세실’이 아니라 ‘일본인 세실’, 즉 ‘세실?일본인’이라는 도식이 형성되는 순간이다.

세실에 대한 주희의 인식이 전환되고, ‘세실?일본인’이라는 도식이 형성되는 순간, ‘주희?동양인’이라는 도식이 떠오르는 것은 필연이다. 두 도식 모두 민족에 기반한 혐오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 도식을 염두에 두고 다시 한번「세실, 주희」읽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박민정이 왜 일본을 소설 속으로 끌어오는지, 소설의 마지막에 주희와 세실이 시위대에 합류하는 장면이 왜 불편한 느낌을 주는지 알 수 있다.

2. 타인의 혐오

「나의 사촌 리사」의 화자, 지연 역시 한국인이다. 지연은 소설가인데, 과거 아이돌로 활동했던 자신의 사촌 리사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위해 도쿄로 찾아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지점은 국가의 변화다. 「세실, 주희」가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에 온 일본인과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나의 사촌 리사」에서는 정반대로 한국인이 일본으로 넘어간다. ‘혐오의 대상으로써의 일본’이 박민정 소설의 큰 화두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는 유의미한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가 소설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혐오의 대상으로써의 일본’이라는 화두가 어떻게「나의 사촌 리사」에서는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보자.

“지금의 리사는 그때만큼 생기 넘치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리사를 실패자로 보고 있었다. 내 머릿속의 리사는 어린 시절부터 이십대까지의 리사, 고정된 하나의 이미지였다. 리사가 ‘메가미(メガミ)’를 탈퇴한 후에도 가끔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을 나는 애써 모른 척했던 것이다. 리사는 오직 메가미의 리드보컬이자 센터로서 팬들이 호명하는 불굴의 ‘여신’님이었다. 이십대 중반쯤엔 아키하바라의 전자상가 축제에서 관객 다섯명을 앞에 두고 “오따꾸들이여, 부활해!”를 외치던 리사가 있지만 나는 그것을 유튜브로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고는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리사의 이야기에 맞지 않는 이미지였으므로. 내게 리사는 이십대 초반에 화끈하게 실패해서 거품처럼 날아가 버린 ‘왕년의 아이돌’일 뿐이었다.”16)

화자 지연은 소설가이며, 왕년의 아이돌 리사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자 한다. 즉, 지연은 리사의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연이 리사를 바라보는 방식을 보자. 지연은 스스로 “애초에 나는 리사를 실패자로 보고 있었다”라고 말하고 리사가 이후에도 아이돌로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애써 모른 척”하고, 자신이 원하는 리사의 모습이 아니라는 이유로 “잊어버리고” 만다. 리사의 이야기를 기록하기를 원하면서도 리사의 모습을 외면,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지연의 모순적인 태도는 리사가 아이돌이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여자 아이돌의 경우, 대부분 나이가 어려 소녀라고 불리기에 적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중문화에서 소녀는 가장 주목받는 이미지 상품”17)이며 이런 소녀들로 이루어진 아이돌들은 자신의 팬들, 특히 남성 팬들의 욕망을 충족시켜 줘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 만약 요구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왕따, 섹스, 마약과 같은 스캔들이 발생하면 아이돌은 순식간에 정당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숭배의 대상에서 여성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리사를 바라보는 지연의 태도도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리사가 자신이 상상하고 바라던 그 모습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녀에게 혐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이돌 활동을 접은 지 오래되었음에도, 지연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리사?아이돌’이라는 도식이 남아있던 셈이다.

「세실, 주희」의 주희처럼 지연도 자신의 인식 속에 혐오가 숨겨져 있음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 지연은 주희의 방식으로 자신의 인식 속에 숨겨져 있는 혐오를 발견해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주희가 했던 경험을 지연은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사촌 리사」어디에도 지연이 그 자신이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경험은 서술되지 않는다. 대신, 박민정은 또다시 ‘혐오의 대상으로써의 일본’을 끌어와 그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나는 AV만 보잖아, 당당하게……’ 리사가 앨범을 가져다 놓으러 간 사이 문득 한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동시에 자꾸 하루미의 이야기를 꺼내는 리사가 불편해졌다. 한국에서는 ‘국산몰카’ 따위의 영상을 소비하는 사람들 때문에 연일 말썽이었다. ‘국산몰카’란 이른바 ‘비동의 유포 성적 촬영물’, 범죄 증거물이었다. 그런 것을 업로드하고 매개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애인과 성관계를 맺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기도 모르는 새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 도쿄 여행 얼마 전 만난 선배는 자신은 국산 몰카 따위는 결코 손대본 적 없으며, 당당하게 일본산 AV만 본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18)

박민정은 한국 사회에서 큰 문제였던 국산 몰카와 AV를 가져와 ‘혐오의 대상으로써의 일본’을 보여준다. 선배의 말이 문제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하루미라는 인물의 존재 때문이다. 하루미는 소설 속에서 아주 잠깐 등장하지만, 계속해서 언급되는 인물로, 과거 리사와 함께 아이돌 활동을 한 인물이다. 리사의 입을 통해 우리는 하루미가 AV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AV 배우라는 뜻이다. 하루미는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AV를 촬영하게 되었다. 악질적인 회사와 불공정 계약을 한 탓에 AV를 찍게 되었고 계약을 무효로 만들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는 중이다. 우리는 하루미처럼 억울한 상황에 놓인 AV 배우가 더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실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여성을 속여, AV 배우로 데뷔시키는 회사가 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연의 선배처럼 당당하게 일본산 AV만 본다고, 과연 말할 수 있는가? 국산 몰카와 AV에는 여성을 성적인 소비품, 유희의 대상으로 보는 여성 혐오가 내재되어 있던 셈이다. 선배는 “타인의 시선을 자신의 욕망으로 유용하는 이”19)이며, “그들과 자신은 다르다는 ‘가면’을 쓴 채로 살아가는 사람”20)이다.

 

한 층위를 더 들춰 보면 우리는 선배의 발언에 민족주의 혹은 일본에 대한 대항 내셔널리즘에 기반한 혐오가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른 일화들을 잠시 살펴보자. 1991년, 리사는 한국에 왔다. 그리고 친척들 앞에서 방송에서 추는 율동을 보여주며 재롱을 부렸다. 그러나 “할아버지에게 리사는 그저 행방을 모르는 일본 놈의 자식일 뿐이었다.”21) 자신의 피가 섞인, 손녀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일본인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리사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명백히 일본에 대한 혐오의 시선이 드러나는 부분이며, 할아버지의 나이를 고려하면 일본에 대한 혐오의 시선이 민족주의에 기반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선배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그가 많은 AV 중에서 “일본산 AV”를 지목한 것은 민족주의에 기반한 ‘혐오의 대상으로써의 일본’이 작동한 결과다. 선배의 머릿속에는 ‘일본?AV’라는 민족주의와 여성 혐오가 뒤섞인 도식이 자리하고 있다.

 

“여행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역시 있었으나, 그런다고 리사에 관해, 실존인물에 관해 좀 더 정직하게 서사화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내가 줄곧 원해 왔던 것이 주인공을 ‘대상화’하지 않는 정직한 서사였던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었다.”22)

 

‘리사?아이돌’이라는 도식을 가지고 있던 지연은, 하루미라는 타인을 통해 ‘일본?AV’라는 도식을 만나고 변화하게 된다. 자신의 시선에 내재되어 있던 혐오의 시선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 인식은 자신이 그동안 누군가를 대상화하지는 않았는가?라는 자기반성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세실, 주희」와는 다른 맥락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기반성의 면모 때문에 “나는 리사를 핍진하게 그려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려면 언제나 리사에게 미안해진다. 왜냐하면 내가 리사에 대해 쓰려고 할 때, 그렇게밖에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몹시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23)라는 지연의 고백에서 우리는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림=조미형 작가

3. 혐오의 역사

 

2018년 12월「나의 사촌 리사」를 발표하고 1년 6개월 후, 2020년 6월에 박민정은 새로운 소설을 발표했다. 「하루미, 봄」이다. 「하루미, 봄」은 「나의 사촌 리사」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나의 사촌 리사」속 조연으로 등장했던 ‘하루미’라는 인물이 「하루미, 봄」에서는 전면에 등장하며, 아이돌과 AV라는 공통된 소재를 다루고,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하루미는 불합리한 계약으로 AV를 촬영한 전직 아이돌이다. 소설 속에서 하루미가 하는 행동은 많지 않다. 홀로 리사와 준코에게 말을 건네고, 인스타그램을 살필 뿐이다. 「하루미, 봄」은 분량의 대부분을 하루미가 과거에 겪었던 혐오와 현재 겪고 있는 혐오를 조명하는 데 할애한다. 「하루미, 봄」은 한국인이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일본인인 하루미를 중심으로 혐오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하루미에게는 자신이 출연한 AV를 돌려볼 용기는 없어서, 그 이름이 어떻게 크레딧에 올라갔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어떻게 준코라는 이름을 떠올렸는지, 자기 손으로 처음 이름을 쓰던 때의 느낌이 어땠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내가 나를 준코라고 처음 부르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그런 걸 생각하는 일은 괴로웠다. 그들이 숱하게 내뱉었던 말이기 때문이다. 계약서에 서명한 건 너 자신이라고. 우리가 아니라, 네가 너 자신을 AV로 만들었던 거라고. 센과 치히로처럼 두 개의 이름을 가졌으나 누군가에게 강요당한 이름도 아니고 물려받은 이름도 아니었다.”24)

 

하루미가 현재 겪고 있는 혐오는 그녀가 AV 배우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녀가 원치 않은, 불합리한 계약이었고, AV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송을 불사하고 있음에도, 혐오의 시선은 끈덕지게 따라붙는다. 심지어 하루미는 AV를 촬영할 때, 하루미라는 본명 대신 준코라는 가명을 사용했음에도, 누군가 그녀를 알아보고 ‘나의 아이돌 준코’라는 게시글에 하루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태그해 버린다. ‘하루미?AV’라는 도식이 낙인처럼 박혀 버린 것이다. “정말이지 ‘반일(反日)’적인 존재들이다. 일본의 상징이 AV인가? 나라 망신일 뿐.”25)이라는 ‘총 10억엔 위약금 지불 청구소송’ 관련 기사에 달린 인터넷 댓글은 하루미가 마주하고 있는 혐오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같은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마주한 혐오의 시선에 민족주의적인 것이 숨겨져 있음을 시사한다.

 

“오래전 가수를 할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하루미와 리사, 마나의 3인조 걸그룹 ‘메가미’는 꾸준히 ‘성인 남성의 관음증을 해결해 주는 미성숙 소녀의 상징’이라는 욕을 먹었다.”26)

 

“옷깃만 스쳐도 ‘하루미, 거긴 안 돼, 민감한 부위란 말이야’ 하면서, 꼭 한 번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던 방송국 아저씨들을 나름대로 견디는 하루미만의 방법이었다. 단지 그런 이야기를 리사와 마나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학급에 조달할 스티커 보따리를 사면서, 아키하바라에 들러 미소녀 피규어와 도쿄 여고 교복 콜렉션 따위를 사서 프로듀서 아저씨에게 가져다주기도 한다는 걸. 그런 소녀 아이템들이 값싸고 보잘것없는 물건이라 할지라도 하루미나 리사가 내밀면 아저씨들은 언제나 반색한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들이기 때문에, 하루미나 리사나 마나의 고사리손으로 내미는 물건이기 때문에 그들이 그토록 열광한다는 걸. 그리고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이용하기도 한다는 걸. 그런 걸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27)

 

하루미가 겪은 혐오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아주 어린 시절, 초등학생 때부터 하루미는 수많은 혐오의 시선과 마주해야 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하루미가 혐오의 시선과 마주해야 했던 이유는, 그녀가 원했던 아이돌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방송 활동을 통해 만난 성인 남성들은 하루미를 성적인 소비의 대상으로 보고, 대했다. 그럼에도, 온갖 혐오의 시선과 마주했음에도 하루미는 이에 저항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이돌의 남성 팬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만큼의 적당히 수동적이고 아이 같은 순수함”28)이 있다는 인식을 주어야 하고, “어린 소녀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데 대한 도덕적 죄책감”29)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하루미가 혐오의 시선에 적극적으로 대항했다면 아이돌 활동은 끝났을 것이다. ‘하루미?아이돌’이라는, 여성 혐오에 기반한 도식 속에 갇혀 있었던 셈이다.

 

아이돌 활동을 위해 혐오의 시선을 견뎌야 했음을 알았던 하루미는 다른 장소에서 나마 혐오의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바로 학교다. 하루미는 “불량학생이자 학급의 가족적인 분위기를 해치는 반동적인 존재”30)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당시 유행했던 팬시 용품을 급우들에게 저렴하게 재판매하는 식으로 학급에 녹아들었다. 비록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들지는 못했으나, 국외자 혹은 무임승차의 기분을 느끼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하루미?아이돌’이라는 도식이 하루미의 학급에 찾아온다. 하루미를 포함한 아이돌 멤버들이 원조교제를 통해 돈을 번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이 소문 때문에 하루미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그녀는 학급에서마저 혐오의 시선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루미가 가진 세 가지 이름, 하루미, 글라라, 준코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하루미는 그녀의 부모가 지어준 이름인 동시에 아이돌 활동을 할 때 사용한 이름이다. 글라라는 급우들 사이에 녹아들기 위해 유행을 따라 지은 이름이며, 준코는 AV를 촬영할 때 사용한 이름이다. 하루미는 하루미라는 이름과 준코라는 이름이 분리되기를 소망했다. 왜냐하면 준코라는 이름에는 언제나 혐오의 시선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소망은 무참히 깨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루미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을 개설했음에도 그녀가 준코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준코(하루미에게 배정된 휴먼라이츠의 활동가)를 만나고 용기를 내어 만든 인스타그램을 폐쇄해 버린다. 결국 하루미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혐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에 실패한 것이다. 하루미가 “각자의 공간에 자폐하게”31) 된 이유는 코로나 때문이 아닌,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혐오의 시선 때문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박민정은 우리가 놓치고 있을지도 모르는,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왔던 의식 속에 숨겨져 있던 혐오의 시선들을 세심한 눈길로 찾아내 기록하고 있다. 「세실, 주희」를 통해 혐오의 대상이었던 사람이 다른 이에게 혐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었고, 「나의 사촌 리사」에서는 우리의 근저에 놓여 있는 민족주의에 기반한 ‘혐오의 대상으로써의 일본’의 모습과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하루미, 봄」에서는 한 인물이 오랜 시간 동안 겪어야 했던 혐오의 시선을 세밀히 들여다봄으로써 혐오의 시선이 얼마나 끈질기고 만연한가를 보여주었다. 혐오의 시선에 대한 박민정의 문제의식은 이처럼 오랜 기간을 거쳐 발전해 왔다. 현대의 한국 사회에서 혐오 문제에 대한 논의가 유효하다는 점과 쉽게 해결될 수 없으리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앞으로 쓰여질 박민정의 소설들을 주목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끝>

◆ “수많은 작품은 글쓰기의 자양분… 삶이 충만해져”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요.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임에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실감이 안 난다’라는 표현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신반의한 상태로 당선 소식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린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책장을 살피는 일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하나둘 모아온 책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제게 소설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알려준 박완서의 소설부터 한강, 편혜영, 김중혁, 김연수, 김영하, 레이먼드 카버, 은희경을 비롯한 작가들의 책을 하나하나 살피다 보니 조금은 실감이 나는 것도 같았습니다. 가장 먼저 그들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덕분에 내 삶이 조금 더 충만할 수 있었다고.

 

부족한 제자를 정성 어린 관심으로 이끌어주신 최수철 교수님, 강지희 교수님, 이은선 교수님을 비롯한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교수님들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자양분이었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제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읽고, 쓰고, 지지고 볶았던 동튼 친구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텍스트를 추천하고 글을 쓰고 의견을 나누고 문집을 만드는, 그 모든 과정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 아들의 꿈을 지지해 준 부모님과 동생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자기 일처럼 축하해 준 소중한 친구들, 그들의 응원 또한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시고,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1997년 출생 △한신대 문예창작과 3학년

◆ “혐오라는 주제 특이… 對日 관계에 집중돼 눈길”

 

코로나 사태로 말미암은 ‘집콕’ 때문인지 응모작은 예년의 두 배쯤 되는 60편이었다.

 

그러나 역시 그 같은 물리적 압박 때문인지 작품의 수준은 좀 낮았다. 게다가 특징적 현상이라면 최근 2, 3년 사이에 등장한 신인들을 비평대상으로 한 작품들, 따라서 최근의 사회현상-페미니즘, 퀴어, SF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촉박한 시간에 이쪽의 문제들을 다소 성급하게 피상적으로 다루다 보니 대부분의 작품들이 여러 작가들을 한꺼번에 다루거나 한 작가의 단품 한두 편을 대상으로 작가론을 쓰는 등 불성실한 경우가 많았다.

 

문학평론은 그 내용에 있어서 진취적인 도전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그 형식은 전통적인 기율에 입각해야 할 것이다. 비문을 포함한 문체상의 해이도 많이 풀어진 감이 있다.

 

마지막 고려의 대상으로 5편을 선정하고 신중하게 깊이 숙고하였고, 그 결과 당선작으로 최정호의 ‘혐오의 기록’(박민정론)이 결정되었다.

 

김효선의 ‘이수명론’, 김은석의 ‘신해욱론’과 함께 결선에 오른 세 편 가운데 ‘박민정론’은 상대적으로 흠결을 덜 갖고 있는 평문이었다. 젊은 소설가 박민정의 세 작품들에 나타나는 ‘혐오’라는 요소를 비평의 주제로 삼은 이 글은 주제의식이 특이하고,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 문제를 집중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문장 수업 등 앞으로의 수련이 요구된다는 점을 당부한다. 통시적인 관점에서 광범위한 독서를 통한 문학비평에의 접근을 응모자 여러분에게 권하고 싶다. 아울러 디지털 SNS시대가 문장력의 약화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각주

 

1)송종원, 「괴물과 사실, 그리고 앎의 장치로서의 소설」, 『바비의 분위기』 해설, 문학과 지성사, 2020.08, 240쪽.

 

2)박민정,「세실, 주희」,『바비의 분위기』, 문학과 지성사, 64쪽.

 

3)석주희, 「한류와 ‘혐오’: 청년세대(MZ세대)의 역설」, 『EAI 워킹페이퍼』, 2020. 08, 1쪽.

 

4)같은 책, 2쪽

 

5)박민정, 「나의 사촌 리사」,『창작과 비평 제46권 제4호』, 창비, 2018, 127쪽.

 

6)신샛별, 「일본의 ‘언캐니한’ 귀환, 그리고 그 속의 여성들」, 문학광장, 2019.09.05, https://webzine.munjang.or.kr/archives/144790

 

7)박민정,「 세실, 주희」,『바비의 분위기』, 문학과 지성사, 74쪽.

 

8)같은 책, 44쪽

 

9)송종원, 「괴물과 사실, 그리고 앎의 장치로서의 소설」, 『바비의 분위기』 해설, 문학과 지성사, 2020.08, 253쪽.

 

10)박민정, 「세실, 주희」,『바비의 분위기』, 문학과 지성사, 42쪽.

 

11)같은 책, 49쪽.

 

12)같은 책, 57쪽.

 

13)장수희, 「일본군, ‘위안부’ 촛불소녀 그리고 민주주의」,『소녀들 K-pop 스크린 광장』, 여이연, 158쪽.

 

14)석주희, 「한류와 ‘혐오’: 청년세대(MZ세대)의 역설」, 『EAI 워킹페이퍼』, 2020. 08, 1쪽.

 

15)박민정, 「세실, 주희」,『바비의 분위기』, 문학과 지성사, 54쪽.

 

16)박민정, 「나의 사촌 리사」,『창작과 비평 제46권 제4호』, 창비, 2018, 120쪽.

 

17)조혜영, 「들어가는 글, 페미니스트 소녀학을 향해」,『소녀들 K-pop 스크린 광장』, 여이연, 5쪽.

 

18)박민정, 「나의 사촌 리사」,『창작과 비평 제46권 제4호』, 창비, 2018, 127쪽.

 

19)윤재민, 「다시 만날 세계 - 박민정론」,『문학동네 제24권 제4호(통권 93호)』, 문학동네, 2017.12.27, 9쪽.

 

20)같은 책, 9쪽.

 

21)박민정, 「나의 사촌 리사」,『창작과 비평 제46권 제4호』, 창비, 2018, 124쪽.

 

22)같은 책, 133쪽

 

23)같은 책, 134쪽.

 

24)박민정,「하루미, 봄」,『황해문화』, 새얼문화재단, 2020.06, 183쪽.

 

25)같은 책, 185쪽.

 

26)같은 책, 186쪽.

 

27)같은 책, 196쪽.

 

28)조혜영, 「들어가는 글, 페미니스트 소녀학을 향해」,『소녀들 K-pop 스크린 광장』, 여이연, 9쪽.

 

29)같은 책, 9쪽.

 

30)박민정, 「하루미, 봄」,『황해문화』, 새얼문화재단, 2020.06, 187쪽.

 

31)같은 책, p181.

 

참고 문헌

 

송종원,「괴물과 사실, 그리고 앎의 장치로서의 소설」, 『바비의 분위기』 해설, 문학과 지성사, 2020.08, 240-256.

 

손희정, (2018). 혐오 담론 7년. 문화과학, 93, 20-49

 

윤재민, “[작가론] 다시 만날 세계-박민정론.” 문학동네, (2017): 1-18

 

장수희,「일본군 ‘위안부’, 촛불 소녀 그리고 민주주의」,『소녀들 K-pop 스크린 광장』, 여이연, 2017, 154-179.

 

조혜영,「들어가는 글, 페미니스트 소녀학을 향해」,『소녀들 K-pop 스크린 광장』, 여이연, 2017, 4-25.

 

박민정 (2019), 2019년 여름, 소비의 기억으로부터, 자음과모음(43), 171-175

 

석주희 (2020), [EAI 워킹페이퍼] 한일관계 세대분석_사회문화 : 한류와 ‘혐오’: 청년세대(MZ세대)의 역설, EAI 워킹페이퍼, 1-18.

 

신샛별,「일본의 ‘언캐니한’ 귀환, 그리고 그 속의 여성들」, 문학광장, 2019.09.05, https://webzine.munjang.or.kr/archives/144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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