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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운동자세 코치·비대면 화상 PT… 진화하는 '홈트' [이슈 속으로]

입력 : 2020-12-26 14:00:00 수정 : 2020-12-28 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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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언택트 운동 플랫폼’ 확산
TV속 유튜버 동작 따라하며 ‘집콕’ 수강
오전 6시 라이브 요가 수업 1000명 접속
‘하체 살 빼기’ ‘코어 단련’ ‘맨손 운동’…
전문가 운영 유튜브 헬스 콘텐츠 다채
‘줌’ 활용 트레이너가 고객 개별 피드백
스쿼트 등 자세 봐주는 ‘인공지능 앱’도
MZ세대 “운동은 취미 아닌 일상 자체”
자기 관리 성취감 인증샷 찍으며 즐겨

“요하(요가 하이)! 여러분 일찍 모이셨네요. 잠시 후 5분부터 수업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운동 시작 전에, ‘좋아요’ 한번 꾹 눌러주세요.”

직장인 박모(33·여)씨는 매일 오전 6시 요가수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박씨가 운동을 위해 준비하는 건 TV와 요가 매트 두 가지가 전부다. 눈을 뜨자마자 씻기도 전에 거실에 매트를 펼치고 TV를 켜 유튜브 채널 ‘요가소년’의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에 접속한다.

요가소년 채널 운영자인 유튜버 한지훈씨는 이렇게 매일 오전 6시부터 1시간씩 다양한 요가 동작을 담은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한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적절하게 몸을 깨워주는 동작들로 구성돼 있다. 이른 시간이지만 1000여명이 접속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채널 구독자는 34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박씨는 “원래 직장 인근에서 필라테스를 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실내운동시설이 폐쇄되면서 (운동을 못 하게 되니), 몸도 무거워지고 생활패턴도 완전히 무너지더라”며 “친구 소개로 요가소년 채널을 구독하게 됐는데, 실시간 제공되는 다양한 동작들을 따라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헬스장 등 운동시설이 문을 닫는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집에서 운동을 즐기는 ‘홈트(홈트레이닝)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수요에 맞춰 유튜브 콘텐츠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온라인 코칭 서비스 등이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홈트족 맞춤형 플랫폼 인기

25일 현재 유튜브에서 운동을 주제로 운영 중인 채널 가운데 구독자 수가 1만명 이상인 채널은 수십개에 달한다.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맨손 운동 콘텐츠를 제작하는 ‘땅끄부부’(구독자 262만명), 스트레칭 전문인 ‘강하나스트레칭’(49만5000명), 스쿼트와 런지 등 헬스동작을 응용한 강도 있는 다이어트 영상을 제공하는 ‘힙으뜸’(84만5000명), 온라인 퍼스널트레이닝(PT) 서비스 업체인 마이다노가 운영하는 ‘다노TV’(70만4000명) 등이 대표적이다.

각 채널들이 보유한 콘텐츠 역시 풍부하다. 예컨대 ‘하체비만을 탈출하는 골반교정’, ‘전신 스트레칭’, ‘층간소음 없는 다이어트 전신운동’, ‘집에서 하는 코어 근육 강화’, ‘스쿼트 200개 챌린지(도전)’ 등 대상과 목적에 맞춰 콘텐츠들이 세분돼 있어 이용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언택트(비대면) 기술을 활용해 운동을 가르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라피티는 오프라인에서 PT수업을 받는 것처럼 운동 전문가에게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을 이용해 실시간 수업을 진행하는 플랫폼이다. 요가부터 명상, 발레, 필라테스, 댄스 등 다양한 운동을 배울 수 있고 개인 또는 소규모 그룹도 선택할 수 있다.

기존 온라인 홈트레이닝이 녹화된 영상을 일방적으로 보기 때문에 고객들이 개인별 피드백을 받기가 어려웠는데,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인기를 얻고 있다. 라피티는 지난 8월 첫 시범서비스 출시 2주 만에 약 1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수업당 평균 완강률도 90% 이상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술을 접목한 홈트레이닝 앱도 등장했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카카오VX는 지난해 9월 LG유플러스와 함께 체계적 피트니스 커리큘럼에 인공지능 코칭을 접목한 홈트레이닝 앱 ‘스마트홈트’를 새롭게 출시했다.

스마트홈트는 요가와 필라테스, 스트레칭 등 120여개의 운동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AI기술을 활용해 이용자의 실시간 관절 움직임을 추출해 전문 트레이너 자세와 비교 분석해 올바른 운동 자세를 알려준다. 또 음식사진을 촬영할 경우 각 음식별 칼로리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식단 카메라’ 기능도 제공한다.

스마트홈트 관계자는 “8월 기준 스마트홈트의 월평균 이용자 수(MAU)는 지난 1월 대비 약 156% 증가했고, 앱 설치 수는 143% 늘었다. 또 운동프로그램을 끝까지 완료한 수도 약 132%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정체성 드러내는 수단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뿐 아니라 운동이 더 이상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취미가 아니라 일상 자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이 같은 홈트 열풍의 확산을 견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운동 경험이 있는 전국 15~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운동’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본 결과,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운동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5.2%가 ‘계절별로 즐길 수 있는 운동이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바빠서 운동을 못 한다는 말은 핑계’라는 질문에도 절반이 넘는 58.8%가 동의했다.

또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도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에너지가 있어 보인다’와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성실한 사람일 것 같다’는 질문에는 각각 응답자의 94.0%와 81.4%가 그렇다고 평가했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들은 일도 잘할 것 같다’고 바라보는 시선(56.2%)도 상당히 많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편 자기관리에 투철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성과 정체의 시대에 운동으로 성취감을 찾으려는 경향 등이 복합적으로 운동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최근 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1’을 통해 “요즘 사람들은 운동을 통해 단련 이상의 것을 얻기를 원한다”며 “운동을 하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즐기는 과정에서 인증샷을 찍거나 기록 인증을 하는 등 나를 표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바로 실천하는 MZ세대는 일이 자신의 건강을 착취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이들에게 운동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저축과도 같다”고 덧붙였다.

 

◆집안을 헬스장처럼… 아령·덤벨 매출 ‘쑥’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운동을 즐기는 ‘홈트(홈트레이닝)족’이 늘어나면서 건강과 운동과 관련된 제품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25일 이커머스 G마켓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올해 1~12월 웨이트기구(29%), 헬스용품(47%), 헬스기구(25%), 요가·필라테스 상품(6%) 판매량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집에서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령·덤벨(57%)이나 훌라후프(43%), 근력·스트레칭 밴드(35%)의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외에도 평소 운동시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러닝머신(27%)과 일립티컬(48%), 헬스사이클(34%), 바벨(50%)을 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는 거리두기 2.5단계 실시에 따라 실내운동시설들이 문을 닫으면서 집을 ‘제2의 운동공간’으로 꾸미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홈트 용품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22.1% 신장했다. 세부 품목별로는 아령이 48.7%, 매트·짐볼이 22%, 헬스기구가 138.2% 매출이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을 이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장기화하는 집콕 생활에 집에서도 체중 감량을 하기 위한 용도로 홈트 용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홈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상품의 상표 출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요가매트, 아령, 폼롤러, 케틀벨 등의 상표 출원 건수가 233건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11.5% 증가했다.

 

또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상표출원인 구성을 살펴보면, 개인이 48%(813건)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기업은 39%(677건)로 집계됐고, 이 중 중소기업이 565건으로 전체의 33%에 해당한다.

 

통계청은 “개인사업자 및 중소기업 출원비중이 높은 것은 해당 상품들의 제조와 판매 분야에서 진입장벽이 높지 않으며 이들이 커지는 시장의 수요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홈트레이닝 관련 시장은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중이용시설 접근이 어려워져 당분간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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