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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종마약 검출 184건… 1년새 317%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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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24 12:30:00 수정 : 2020-12-24 13: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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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규제 및 적발을 피하면서도 더 강력한 효과를 얻기 위해 고안된 신종마약류가 국내에서도 유통이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약청정국’이라는 헛된 인식을 탈피해 이를 신속하게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당국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4일 국립과학수사원의 김은미 독성학과장이 최근 한국법과학회에서 발표한 ‘국내 신종마약류 남용현황 및 남용자의 생체시료 중 합성대마류 검출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국내 신종마약류 검출 건수는 2009년 8건에서 지난해 184건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총 적발 건수는 812건에 달한다.

 

국내 신종마약류 검출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9년 8건에서 2014년 108건으로 급격히 증가하다가 임시마약류 지정 제도의 도입(2011년 11월) 등 정부의 규제정책 영향으로 2015년 68건으로 감소했다. 2016년(143건) 이후 2018년(58건)에 이르기까지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지난해 184건이 검출되며 급증했다.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불규칙한 경향을 보이는 셈이다.

 

2016~2019년 4년간 국과수가 검출한 신종마약류는 총 426건으로 이 중 315건(74%)은 합성대마류였다. 이렇게 합성대마류가 신종마약류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신종마약류를 합성대마라 부르기도 한다. 합성대마류는 식물혼합을 흡연할 때 나타나는 효과가 대마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투약 방식은 허브나 대마초 등에 섞어 흡연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해외에서 ‘스파이스(spice)’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합성대마는 미국의 존 윌리엄 허프만(John W Huffman)이 세계 최초로 합성했다. 애초에 허프만은 의료·연구적 목적으로 합성대마를 만들었고, ‘JWH-018’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450여종을 합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JWH 시리즈는 허프만의 이름 약자를 따서 명명했다. 그러나 JWH의 제조법이 외부에 알려진 뒤 이를 모방하거나 발전시켜 새로운 마약류 개발이 증가했다.

 

신종마약류 검출 건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국내에서는 2009년 JWH-018이 최초로 검출된 이후 신종마약류의 적발 및 남용 사례가 늘었다. 김 과장은 “전통적인 마약류와 비교할 때 합성대마류는 등장과 소멸이 해마다 굉징히 빠르게 변화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종마약류는 환각 및 정신착란을 비롯해 방향감각 상실, 공격성, 안구충혈 등 다양한 비정상적 행동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는 신종마약 투약자가 근처를 지나던 행인의 귀를 물어뜯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식인마약’ 혹은 ‘좀비마약’이라 불릴 정도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과장은 “신종마약류는 구조 예측이 불가능하고 위해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음성적으로 제조돼 효과와 강도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투약자가 사망에 이르는 등 폐해가 훨씬 심각하다”고 밝혔다.

 

투약자의 모발 시료에서 검출된 합성대마류의 종류 및 검출 횟수. 대마나 필로폰 등 전통마약류과 달리 1~5년으로 유행 기간이 짧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일반적으로 새로운 신종마약류가 유통되면 표준품 확보부터 분석법을 도출하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제조 방식을 살펴보면 전통마약류는 대형 작업장을 차리고 생산하는 방식이었지만, 신종마약류는 기존 제품의 구조식을 일부 변경해 끊임없이 새로운 마약류를 생산해 내고, 당국의 대응이 이뤄진다 싶으면 또 다른 마약류를 개발해 내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다. 현재 상황이라면 변화하는 마약류 유통 체계를 당국의 대처가 따라갈 수 없는 셈이다. 기존에는 미국이나 유럽 등 처음 고안된 지역에서 유행한 신종마약류가 국내에서 유행하기까지 3~4년이 걸리는 것으로 보고됐으나, 최근에는 더 짧아진 것으로 보인다. 

 

김 과장은 “신종마약류 유통 초기에는 한 가지가 특징적으로 남용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올해에는 새롭게 등장한 다수의 합성대마류가 혼용되면서 비슷한 빈도로 남용되는 특징을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40대 남성 또한 국과수의 분석 결과 대마와 필로폰, 합성대마류의 일종인 ‘5F-MDMB-PICA’ 다양한 마약류 성분이 검출된 바 있다.

 

이렇듯 시시각각으로 신종마약류가 새로이 개발되고 남용되는 만큼 기존의 분석법으로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과장은 “국과수 같은 연구기관에서는 표준품 확보에 걸리는 시기를 단축하고, 분석법 개발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신종마약류의 근절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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