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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부터 전월세 못준다? ‘전월세 금지법’ 사실일까 [팩트체크]

입력 : 2020-12-22 16:00:00 수정 : 2020-12-23 00: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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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붙은 매물 정보. 연합뉴스

“정말 살다가 이런 법은 처음 봤습니다.”

 

“중국에도 북한에도 이런 법은 없습니다. ‘문재인 독재법’입니다.”

 

구독자 60만명인 한 유튜버는 최근 올린 영상에서 이른바 ‘전월세 금지법(주택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내년 2월19일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새 아파트는 전월세가 금지된다. 집 없는 중산층들을 서민층으로 전락시키려는 의도”라며 “국민들이 ‘코로나 백신’, ‘추미애·윤석열 싸움’ 등에 휘말려 이 법이 내년 2월19일부터 시행되는 것도 모르고 있다”고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부동산 카페와 지역 카페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도 이런 내용이 공유되면서 “사유재산인데 위반하면 국가 귀속이라니 사회주의 체제로 가는 건가”, “당장은 서울 위주지만 언젠가 지방도 시행하는 것 아니냐” 등의 의혹과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내년 1월6일까지 입법예고하는 주택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둘러싼 이 같은 의혹들은 과연 사실일까? 국토교통부 답변과 부동산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내년 2월부터 당장 전월세 불가’→‘대체로 사실 아님’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시행령 개정안의 효력이 발생하는 내년 2월19일부터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새 아파트 입주자는 2∼5년인 의무 거주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전월세를 절대 주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당장 두 달 이후부터 전월세가 막히는데 제대로 공지하지 않는 것은 ‘국민 기만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입법예고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내용을 보면 2월19일 이후 ‘입주’가 아닌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을 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22일 “분양 공고가 나오면 입주까지 최소 3~4년의 기간이 걸린다. 현재 적용되는 분양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내년 2월 이후 청약 신청을 하는 국민은 거주 의무가 2년 이상 있다는 걸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정책 목표”라고 말했다. 애초 법 취지가 ‘실거주’할 사람이 분양가상한제 혜택을 받도록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8월 바뀐 관련 주택법에 맞춘 것”이라며 “현재 논란이 될 만큼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실거주 조건을 지켜야 한다’→전혀 사실 아님

 

거주 의무 기간에 전월세가 ‘절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체류, 근무이동, 취업 또는 학업, 질병치료, 혼인 또는 이혼 등 부득이하거나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입주자가 거주한 것으로 간주한다. 국토부 측은 이 경우 전월세를 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거주 의무 위반 시 LH가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대체로 사실 아님

 

거주 의무 기간을 못 채우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먼저 주택을 매입한다는 내용은 사실이다. 다만 국토부는 ‘사유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고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려 한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매입한 주택은 시장에 재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매입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낮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가능성 있다”고 인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지 못한 경우 입주자 최초 매입비용과 동일한 금액으로 LH가 주택을 매입한다. 의무 기간이 5년일 때 3년의 기간이 흐른 후 매매하더라도 가격에 시세상승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이면 분양받을 때 주변 시세보다 낮은 매매가로 이미 혜택을 받았다”며 “의무 거주 기간을 채우지 않았을 때 매입가가 시세를 반영하지 않는 건 혜택에 대한 ‘반대급부’ 성격”이라고 밝혔다.

 

◆‘거주 위반 속이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사실

 

실제로 거주하지 않으면서 거주한 것처럼 속이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이번에 논란이 된 시행령 개정안이 아닌 지난 8월18일 개정된 주택법 제104조에 이미 포함된 내용이다.

 

일각에서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려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 국토부는 “전매제한 위반과 공급질서 교란 등의 양형 기준(주택법 제101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과 비교했을 때 형량 수준이 결코 심하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전월세 제한 확대할 것이다’→전혀 사실 아님

 

현재 정부가 지정한 수도권 322개동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전월세 제한이 적용될 것이라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국토부는 대상 지역 수정은 시행령이 아닌 주택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주택법 제57조의2에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 입주자’인 경우에 거주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토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이번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과도한 제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24번이나 내놓고도 집값을 잡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자유로운 시장 거래를 막았기 때문인데 또다시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편다는 비판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전월세 제한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정책이다. 징벌적 성격이 강해 전국민을 ‘죄인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시상황도 아닌데 자유로운 거래를 막을 필요가 없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공급을 늘리는 게 중요한데 전월세 제한 규제로 공급량이 줄어 오히려 전세난 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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