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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시작’ 알리는 떡국… 새해엔 부자되세요 [김도훈의 맛있는 이야기]

입력 : 2020-12-26 12:00:00 수정 : 2020-12-26 13: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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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添歲餠’… 나이 더해주는 음식이란 뜻
새해 첫날 무병장수와 복 기원하며 먹어
길게 뽑은 가래떡도 장수 의미

中은 ‘쟈오쯔’… 日은 3일간 ‘오세치’ 먹어
美는 노예들이 먹던 ‘호핑 존’ 대표적 음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가 힘들었던 2020년을 뒤로하고 흰소띠의 해인 2021년 신축년을 맞이할 날이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그 어느 해보다도 힘들었던 시기였기에 새해에는 바라는 모든 것들이 이뤄지기를 소망하는 것은 지역, 나라, 인종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즐기는 새해 음식에는 부와 건강, 지혜, 가족 간의 화합 등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 새해 음식 ‘떡국’

우리나라의 새해는 음력을 기준으로 시작된다. 새해가 되면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떡국을 끓인다. ‘설날에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실제로 떡국은 한자로 ‘첨세병(添歲餠)’으로 ‘나이를 더해주는 음식’이란 뜻이다. 어렸을 때에는 이 뜻을 잘못 이해해 일부러 동네형보다 나이를 더 빨리 먹으려고 한 그릇이 아닌 두세 그릇을 먹었던 우스운 추억이 있다.

새해에 떡국을 먹는 풍습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조선시대 역사문헌 ‘동국세시기’와 ‘열양세시기’에는 ‘정조차례와 세찬에 없으면 안 될 음식으로 설날 아침에 반드시 먹었고, 손님이 오면 이것을 대접했다’는 최초의 기록이 등장한다. 떡국은 무병장수와 재물의 복을 기원하는 음식이다. 떡국의 순백은 새해 첫날 일년을 준비하는 깨끗한 마음, 천지만물의 새로운 탄생과 시작을 의미한다. 시루에 쪄서 길게 늘려 뽑은 가래떡은 무병장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예전에는 떡국 떡을 동그랗게 썰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엽전 같아서 부자가 되라는 의미로 여겼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은 떡국에서 유래됐다. 예전에는 꿩으로 만든 국물을 으뜸으로 쳤다고 한다. 하지만 사냥을 하지 않으면 구하기 힘들었기에 비교적 구하기 쉬운 닭으로 육수를 내어 떡국의 국물을 낸 것이 바로 이 속담의 유래가 됐다. 요즘에는 소고기나 사골로 낸 육수를 많이 사용하고 들어가는 재료는 지역, 집집마다 다양하다. 나는 어머니가 멸치육수를 진하게 내어 끓여 주신 떡국을 최고로 친다. 잘 익은 김치를 얹어 먹으면 그 자리에서 나이 두세 살은 후딱 먹게 된다.

 

#아시아의 새해음식

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음력을 기준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넓은 대륙만큼이나 다양한 새해음식이 있는데 ‘쟈오쯔’와 ‘녠가오’가 대표 음식이다. 쟈오쯔는 만두다. 지나간 해와 새해의 교차점이라는 뜻인 쟈오쯔(角子)와 자오쯔(交子·교자)의 발음이 같기 때문에 이 음식을 먹는다. 지역에 따라 삶고 지지고 쪄먹는 등 다양하게 즐기는 쟈오쯔는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기원하는 복의 의미가 다르다. 긴 면은 무병장수, 두부는 무사고, 땅콩은 가족운이다. 녠가오는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먹는 설떡이다. 새해에 좋은 일이 일어나라는 뜻의 녠가오(年高)와 발음이 같으며 떡을 찔 때 절대로 소란을 피우거나 불길한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일본의 새해음식은 오세치. 예로부터 신들에게 1년에 다섯 번 공양하던 제사 풍습에서 유래한 오세치는 3~5단의 찬합에 푸짐하고 보기 좋게 만들어 1월 1일부터 3일간 오세치를 먹는다. 오래 먹기에 주로 국물이 없고 보존성이 높은 음식들로 구성된다. 지역과 집안에 따라 특색 있게 발전한 오세치 요리도 재료마다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 새우는 허리가 굽을 때까지 장수하라는 뜻이고 청어알은 자손의 번영, 다시마는 행복, 멸치는 풍년, 밤은 재물운을 의미한다. 태국은 특이하게도 1월 1일이 아닌 4월 13일이 ‘송끄란’이란 신년 명절이다. 태국력에 따른 태국 전통 설날로 이 기간에는 카우채라는 음식을 먹는다. 자스민 꽃을 우린 물에 밥 그리고 다양한 찬을 함께 먹는 음식으로 하늘의 보우를 기원하는 음식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부귀를 기원하는 ‘위쌍’, 베트남에서는 한 해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바인쯩’, 인도는 양력, 음력, 힌두력 등 각 주마다 새해가 다 다르지만 보통 공통적으로 복을 기원하는 ‘두드 키츠리’라는 우유죽을 먹는다.

호핑 존

#서양의 세계음식

넓은 영토와 함께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살고 있는 미국 역시 지역별로 다양한 새해 음식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호핑 존’이다. 동부 콩(검은색 반점이 있는 콩), 쌀, 돼지고기(베이컨)에 양파 등 채소를 몽땅 썰어 향신료와 함께 볶은 요리인 호핑 존은 남부 지방의 노예들이 먹던 음식에서 유래한 새해 음식이다. 대표적인 새해음식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재료 하나하나가 철저하게 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검정콩은 동전, 케일·순무 잎 등의 푸른 채소는 지폐의 푸른색을 뜻한다. 지역에 따라서 음식에 진짜 동전을 넣기도 한다고 한다. 식사를 하다 이 동전을 발견하면 그해는 항상 행운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는 코테키노 콘 렌티치라는 돼지족발로 만든 소시지와 함께 렌틸콩을 곁들인 요리를 먹는다. 이탈리아에서는 땅을 긁지 않는 돼지를 먹으면 한 해를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긁는다는 뜻의 단어 ‘스크래치(Scratch)’에 ‘궁핍하게 살아간다’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렌틸콩 역시 풍요와 번영을 상징한다. 스페인에서는 포도 12알을 먹는다. 스페인의 오랜 기간 식민지였던 멕시코에서도 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새해를 알리는 시계탑 종소리에 맞춰 종이 한 번 울릴 때마다 포도를 한 알씩 먹으며 소원을 빈다. 이 포도는 1년 열두 달을 뜻하고 포도 한 알 한 알 먹을 때마다 그해의 소원을 빈다. 러시아에서는 귤, 그리스에서는 바실로피타, 스위스에서는 퐁듀, 프랑스에서는 갈레트 데 루아, 영국에서는 민스파이 등을 먹는다.

각양각색의 새해음식들이 존재하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그 마음만은 같을 것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올 한 해가 힘들었던 만큼 2021년에는 코로나19가 물러가고 새해에 비는 모든 소망들이 이뤄어지기를.

김도훈 핌씨앤씨 대표 fim@fim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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