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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으로 설문 ‘온택트’ 조사… 대면 못지않은 품질 가능” [탐사기획-위협 받는 ‘통계 첨병’]

, 탐사기획 - 위협 받는 ‘통계 첨병’

입력 : 2020-12-18 06:00:00 수정 : 2020-12-20 14: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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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비대면 시대 통계조사 방향은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
통계는 국가 인프라… 너무 신경 안 써
선거 여론조사처럼 가상번호 허용을
예산 턱없이 부족… 3~4배 더 늘려야
응답률·정확성 높이려면 혜택 상향을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
설문량 너무 방대… 조사 난도 낮춰야
디지털 뉴딜 외치면서 비용문제 외면
민간 A급 조사원 월급 200만원 안 돼
처우 등 개선돼야 전문성 확보될 것

최연옥 통계청 조사관리국장
조사관에 폭언 빈번… 안전대책 검토
비대면 조사 강화 위해 센터 추진 중
사생활 침해 등 민감항목 삭제 필요
통계 중요성 커져 데이터 품질 높여야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한국통계학회 회장),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 최연옥 통계청 조사관리국장(왼쪽부터)이 16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본사에서 통계조사 현실과 통계조사가 나아갈 방향에 토론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 통계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정보를 담은 국가통계는 나라의 경쟁력을 가른다. 그렇지만 국내 통계 조사 환경은 열악하다. 조사환경 악화와 불응률 상승, 그에 따른 통계 정확성 하락 우려는 통계청은 물론이고, 통계업계 전반이 안고 있는 문제다. 국가통계를 바라보는 정부 당국자들의 눈높이도 그리 높지 않다. 그러다보니 국가통계를 조사하는 통계조사관을 위험한 환경에 몰아넣고, 최저임금 수준의 대우를 하면서 통계를 작성해나가는 현실을 방치하고 있다. 국가통계 조사의 수준이 이 정도에 불과하다보니 민간 조사의 현실은 더 처참하다. 세계일보는 16일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한국통계학회 회장),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 최연옥 통계청 조사관리국장과 대담을 갖고 통계조사 현실과 통계조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토론했다.

<아래는 토론회 문답>

―통계조사관들 안전문제나 처우 등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최연옥 통계청 조사관리국장(이하 최 국장)=“조사환경이 과거에 비해 굉장히 어려워졌다. 일선 통계조사관들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우선 조사관에게 폭언, 폭력을 행사하는 등 조사관에게 위해를 가하는 부분에 대해 제도적으로 안전대책을 세우려고 한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조사총괄본부장(이하 김 본부장)=“자료수집의 가치에 대한 인정이 충분하지 않다. 민간 조사기관은 더 열악하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을 이야기하면서 정보, 데이터 가치에 대해 강조하는데 실제 그 바탕이 되는 자료수집의 과정에 근본적인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다.”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한국통계학회 회장, 이하 김 교수)=“국가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하고, 언론이 보도하는 모든 과정이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정치권이나 정부는 통계가 대충 데이터를 모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데이터가 쉽게 모이지 않는다.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조사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얻으려면 국가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막연하게 통계청에만 떠넘길 문제가 아니다.”

―응답자의 조사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꾸준히 이어진다.

△최 국장=“사생활 침해 등 민감한 항목들은 되도록 문항을 없애도 되는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통계 이용자들이 있고, 문항을 요구하는 정부부처가 있다. 수요를 무시하고 만들 수는 없다. 통계청은 중간에서 응답 가능성, 수요를 잘 조율해서 설계한다. 가능하다면 행정자료 등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 본부장=“설문량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연구자 입장에서 조사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많은 문항을 넣고 싶은 것인데, 설문량을 조사 목적에 맞게 줄일 필요가 있다. 조사 난이도를 낮추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비대면 조사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조사환경을 어렵게 만들었다.

△최 국장=“민간부문은 상대적으로 비대면 조사를 잘 활용하고 있다. 통계청도 최근에 비대면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사업체조사는 점차 비대면 조사를 강화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통계청에 비대면 조사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김 교수=“이번에 진행된 인구주택총조사도 인터넷이나 전화 조사를 먼저 진행하고, 참여하지 않는 대상자에게 방문하는 방식으로 했다. 해외에서도 그렇게 진행한다. 특히 선거 여론조사에서 사용되는 가상번호 사용을 통계조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거 여론 조사는 가상번호 사용이 되는데, 중요한 정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통계조사는 가상번호를 못 쓰는 상황이다. 입법이 필요하다. 가상번호를 이용하게 되면 일단 대면 없이 해당 가구에 접촉을 할 수 있게 된다.”

△김 본부장=“응답자 편의를 고려한 방식으로 조사가 돼야 한다. 대면 방식만 고수할 게 아니라 대면으로는 기본적인 정보만 파악하고, 이후에는 온라인 등을 통해 응답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설문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 문항에 음성이나 동영상을 더할 수도 있고, 설문지를 화상으로 함께 보면서 조사할 수도 있다. 비대면 조사로도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지난달 24일 황모(53·여) 통계조사관이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위해 현장조사를 하는 모습. 이제원 기자

―빅데이터와 AI 등 통계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김 교수=“정부에서 디지털 뉴딜 사업을 하고, 데이터 댐을 만든다고 하는데, 행정 데이터, 사회과학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은 문제다. 음성, 통신 등 이런 비정형 데이터가 있고, 전통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정형 데이터도 중요한데 그 부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최 국장=“통계조사에서 나온 사회과학 데이터도 매우 중요하다. AI도 학습을 시키려면 데이터로 학습을 시켜야 하는데 실제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는 데는 관심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김 본부장=“정책적 관점에서 볼 때는 정량 데이터가 핵심이다. 빅데이터는 계층별, 인구학적 특성별로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정책관점에서 분석적으로 접근하는데 제한적이다. 데이터 댐이 당장 정책적 관점에서는 크게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김 교수=“이른바 빅데이터라고 하는, 행정자료를 활용해 새로운 통계를 개발하는 방향이 맞다. 다만 행정자료가 모집단에 편향성이 없는지, 오류가 없는 데이터인지 등에 대한 품질 검증이 이뤄져야 하고 개인정보보호 문제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최 국장=“행정자료와 조사를 통해 대표도를 높이는 통계를 만들고 있다. 행정자료는 정확한 부분도 있고,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 행정자료가 만병통치약처럼 이야기되지만 엄청난 정제작업이 필요하다.”

―통계 품질을 높이려면 예산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김 교수=“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가 직접 해외 주요국이 통계 생산에 투입하는 예산과 우리나라에서, 각 정부부처가 통계 생산에 쓰는 예산을 한번 비교해 봤으면 좋겠다. 현재 통계청에 투입되는 예산의 2배도 모자라고 3∼4배가 더 있어야 한다. 조사 불응률을 낮추고, 정확성을 높이려면 응답자에게 주는 인센티브도 높여야 한다. 가계동향조사가 매일 가계부를 쓰는 일이다. 지금 10만원(상품권)을 지급한다. 그것도 올린 것이다. 2배, 3배 올려야 한다. 국민들이 애국심이 투철하고 나랏일이니깐 힘들어도 도와줘야지 하는 시대가 아니다. 세상이 바뀌었다.”

△김 본부장=“민간조사 환경은 통계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열악하다. 통계 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표본 단가 비용이 약 20만원 정도라고 한다면 한국리서치가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 ‘주거실태조사’ 표본 단가가 2만원이다. 조사원들도 4대 보험을 적용받고, 상여금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최저임금이 보장돼야 조사를 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된다. 민간에서 가장 활발히 일하는 A급 면접조사원이 한 달에 200만원을 벌기 쉽지 않다. 나머지 대다수는 10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고 수시로 교체된다. 처우도 문제지만 면접원의 전문성 문제도 크다. 통계조사 단가가 20년 넘게 제자리다.”

△김 교수=“국가 승인 통계 중 10%만 통계청에서 작성되고 나머지 90%는 통계청 이외 정부부처 등에서 작성된다. 주거실태조사는 정말 중요한 조사인데도 예산이 형편없다. 통계청이 하는 10% 통계를 제외하고 나머지 90%는 진짜 열악한 상황에서 작성되고, 실제 문제가 있는 통계도 있다. 품질 진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통계라는 건 국가 인프라다. 다리, 도로, 공항 못지않은 중요한 이슈다. 그런데 신경을 너무 안 쓰고 있다.”

△최 국장=“통계조사를 발주할 때 예산에 맞춰서 발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가입찰 제도도 문제다. 통계조사가 제대로 응답을 받으려면 여러 번 만나야 한다. 그런데 적은 예산에 맞춰서 여러 번에 걸쳐 조사해야 하는 사안을 한두 번 조사하고 마는 식이다. 부실 조사가 될 수밖에 없다.”

―통계청, 정부 불신도 통계조사 환경을 어렵게 한다.

△김 교수=“통계청 독립이 중요하다. 응답자 중에는 정치적으로 특정 정파에 가까운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조사자료가 혹시 오용되지 않을까 불신하면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다른 정부부처는 다 못 믿어도 통계청은 믿을 만하다. 통계청만은 정권이 바뀌든, 대통령이 누가 되든 상관없이 진짜 통계를 작성한다’는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 통계청이 정치 바람을 탄다고 느끼면, 응답자들은 응답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사 대상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통계조사에 응하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서 긍정적으로 활용이 된다고 느끼고, 조사 참여 자체에 자긍심을 느낄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담=박영준 기자, 정리=김범수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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