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 있는 소형 임대아파트를 둘러보며 “어린아이 두 명도 가능하겠다”, “공간 배치가 아늑하다” 등 호평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을 기념해 올 6월 준공한 행복주택 단지를 찾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LH사장 자격으로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동행했다.
이 자리에서 변 후보자는 문 대통령에게 “전용면적 41㎡(12평) 복층형은 공공임대주택 최초로 복층형으로 만들었다”며 “44㎡(13평) 투룸형은 자녀 있는 가족이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12평 복층형 아파트를 둘러보던 중 변 후보자가 “베란다는 부부가 같이 커피를 마시고 쉴 수 있는 공간” 등 설명하자 “아기자기한 공간이 많다”며 “젊은 신혼부부 중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창밖) 시야가 확 트였다”고도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44㎡ 투룸형 아파트로 이동했다. 변 후보자는 “방이 좁기는 하지만, 아이가 둘 있으면 위에 한명, 밑에 한 명 둘 수 있다”고 설명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신혼부부에 아이 한 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 두 명도 가능하겠다”고 했다고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침실과 베란다를 둘러본 뒤에는 “여러 가지 공간 배치가 진짜 아늑하기는 하다”며 거실 식탁에 앉기도 했다.
이 행복주택 단지에서 일반적인 평형은 16㎡(450세대)와 26㎡(490세대)로 사실상 원룸이다. 문 대통령이 “아늑하다”고 표현했던 44㎡ 평형은 이 단지에서 총 308세대(18.8%)로 임대료도 높은 편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관련 기사 댓글난과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13평 투룸이 그렇게 만족스러우면 직접 그곳에 살며 솔선수범하길 바란다”, “본인들은 주택을 소유하면서 국민에게는 소유하지 말란 말인가”,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 등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냉소적 반응에는 집값 폭등, 전세난 등으로 악화한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은 2025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40만호를 확보하고, 중형 임대주택 6만3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런 기본적인 주택에서 조금 더 안락하고 살기 좋은 중형아파트로 옮겨갈 수 있는, 굳이 자기 집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임대주택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주택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잘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과감한 재정 투입 등 여러 가지 발상의 근본적 전환을 해야 할 시기”라고도 했다. 이에 변 후보자는 최근 부동산 사태와 관련해 “아주 좋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좋은 기회”라고 호응했다.
한편 청와대는 ‘아이 두 명도 가능’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의 단정적 표현이 아닌 ‘질문’이었다고 바로잡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다음날 오전 문자메시지를 통해 “대통령의 워딩은 질문이었고, 변 사장의 다음 언급은 ‘네’라는 답변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본뜻은 주거 취약계층과 중산층에 희망을 주려던 것”이었다고 유감을 표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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