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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저병 강한 고추·라이코펜 함량 높인 토마토… 신품종 등록 길 열린다 [농어촌이 미래다 - 그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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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11 02:00:00 수정 : 2020-12-10 20: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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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종자원, 신품종 심사기준 마련
육종가, 병충해 저항성·기능 개선해도
그간 심사기준 없어 품종 등록 못해
종자원, 2021년까지 29종 심사기준 결정
“농가 소득·소비자 선택권 확대 기대”

‘칼라짱, 칼라킹, 탄저박사, 방탄신화, 감동백배, 무한질주….’

고추도 이름이 있다. 풋고추, 청양고추, 오이맛고추 하는 뭉뚱그린 이름이 아니라 고추마다 자신의 개성을 담아낸 빛깔 고운 이름이다. 고추 품종 이야기다.

10일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1998년부터 올해까지 종자원에 출원된 고추 품종은 632개에 달한다. 저마다 모양, 빛깔이 다르고, 특성이나 성분이 다른 고추들이 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종자원에 출원된다. 소비자들에게까지 전달되지는 않지만 귀한 이름이다.

품종 이름에 ‘칼라’가 들어가는 고추 품종은 고추 재배에 치명적인 ‘칼라병’에 강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칼라병의 정식 명칭은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잎이 오그라들고 새순이 말라 죽는다. 줄기가 뒤틀리고 과실에 얼룩무늬나 기형이 생기는 것도 특징이다. 무엇보다 바이러스 특성상 농약으로 잡을 수가 없어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이다.

탄저박사같이 ‘탄저’가 들어가는 이름은 곰팡이병인 ‘탄저병’에 강하다는 의미다. 고추 탄저병은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매년 13% 이상의 피해 과실률을 기록했으나 탄저병 저항성 품종 등이 보급되면서 피해 과실률이 2%대로 줄었다.

종자업체와 육종가에서 품종 개량과 교배 등을 통해 저마다 새로운 품종을 만들고 병저항성을 홍보하지만 이를 실제 검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칼라병으로 고추 농사를 실패한 고추 재배 농가에서 ‘칼라’라는 이름이 들어간 품종을 산다고 해도 해당 품종이 정말 칼라병에 강한지 알기 위해서는 실제 재배해 보기 전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품종의 길이나 모양, 색깔 등 겉으로 드러나는 특성 위주로 출원 접수와 등록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병저항성 품종, 기능성 성분이 포함된 품종의 출원이 늘고 있다. 고추라고 하면 탄저병에 강하다거나, 콩이라면 단백질 성분이 더 높고, 들깨에는 지방산 함유량이 더 높은 품종을 개발해 출원하는 식이다.

종자원이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한 달간 종자업체, 육종기관 150곳을 대상으로 병저항성 및 기능성 심사기준 관련 수요조사를 한 결과 병저항성 분야에선 덩굴쪼김병, 바이러스병, 탄저병, 흰가루병 등 31가지에 대한 신품종 수요가 접수됐고, 기능성 분야에서는 단백질과 라이코펜, 캡사이신 등 32가지에 제안이 들어왔다.

종자원은 과학적·기술적 타당성, 공인 분석법, 분석여건 등 전문가 협의(6~11월)를 거쳐 병저항성 부분에서는 올해부터 2년 동안 9작물 23가지에 대해, 기능성 분야에는 내년까지 6작물 6가지에 대해 심사기준을 설정하기로 했다.

올해는 우선 고추에서 역병과 탄저병, 토바모바이러스,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CMV),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까지 5개 종에 내병성 심사기준을 만든다. 멜론의 덩굴쪼김병, 흰가루병, 토마토는 시들음병, 뿌리썩음병, 토마토황화잎말림바이러스(TYLCV), TSWV 등에서 다른 품종과의 ‘구별성’을 심사하는 기준을 만든다. 내년에는 벼·수박·오이를 내후년에는 상추·양배추·콩에 대한 내병성 심사기준을 만들 예정이다.

기능성 분야에서는 올해는 콩에 함유된 단백질, 들깨에 함유된 지방산, 토마토의 라이코펜,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 등에 대한 심사기준을 만들었다. 내년에는 고구마에 함유된 전분, 메밀에 포함된 루틴에 대한 심사기준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콩에 들어간 단백질 함유량을 통해 다른 품종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토마토에 함유된 라이코펜 함량 등이 다른 품종과 두드러진 차이를 나타내면 신품종으로 인정을 받는 식이다. 태국이나 스페인 등 외국에서 건너온 매운 고추들보다 캡사이신 함량이 높은 고추를 개발하면 신품종으로 인정받게 된다.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캡사이신 성분은 높이고 맵지는 않은 고추 품종을 개발해 신품종으로 등록하는 것도 가능하다.

종자업체와 육종가, 연구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앞서 탄저병에 강한 고추 품종을 개발한 고추 육종업체 ‘고추와육종’ 윤재복 대표는 “특정 병에 견딜 수 있는 새로운 고추 품종을 육종해서 품종보호 등록을 하고자 했으나 해당하는 심사기준이 없어 여러 번 품종등록을 미룬 것이 사실”이라며 “기존 고추 품종에 병저항성을 추가해 복합 저항성 품종을 만드는 육종 목표를 가지고 있고 품종등록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는 “육종 목표를 이야기할 때 크게 생산량과 병해충 저항성, 품질을 꼽는데 생산량과 병해충 저항성은 농민에게, 품질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더 중요한 형질”이라며 “최근 항암배추, 항당뇨고추 개발 등 육종의 큰 흐름이 기존의 생산량이나 병해충 저항성에서 기능성으로 옮겨가는 단계인 만큼 기능성에 대한 신품종 심사기준이 마련되면서 기능성 품종이 많이 개발되고 활용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종자원 관계자는 “기존에 육종업체 등에서 자체적으로 ‘탄저병 저항성이 강하다’는 문구 등을 써왔다면 앞으로는 종자원 심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내병성이나 기능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라며 “농가는 원하는 품종을 선별해 재배할 수 있어 비용 절감이나 소득 증대 효과가 기대되고, 소비자는 기능성이 높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선택권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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