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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 ‘햄릿’ 공연
오필리아는 남성이 연기 ‘파격’ 시도

선왕의 갑작스러운 서거 후 조사위원회가 꾸려지고 사건은 ‘합리적으로’ 일단락된다. 왕위 계승서열 1위 햄릿 공주를 제친 숙부 클로디어스가 왕위를 계승하고, 어머니인 왕비 거트루드는 그와 재혼한다. 선왕의 장례식과 새 왕의 결혼식이 교차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혼란에 빠진 햄릿은 선왕의 죽음에 대한 의심을 하고, 미친 척 연기를 하다 진실을 파악하고 복수를 꿈꾼다. “사느냐, 죽느냐? 뭘 고민하세요? 그냥 죽어요!”

 

국립극단 70년 역사상 세 번째 ‘햄릿’이 무대에 오른다. 고뇌의 주인공 햄릿을 여성이 맡고 불운한 오필리아는 남성이 연기하는 파격이 시도된다. 연출 부새롬, 각색 정진새, 무대 여신동 등 연극계가 주목하는 창작진이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으로 1년여 동안 준비한 작품이다.

 

우리나라 ‘햄릿’의 역사는 195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란지 대구에서 고 이해랑 연출작으로  국립극단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극단 신협에서 이 명작을 최초로 선보였다. 국립극단에선 2001년 국립극단 출신 탤런트 김석훈이 주인공을 맡아 처음 선보였다. 국립극단 햄릿의 두 번째 무대는 2007년도. 칼 대신 총을 든 독일 연출가 옌스-다니엘 헤르초크의 ‘테러리스트 햄릿’으로 많은 화제를 낳아 이듬해 재공연까지 됐다. 

 

이후 12년 만인 이번 ‘햄릿’은 역시 배경을 현대화하면서 ‘햄릿 공주’로 성별을 바꿨다. 역시 왕위계승자이면서 해군 장교 출신으로 ‘엘시노어성에 갇힌 고뇌하는 영혼’이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복수자’로 그려진다. 배우 이봉련이 광기어린 연기로 남녀 이분법적 세계관을 지워버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햄릿의 깊은 심연을 객석에 보여준다. 

 

또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진상조사위원회’의 편향된 진상조사는 진실을 은폐하거나 일면만을 부각시키려는 권력자의 욕망을 드러내며 진실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허무하게 만들기도 하고 목숨 또한 앗아간다.

 

부새롬 연출은 여성 햄릿을 내세운 데 대해 “햄릿이 여성이어도 남성과 다를 바 없이 왕권을 갖고 싶고, 복수하고 싶고, 남성과 같은 이유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성별을 넘어 단지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 작품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초 지난달 27일부터 한 달간 공연 예정이었으나 공연장소인 명동예술극장에서 지난 10월 불이 나면서 그 복구에 시간이 걸려 17일부터 단 열흘만 공연된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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