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에서 선으로, 선에서 점으로. 아름다움의 본질로, 세상의 이치로 더 가까이 다가가려 했던 많은 예술가들이 결국 닿은 곳이다. 한국에서 이우환이, 100년 전 바실리 칸딘스키가 그랬다. 공간을 나눠 면으로 표현했다가 다시 면을 쌓아 공간으로 나아가는 마법을 공식으로 만들어, 공책 위에 춤추는 곡선을 만들어내곤 했던 것이 미적분임을 떠올리면 분명해진다. 수학은 예술의 또 다른 이름이다.
대전 시립미술관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전비엔날레 2020: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는 과학과 예술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예술 현장을 보여준다.
화가가 붓에 물감을 묻혀 캔버스 위에서 움직이듯, 컴퓨터 과학자가 수학 공식을 만들고 그 공식을 컴퓨터에 움직이자 컴퓨터는 창조적 추상화를 프린팅해냈다. 이주행 작가의 디지털 프린트 작품 ‘라인 그리드’ 시리즈는 규칙적인 듯 불규칙한 선과 색,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화면으로 황홀함을 선사한다. 전통적 수학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정형적인 패턴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비정형적 패턴의 세계가 캔버스에서 만난 결과다.
대덕연구단지의 현직 연구원인 이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컴퓨터 과학자이자, 이를 이용해 틈틈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로 소개한다.
어린 시절,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지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는 그는 결국 ‘코드 페인터(code painter)’가 됐다.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어렵게 받아들일지 모를 이들에게 그는 강조한다. “인공지능은 그림을 그리는 색다른 도구를 넘어,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열고 창작의 영감을 주는 혁신적 도구다.” 전시는 6일까지.
대전=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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