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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는 어디든 가고 싶다” [갈길 먼 장애인 접근권]

입력 : 2020-12-03 06:00:00 수정 : 2020-12-03 07: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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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세계 장애인의 날’
음식점·카페 등 턱·계단에 막혀
경사로 있어도 가팔라 포기 일쑤
장애인 접근권 여전히 갈길 멀어

“일상에서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편의점도 턱이 있어서 못 가는데요. 카페는 평소에 갈 생각도 안 했어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인근에서 만난 휠체어 이용 장애인 배재현(41)씨는 적게는 한 계단, 많게는 다섯 계단 위에 있는 상점 출입구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배씨는 “외출을 할 때면 들어갈 수 있는 장소를 미리 정해놓고 가야 한다”며 “장애인 화장실까지 구비된 곳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배씨와 함께 대학로 일대를 둘러본 결과, 카페 25곳 중 11곳(44%)만이 휠체어를 이용해 출입할 수 있도록 경사면을 설치하거나 단차를 없앴다. 편의점은 7곳 중 1곳(14%)만이 휠체어를 이용해 들어갈 수 있었고, 음식점은 대부분 출입문에 경사로가 존재하지 않아 접근하기 어려웠다. 배씨는 “길을 다니다 보면 ‘조금만 배려해줘도 들어갈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며 “경사로가 설치돼 있더라도 각도가 너무 가팔라 들어갈 엄두를 못 내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턱과 계단 같은 걸림돌이 치워져 장애인들이 모든 건물을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는 날은 언제 올까. 유엔이 장애인의 권리 신장과 인권 회복을 촉구하는 ‘세계 장애인의 날(12월3일)’을 지정한 지 올해로 28년이 흘렀다. 그러나 국내 장애인들은 여전히 턱 없는 출입구를 찾기 위해 먼 길을 헤매야 하는 ‘피로 사회’에 살고 있다.

유엔은 장애인권리협약을 통해 “장애인의 자립과 참여를 위해 도시·농촌 지역 모두에서 대중에게 개방 또는 제공된 기타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을 보장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회원국들에게 권고한다. 아울러 ‘접근성에 대한 장애와 장벽을 식별하고 철폐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최윤영 백석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여전히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더딘 상황”이라며 “접근권은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건물 등에 대한 접근권은) 노인이나 유모차를 끄는 부모 등에게도 적용되는 보편적 권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보편적 디자인을 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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