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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기묘 입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밀착취재]

입력 : 2020-12-06 10:00:00 수정 : 2020-12-06 1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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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자 기다리는 서울고양이입양카페 유기묘들

이슬, 힘찬, 두리, 맥스, 콩떡, 찰리, 떡밥, 머랭. 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카페 입구 유리창에 붙어 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다들 유기묘다. 버려진 고양이들이다. 반려자를 찾고 있다. 11월 중순 서울 구로구 서울고양이입양카페를 찾았다. 입주한 고양이 8마리 중 코리안숏헤어종인 새끼 고양이 머랭은 입양신청자가 있다고 적혀있다. 지금쯤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올해는 지금까지 27마리가 입양됐어요. 경기도 양주에 있는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로 직접 가서 입양할 친구들을 데리고 옵니다. 데리고 오면 격리실에서 2주간 있구요. 아픈 데가 있는지 잘 살펴봅니다. 종합 백신과 광견병 주사도 맞구요. 그러고 나서 여기 카페로 와요.” 서울고양이입양카페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송민수 주무관이 말한다. “입양카페는 올해부터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어요. 11마리까지 있을 수 있는데 현재 8마리가 있어요. 새끼 고양이 머랭이는 입양 예정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이곳에 와 청소를 합니다. 사료 주고 놀아주고 발톱도 깎아주고 건강 상태도 체크하구요. 고양이 입양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합니다.”

두리가 낳은 아기 고양이 콩떡은 가족 모두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지 않은 가정에 어울리는 고양이다. 콩떡의 어미인 두리는 낯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잘 따르는 성격의 애교냥이다. 검정 반, 분홍 반 색깔의 코가 매력적인 아기고양이 머랭은 입양신청자가 있다. 케이지 채로 버려졌던 찰리는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가 많지만 겁이 조금 있는 편이다. 우측 턱뼈 골절 등이 있었던 암컷 이슬이는 현재 많이 호전돼 편안한 환경에서 잘 보살펴 줄 수 있는 가정이 적합하다. 직설적 성격의 페르시안 친칠라종인 힘찬이는 고양이와 많은 세월을 보낸 가정에 적합하다. 기력이 없고 빈혈, 황달로 인해 응급동물병원에서 치료받고 카페로 넘어온 수컷 맥스는 조용하고 얌전해 숨숨집에 숨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 너무 어려 성격 파악이 어려운 아기 고양이 떡밥은 친화력이 좋고 장난기가 많다. 위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콩떡, 두리, 머랭, 찰리, 이슬, 힘찬, 맥스, 떡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현재 카페는 예약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카페 홈페이지를 통해 입양하고 싶은 고양이를 선택한 시민들이 직접 찾아온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직접 보고 스킨십까지 할 수 있어 카페가 좀 더 자유로운 공간이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여기 있는 두리와 콩떡이는 모녀지간이에요. 지난 7월에 두리가 이곳에 입소했을 때 새끼를 배고 있는지 몰랐어요. 이곳에서 새끼 두 마리를 낳았는데 콩떡이와 팥떡이란 이름을 지어줬어요. 수컷인 팥떡이는 입양돼 지금은 없어요. 하나만 데려왔는데 두 생명이 덤으로 구해진 거죠. 여기 있는 애들도 다들 친하지는 않아요. 그룹이 나뉩니다. 운동할 때도 친한 사이끼리 있어야 됩니다. 아니면 힘들어져요. 페르시안 친칠라종인 힘찬이는 혼자 있길 좋아해요. 운동할 때도 혼자서 주로 하구요. 교통사고로 안와골절 등이 있었던 이슬이는 주로 케이지 안에 있으려 합니다. 잘 돌아다니지는 않아요.”

찰리 등 입소 고양이들이 카페 바닥을 돌아다니며 운동하고 있다.
어미 두리가 새끼 콩떡이의 몸을 핥아주고 있다. 콩떡이는 두리가 이곳 카페에 와 낳은 새끼다. 다른 새끼 팥떡이는 입양됐다.

바로 옆 건물인 서울반려동물교육센터에서는 고양이 TNR(포획·중성화수술·재방사를 의미하는 Trap·Neuter·Return)도 병행하고 있다. 중성화수술을 받은 고양이들은 자신의 원래 보금자리로 돌아가기 전 1∼3일 정도 보살핌을 받는데 그동안 자원봉사자들이 돌봐준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요. 유기견은 많이 들어봤는데 유기묘는 들어본 적이 없어 왔어요. 이번이 3번째입니다.”, “1365 자원봉사포털 보고 봉사활동하러 왔어요.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어요.” 고양이는 중성화수술이 끝나고 원래 살던 곳으로 가기 전에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먹이도 주고 잠자리도 잘 교체해주고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봉사자들은 중성화 개체 기록지에 사료와 물을 때에 맞춰 먹었는지, 대변은 잘 보았는지 꼼꼼하게 기록한다. 수술 당일과 수술 후 3일까지 관리된다. 건강을 회복한 고양이들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송민수 주무관이 머랭을 운동시키기 위해 케이지에서 꺼내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서울반려동물교육센터 회복실에서 먹을 것을 주고 잠자리를 갈아준 뒤 중성화 개체 기록지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서울고양이입양카페 안쪽 유리문에 ‘묘한 인연 되어 보실래요’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카페 안엔 “묘한 인연 되어 보실래요. 평생 함께할 가족 여기서 만났다냥!”이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있다. 지나던 한 시민이 문을 똑똑 두드리며 유기견에 대해 물어본다. 송 주무관이 여긴 유기묘를 입양하는 곳이라고 얘기한다. 유기묘는 아직 생소한 단어다.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단어 선택이 이뤄졌듯이 시민들의 동물권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 반려견도 있고 반려묘도 있다. 작년 한 해만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서 구조한 유기묘는 2700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주변엔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할 동물들이 꽤 많다. 적절한 환경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권리도 있다. 현재 머랭은 입양됐고 나이 어린 단풍과 메시가 왔다. 메시는 “승기야∼ 몇시고?”의 고양이와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다. 새로운 삶이 계속되고 있다.

 

글·사진=허정호 선임기자 h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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