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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제주 청년, 장기기증으로 7명에 새 삶 선물하고 떠나 [S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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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7 06:00:00 수정 : 2020-11-26 18: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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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이혼으로 외로움 겪게 만들어 미안…
좋은 일 하고 갔으니 하늘에선 편히 쉬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배달 물량이 크게 늘고 그에 따라 배달 인력도 많이 바빠졌다. 제주도가 고향인 청년 노승찬(20·사진)씨 역시 최근까지 배달 대행 일을 하며 여기저기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랬던 그가 지난 20일 새벽까지 업무를 하다가 빗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며 사고를 당했다. 안전모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크게 다친 노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을 때 이미 뇌손상이 심각했고 끝내 뇌사 상태가 됐다.

 

2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전날(25일) 노씨 가족의 결단에 따라 강남성심병원에서 장기 기증 절차가 진행됐다. 건강했던 스무살 청년은 심장, 폐장, 간장(분할), 췌장, 신장(좌·우) 7개의 장기를 기증, 총 7명의 이웃에게 새 삶을 선사하고 그렇게 천사가 되어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고인은 2000년 7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밝고 즐거운 성격으로 어린아이들이 따라다닐 정도로 웃음을 주는 젊은이였다. 피아노를 치며 노래 부르는 것을 즐겼고, 또 사교성이 좋아 늘 주변에 친구가 많았다고 한다.

 

“승찬이는 밝고 활발했고, 장난기가 많아서 같이 있으면 늘 즐거운 친구였어요. 우리가 함께한 순간 평생 잊지 않고 기억할 거고, 하늘나라에서 편히 잘 쉬길 바랍니다.”(친구 송진우씨)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떠나보낸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해. 나중에 만나면 그때 웃으면서 보자.”(친구 정승민씨)

 

참으로 어려운 결심을 한 고인의 부친 노상열씨는 “할머니가 병환 중일 때 병원에서 간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뇌사가 다시는 깨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래서 기증을 결심할 수 있었다”고 가까스로 심경을 털어놓았다.

 

아버지 노씨에 따르면 고인은 부모의 이혼으로 어릴 때부터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렸다고 한다. 지금도 아버지가 몹시 미안하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평소에 먹는 것, 입는 것 제대로 신경쓰지 못한 게 그토록 후회스러울 수 없다. 마침내 찾아온 이별의 순간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말 없이 누워 있는 아들한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우리가 부모 자식의 인연으로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난다면 지금처럼 후회를 남기지 않을게. 좋은 일을 하고 가는 것이니 하늘나라에서도 편안하게 지내길 바란다. 다시 만날 때는 승찬이가 아빠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아버지 노씨)

 

그는 누군지 모르지만 아들 장기를 받은 수혜자들에게도 “아팠던 고통에서 벗어나서 사회에서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분께 다른 선행을 베풀어주며 살아가 주길 바란다”라는 당부를 전했다.

 

고인의 장기 기증을 담당한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동주현 코디네이터는 “스무살의 어린 친구가 뇌사로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고, 힘든 상황에서도 아버님이 생명 나눔에 동의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젊고 건강한 청년이어서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빈소는 강남성심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9일이다. 충북 청주 목련공원에서 영면에 들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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