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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유물과 함께 로마 박물관에 날아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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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6 12:00:00 수정 : 2020-11-26 11: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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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유물 훔친 美 여성… 3년 만에 반납

 

한 미국인 여성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훔친 유물을 3년 만에 돌려보내며 정중하게 사과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립로마박물관은 최근 해외에서 발송된 커다란 소포를 받았다. 그 안에는 고대 로마의 대리석 조각이 들어 있었다. 조각에는 ‘샘에게. 사랑하는 제스가. 2017년 로마에서’라는 낙서가 적혀 있었다.

 

소포에는 제스라는 여성이 “나는 멍청한 미국인”이라며 용서를 구하는 내용의 편지가 동봉돼 있었다. 제스는 “명백히 내 것이 아닌” 물건을 가져갔기 때문에 돌려주려고 한다면서 “나는 이것을 훔쳤을 뿐 아니라 이렇게 사과글까지 쓰게 돼 몹시 괴롭다. 커다란 실수였다. 어른이 돼서야 얼마나 경솔하고 비열한 행동이었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제스는 검은색 마커펜으로 적은 낙서를 지우려 했지만 잘 지워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물관 측은 이 소포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발송된 것이라고 현지 신문에 밝혔다. 박물관장은 “편지의 말투를 봤을 때 우리는 제스가 젊은 여성일 것이라고 추측한다”며 “그는 2017년에 로마에 왔을 것이고, 남자친구한테 선물하려고 이 대리석 조각을 가져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운영진은 지난달 이탈리아 남부 폼페이 유적지에서 훔친 유물을 돌려준 캐나다 여성 니콜의 이야기가 제스의 이번 행동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궁금해하고 있다. 니콜은 모자이크 타일 두 개와 암포라(항아리) 등 도자기 파편을 담은 소포를 폼페이의 한 여행사로 보내면서 “저는 지금 36살인데 유방암에 두 번 걸렸고 경제적 어려움도 겪고 있다”면서 “내 가족과 아이들에게 이런 저주가 이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니콜은 20대 초반이던 2005년 폼페이 유적지를 찾아 유물을 훔쳤다고 한다.

 

박물관장은 “누가 알겠냐만은 (제스가) 아마 그 캐나다 여성에 대해 듣지 않았을까”라며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은 이들이 세상을 뜨면서 사람들이 양심을 자극받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3년이 지난 후 유물을 돌려준 것은 매우 상징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장은 유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제스가 정성껏 포장했다면서 “동봉된 편지도 상당히 감동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제스가 돌려준 대리석 조각이 정확히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로마 제국의 정치적 심장부였던 포로 로마노(Foro Romano·로마인의 광장·사진)일 가능성이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대리석 자체는 터키 대부분 지역을 포괄하는 소아시아 채석장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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