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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방지법’ 시행 앞두고 변화하는 플랫폼…“풍선효과 막을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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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5 16:00:00 수정 : 2020-11-25 15: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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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이 비활성화돼 있다.

 

비서 성폭행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이 최근 강제 비활성화됐다. 다른 이용자의 신고에 따른 것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업체의 방침이 적용됐다.

 

성범죄자의 계정 폐쇄의 포문을 연 것은 미성년자 성폭행 및 추행 혐의로 실형을 살았던 가수 고영욱이다. 출소한 지 약 5년 만인 이달 중순 고씨는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곧장 비난 여론이 일었고 그의 계정은 하루 만에 폐쇄됐다. 집단 성폭행 등의 혐의로 실형을 받은 가수 정준영, 최종훈의 SNS 계정에도 잇달아 신고가 접수됐고 마찬가지로 비활성화됐다.

 

세계적 소셜미디어가 이같이 성범죄자 퇴출에 나서는 것은 이용자 안전과 올바른 정보 유통을 위한 조치다. 성범죄자의 SNS 활동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고, 모방 범죄가 생겨날 수도 있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N번방 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 사업자들은 관련 정책을 정비하거나 디지털 성범죄를 조기에 차단할 기술도 개발했다. SNS나 메신저를 통한 신종 성범죄가 등장하면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이런 조치에 힘을 더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업자 중 가장 먼저 성범죄물 유통 방지 노력에 나선 것은 카카오톡 메신저와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였다. 업체는 지난 7월부터 타인의 성착취 행위 금지 및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조항을 운영정책에 신설했다. 타인의 성을 착취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이미지를 제공하거나 성착취를 목적으로 협박·유인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도록 명시했다. 아동과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을 원칙으로 수사기관의 사법적 대응과 연계하도록 했다.

 

휴대폰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성범죄물을 탐지해 차단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나왔다. 한 유해 콘텐츠 차단 서비스 전문 업체는 유해 앱이나 사이트뿐 아니라 다크웹(비밀 웹사이트) 콘텐츠의 유해성을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분석해 신체 부위 등을 인지하도록 한 기술이다.

25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이 비활성화돼 있다.

다음 달 10일 시행을 앞둔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인터넷 사업자에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의무를 지우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이 시행되면 네이버나 카카오 등 사업자는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등 유통방지 조치를 반드시 해야 하고, 성범죄물 유통방지 책임자도 둬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사업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성착취 영상 유포 플랫폼으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메신저 ‘텔레그램’에 대한 조치는 이번 개정안에서 빠졌다. 사업자 소재지가 확인되지 않는 예외적 사업자라는 이유에서다. 그뿐 아니라 플랫폼을 옮겨가며 디지털 성범죄가 여전히 활개를 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사용되는 신규 SNS가 국내에서는 성착취물 유통 창구로 쓰이거나 텀블러와 같이 과거 음란물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던 사이트에는 ‘딥페이크’(AI를 활용해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한 영상 제작기술) 등 불법 게시물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SNS에 단속이 집중되는 사이 새로운 범죄처가 등장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선제 대응을 위해 잠입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n번방 사건이 불거진 이후 수사기관이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잠입수사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서승희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피해가 발생하고 사후적으로 처벌이 이뤄진다고 해도 온라인 공간의 특성 탓에 피의자를 특정하는 문제가 형사적 공백 상태로 남았다. 수사관 역시 형사처벌의 위험 부담을 안은 채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예방적 효과와 적극적 수사를 위해 (잠입수사가) 명문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도 “잠입·함정수사는 그로 인한 부작용보다 공익보호 효과가 더 크다. 도입에 대한 필요성은 이미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다”며 “다만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최소한의 범위에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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