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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졌지만 ‘트럼피즘’은 여전히 살아있다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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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8 11:00:00 수정 : 2020-11-28 10: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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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로 갈라진 美… 정치 양극화 심화
바이든 승리에도 親트럼프 세력 건재
트럼프, 4년전보다 1000만표 더 얻어
2024년 재출마 땐 재대결 구도될 듯
공화당서 보수 최대 지지층으로 부상

美 우선·백인 우월주의 등 우익 포퓰리즘
소도시·농촌 중심으로 백인 서민층 열광
기존 대통령들과는 달리 퇴임 이후에도
당내 영향력 유지 위해 정치에 관여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그를 지지한 유권자도 어디 가지 않고 아직 그대로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한 칼럼니스트는 대통령 선거 이후 쓴 칼럼에서 앞으로 미국 정치 상황을 전망하며 이렇게 정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했다 한들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여전히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축을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졌지만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향후 미국 정치의 ‘상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2024년 대선 재출마 가능성

백악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재출마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 참모와 논의했다며 가까운 시일 내 새로운 선거 캠페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한 참모에 따르면 차기 공화당 잠룡들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신속히 행동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안에 실제로 2024년 대선 재출마를 공식화하면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 두 사람 간 재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재출마를 하든 안 하든, 기존 대통령들과 달리 퇴임 후에도 당내 영향력 유지를 위해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재출마 가능성이 ‘농담’이 아닌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믿는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4년 전보다 약 1000만표 많은 7300여만표를 얻었다. NYT 칼럼니스트 마가렛 렌클은 이를 두고 “트럼프의 무능과 거짓말, 속임수, 인종주의, 수많은 도덕적 결함에도 7000만이 넘는 유권자가 그를 찍었다”며 “독을 뿜어내는 우파 보수 매체가 만들어낸 그들은 어디에도 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고 개탄했다. ‘트럼피즘’은 여전하고 이들이 있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나머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렌클은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스털링=AFP연합뉴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도 최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필요하고 그는 엄청난 추종자를 갖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정치적 활용도가 높은 인물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공화당 입장에서는 미국 보수층의 가장 큰 지지기반으로 떠오른 트럼피즘 추종자들을 배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행하는 ‘IFES 브리핑’에서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우파 포퓰리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상당한 규모의 유권자 집단 존재를 다시 확인했다”며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퇴장 이후에도 ‘트럼프주의’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전국주지사협회(NGA) 집행위원들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 뒤로 ‘당선인 사무실’이라고 쓰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대선 결과에 불복 중이고 지지자들도 양쪽으로 쫙 갈라져 미국 사회의 분열 양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윌밍턴=AP연합뉴스

◆양극화 심해진 미국 정치

공식 선거 개표 발표에 앞서 미국 매체가 보도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당선인 지지층엔 여성과 유색인종, 대졸 이상 학력이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서 바이든 당선인을 지지했다는 유권자들이 바이든 당선이 싫어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유권자들보다 2배 많았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2020 미국 대선의 끝과 바이든 행정부의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이에 대해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투표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투표 당일 에디슨 리서치가 전국의 표본 인구 1만55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은 친트럼프와 반트럼프 진영으로 나뉘었다.

 

이번 미국 대선 투표율(66.4%)이 19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화당 지지자의 94%와 민주당 지지자의 94%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에게 몰표를 던졌다. 이는 2016년 대선 때보다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진 것이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맞붙었을 때는 각각 88%와 89%였다. 이번의 경우 양쪽 유권자 모두 상대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

◆포퓰리즘 득세… 미국 보수정치 상징이 된 ‘트럼피즘’

포퓰리즘은 그전에도 있었다. ‘티 파티(Tea Party)’나 ‘월가 점령 세력(Occupy Wall Street)이 대표적이다. 작은 정부냐 큰 정부냐, 기업규제 여부 등을 놓고 견해는 다르지만 좌·우파 포퓰리스트들의 공통된 생각은 주류 엘리트 정치인이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인식이었다. 주류 엘리트 기성 정치인과는 확연히 달랐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수의 예상을 깨고 2016년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었던 이유다.

‘트럼피즘’은 기존의 포퓰리즘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피즘은 대외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 대내적으로는 백인우월주의, 종교적으로는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를 중심으로 설계된 우익 포퓰리즘을 의미한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생겨난 정치현상을 일컫는 말이었다. WP는 이제 트럼피즘이 보수우파 진영을 포괄하는 미국 보수의 상징이 됐다고 분석한다.

쇠락한 중부 공업 지대인 러스트 벨트에 사는 백인 저소득계층인 ‘힐빌리(hillbilly·촌뜨기)’와 남부의 가난한 백인 농민과 노동자 계층인 ‘레드넥(redneck)’은 이런 트럼피즘에 열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기반을 잃은 미국 소도시와 농촌 지역 사회의 백인 서민 계층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단단한 지지층을 형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이 “포퓰리스트의 반란이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출발했다”고 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번에도 시골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11·3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며 워싱턴 프리덤 플라자에서 연방대법원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트럼프는 가장 농민 친화적인 대통령”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이오와주의 99개 카운티에서 승리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이긴 곳은 6곳에 불과한 사실을 부각하며 “미국 시골 지역에서 트럼프에 대한 견고한 지지층이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아이오와주 하워드 카운티에 거주하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네일 쉐퍼는 이 신문에 “트럼프는 지금까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대통령이고 시골 지역의 핵심 유권자들 사이에 그에 대한 지지는 매우 견고하다”며 “그가 퇴임하더라도 그에 대한 지지와 믿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정치를 바꿔놨다”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와 비슷한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운동’과 비슷한 움직임이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레이건 땐 누구도 레이건 깃발을 흔들진 않았다”고 했다. 현재 트럼프 지지자들의 트럼프 지지집회엔 어김없이 ‘트럼프 깃발’이 등장한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서부 시골 지역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그들의 우려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실제로 그들을 위해 행동하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성공적으로 어필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이 만난 쉐퍼는 실제로 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지금까지 봐온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농민 친화적인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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