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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딸 키우고… 4명에 새 생명 선물하고 떠난 ‘엄마’ [S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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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4 06:00:00 수정 : 2020-11-23 22: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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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딸 키우느라 평생 고생… 이웃과 나눔 실천
뇌사 상태서 신장 등 기증해 4명에 새 삶 선물
뇌사 상태에서 각막(좌·우), 신장, 간장을 기증함으로써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박찬순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엄마의 생일에 장기 기증을 결정하게 된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그래도 엄마의 몸 일부가 어딘가에 살아 있을 테니, 언제나 늘 마음속에 살아있다고 생각하며 지낼게.”

 

뇌사 상태에서 각막, 신장 등을 기증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박찬순(74·여)씨 딸의 마지막 인사다. 고인은 평소 장기 기증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 결단을 내리는 데 큰 어려움을 없었지만, 그래도 세 딸을 키우느라 평생 고생하신 어머니와의 이별이 이런 모습일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기에 유족의 슬픔은 컸다.

 

2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17일 아침 운동을 하러 집 계단을 내려가다 넘어져 그만 사고를 당했다. 아랫집에서 화분 깨지는 소리를 듣고 박씨가 쓰러진 것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급히 출동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뇌사 상태가 되었다.

 

큰딸 이영신씨에 따르면 박씨는 교회 권사로서 누군가를 돕고 나누는 것을 끔찍이 좋아했다. 2012년 뇌종양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기 전 가족에게 ‘내가 혹시 잘못되면 장기 기증을 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다행히 당시에는 수술이 잘 돼서 이후 건강하게 지냈지만 늘 주변에 ‘생명 나눔’의 뜻을 이야기해왔다.

 

지난 21일 서울 이화여대 부속 목동병원. 박씨는 각막(좌·우), 신장, 간장을 기증함으로써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영원히 하늘나라로 떠났다. 마침 그날은 박씨의 생일이었다.

 

“오늘 엄마의 생일에 기증을 결정하게 된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8년 전 뇌종양 수술 들어가기 전에 무슨 일이 있으면 생명 나눔을 하고 싶다던 어머니 뜻을 들어드리고 싶었어요.”(딸 이씨)

 

고인은 1946년 경기 용인시에서 3남 4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맏이답게 호탕한 성격에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누구에게나 먼저 가서 인사를 하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최근까지도 교회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특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앞장서왔다고 한다. 마지막 작별의 순간 딸은 그동안 마음에 담아왔던 말을 어머니에게 건넸다.

 

“그동안 저희 딸 세 명 키우느라 고생하셨고, 하늘나라 가서는 행복하고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엄마의 몸 일부가 어딘가에 살아 있을 테니, 언제나 늘 마음속에 살아있다고 생각하며 지낼게요. 사랑해, 엄마.”(딸 이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생명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은 증가하고 있는 점에 대해 기증자와 유가족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가족들의 귀한 뜻을 이어받아, 새 삶을 사시는 분들도 우리 사회에 나눔을 실천하여 선순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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