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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아, 네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단다” [S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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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3 21:00:00 수정 : 2020-11-23 17: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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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짧은 8개월… 네가 가족에 안긴 행복 잊지 않을게”
생후 8개월 만의 이별… 장기기증으로
3명에 새 삶 선물하고 떠난 임지담 군

“아들, 비록 8개월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온 가족에게 행복과 즐거움만 줘서 정말 고마워.”

 

생후 8개월 된 아들 임지담(사진)군과 영영 헤어지는 순간 엄마, 아빠가 마음 속으로 전한 마지막 인사다. 지담이는 뇌사 상태에서 심장 등 장기 5개를 3명의 어린이에게 기증하고 하늘나라의 천사가 되었다.

 

2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담이는 올해 3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태어났다. 엄마 이단윤씨는 “웃는 모습이 이쁜 아이”, “웃음이 많고 목소리가 큰 밝은 아이”라고 묘사했다.

 

“어린이집에서 장난감 맞추기를 좋아했고, 한 살 위의 형이 어린이집을 같이 다녔는데 잠잘 때마다 찾아와 머리를 쓰다듬어 줄 정도로 형제애도 좋았어요.”(엄마 이씨)

 

이별은 너무나 일찍, 불현듯 찾아왔다. 뇌사 판정이라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를 이렇게 떠나보낼 순 없었다. 부모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지담이가 세상에서 뭘 해보지도 못할 정도로 짧은 시간을 보냈기에 기증을 하면, 다른 누군가의 몸속에서라도 다른 꿈을 이루며 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엄마 이씨)

 

지난 22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장기 기증이 이뤄졌다.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 이렇게 5개의 장기를 3명의 어린이에게 기증, 새 삶을 선물하고 지담이는 영면에 들었다.

 

지담군의 아빠 임홍현씨는 이식을 받은 수혜자 아이의 부모한테 “저희가 다 전해주지 못한 사랑과 행복을 전해주셨으면 좋겠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키워주길 부탁한다”라는 희망사항을 전했다.

 

마지막 작별의 순간 부모는 ‘지담이가 다른 누군가의 몸속에서라도 살고 있으니 이별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눈물이 양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건 어찌할 수 없었다.

‘지담아, 네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단다. 엄마, 아빠와 오래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았을 텐데 미안하고, 8개월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온 가족에게 행복과 즐거움만 줘서 고마워. 멀리 있지 않고 늘 함께 있는 거니까 행복하게 잘 지내고, 꼭 우리 옆에 있어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생명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기증자와 유가족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가족들의 귀한 뜻을 이어받아, 새 삶을 사시는 분들도 우리 사회에 나눔을 실천하여 선순환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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