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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의세상보기] 90년대생이 전하는 희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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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3 23:41:27 수정 : 2020-11-23 23: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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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들이 들려준 진로·취업
자신들만의 필살기 담겨있어
신중하게 선택하며 새로운 길
20대야말로 답이 많은 세대다

“저는 한 번도 취준생(취업 준비생의 줄임말)이었던 적이 없었어요.” “판이 벌어졌을 때는 이미 늦은 겁니다.” “너도나도 원하는 대기업 공기업 말고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 스타트업에 도전해보세요!” 11월 둘째 주 목요일 저녁, 유튜브 형식으로 진행된 ‘사회학의 밤’ 행사에 초대된 졸업생 선배들이 재학생 후배들을 위해 들려준 이야기들이다.

 

초대된 주인공들이 09, 11학번이었으니 나이를 따져보면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바로 그 90년대생들이었다. 올해 사회학의 밤은 코로나19 탓에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행사를 치러야 했기에 주최 측에서는 재학생들 참여를 높이고자 눈물 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사회학

일단 재학생 대상으로 ‘가장 관심 있는 취업 분야’를 주제로 수요 조사를 해보니 사회학 전공답게 언론계, 공공부문, NGO, 대기업, 공연 예술 기획, 법학전문대학원 등 매우 다양한 분야가 등장했다. 덧붙여 진로 탐색에서부터 성공적 입사기(入社記)에 이르기까지 따끈따끈 살아 숨 쉬는 정보를 들려줄 수 있는 경력 5~7년 차 선배를 만나고 싶다 했다. 유리천장을 뚫은 선배,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배, 최초의 여성 타이틀을 가진 선배는 자신들과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기에 사양한다고 했다.

 

공연 예술 기획 분야에 몸담고 있는 선배 중 웹 소설 작가로 활동하다 현재는 잠시 쉬어가고 있다는 송희씨는, 지금까지 한 번도 취준생이었던 적이 없었던 이유로 어딘가에 이력서를 제출한 후 인터뷰 기회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섰기 때문임을 들었다. 웹 소설가로 비교적 성공적 데뷔를 했던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웹 세계의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일례로 통념상 소설이 작품이라면 웹 소설은 상품이라는 것이다. 작품으로서의 소설은 단독 플레이의 결과지만, 상품으로서의 소설은 소비자의 손에 닿기까지, 생산자인 소설 작가에다 상품을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전문가에다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인력까지, 다수의 협업이 필수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웹의 세계에서는 자신이 굳이 작가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역할이 기대 이상으로 다양하니, 일단은 새로운 판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부터 장착하라는 것이다. 판이 제도화되기 시작하면 국가는 인력양성 계획을 세울 것이요 이후 많은 사람이 기웃거리기 시작하면 경쟁은 치열해지기 마련이니, 이미 틀이 갖추어진 곳을 겨냥하기보다 새로운 판이 펼쳐지는 곳을 향해 진군하라는 조언이었다.

 

학부 시절 사회학의 매력에 푹 빠져 대학생활만큼은 누구보다 신나게 했다는 유진씨는 솔직히 졸업 후 제대로 된 직장에 첫출근하기까지는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사회학에 북한학을 복수전공하다 보니 공부하는 재미는 남달랐지만 취업문을 더욱 좁게 만드는 시행착오를 겪었음을 실감했다 한다. 후배들에게는 굳이 자신의 기회를 한정할 필요는 없으니 경제 경영 분야를 부 복수 전공으로 선택하라는 실용적 권유도 잊지 않았다.

 

자신은 우여곡절을 거치긴 했지만 그래도 운이 좋아 안정된 직장에 연착륙해서 부모님을 안심시켜드리는 데 성공했다 한다. 입사 후 3년이 지나 우연한 기회에 스타트업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지금은 “꽤 성공한” 인터넷 쇼핑몰 관련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다 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들어갈 때는 직원이 모두 19명이었는데 2년 반 지난 지금은 180여명이나 된다며 으쓱해한다. 작고 끈끈한 공동체적 조직에서 벗어나 어엿한 조직을 갖추게 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도 홍보에서 출발해 인사 교육 법무 지원까지 계속 확장해가고 있다 했다. 조직의 몸집을 점차로 불려 나갈 때 느끼는 그 짜릿함을, 엄두도 못 냈던 업무를 마침내 해내고 말았을 때 느끼는 그 뿌듯함을, 스타트업이 아니면 과연 어디서 느껴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대기업 공기업 입사도 좋겠지만, 적정 규모의 스타트업은 보수도 나쁘지 않고 경험의 질(質) 또한 강추할 수준이니 편견 없이 도전해보라며 이런저런 꿀팁까지 던져 준다.

 

그날 ‘사회학의 밤’에는 정의당 비례 1번 류호정 의원도 함께했다. 후배들의 초대에 기꺼이 시간을 내서 학교 교정으로 달려와 준 진정성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는데, 진솔한 이야기 속에 묵직한 화두를 담아낸 솜씨도 범상치만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신랑 만나 결혼해서 토끼 같은 자식 낳고 무난하게 살길’ 원하셨던 부모님 바람을 뒤로하고, 지금은 왜 국회의원의 길을 가게 되었는지, 국회의원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를, 후배들 눈높이에 맞추어 진솔하게 풀어냈으니 말이다.

 

20대 주위엔 늘 답이 없는 세대, N포 세대, 청년실업 비정규직 세대 등 부정적 비관적 담론이 떠돌아다니곤 했지만, 정작 그들의 목소리 속엔 기성세대의 통념을 뛰어넘는 자신들만의 필살기가 담겨 있었다. 20대야말로 실상은 답이 없는 세대가 아니라 답이 많은 세대요, 무조건 포기하며 좌절하는 세대가 아니라 신중하게 선택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세대임을 왜 몰랐을까 싶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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