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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콜라는 ‘약술’이었다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0-11-21 19:00:00 수정 : 2020-11-20 20: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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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약성을 가지고 있어 의술에 사용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약술로는 조선 3대 명주라고 불리는 죽력고를 들 수 있다. 서양에서는 콜라로, 초기 콜라는 와인에 허브(콜라)와 코카인을 넣었다. 사진은 전북 정읍 송명섭 명인의 죽력고

의술(醫術), 의사(醫師)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한자 ‘醫’(의)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 상단부 아플 ‘예’(?)를 술단지 ‘유’(酉)가 아래에서 받치는 모양이다. 술이 마취 기능과 함께 다양한 약용 기능을 했기 때문에, 술로 아픔을 낫게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렇게 약으로 시작한 대표적인 술이 뭐가 있을까?

서양에서는 대표적인 약술로 ‘진’(Gin)을 들 수 있다. 1660년에 네덜란드 레이덴대학 의학 교수 실비우스가 만들었고, 해열 및 이뇨작용을 돕는 노간주나무(주니퍼 베리·juniper berry) 열매를 활용해서 만들었다. 몸에 빠르게 흡수 시키고자 맥주에 넣어 증류해서 약용으로 썼으며, 초기에는 약국에서만 판매했다. 이내 진은 영국에 진출하며 런던 드라이진을 탄생시켰다.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티니나 진토닉 등이 대표적인 진으로 만든 칵테일이다.

클럽에서 엄청나게 많이 팔린 칵테일이 있다. ‘예거밤’이다. 독일 리큐어 ‘예거마이스터’(Jagermeister)를 베이스로 레드불 또는 핫식스에 얼음을 넣고 텀블러 등에 마시는 칵테일이다. 이 칵테일과 술이 유명하게 된 계기는 기존 쓴 약술과는 달리 달콤했다는 것. 1935년에 허브, 과일, 뿌리 등 56가지의 재료로 만들어 출시했다. 덕분에 독일에서는 아직도 이 술을 가정상비약으로 갖춰 놓은 집들이 많다고 한다. 예거마이스터(Jagermeister)란 이름은 헌팅 마스터(전문 사냥꾼)란 의미다.

1800년대 말, 서부 개척시대 미국에서는 약국에서 탄산수를 팔았다고 한다. 그 약재에 다양한 허브를 넣어 자양강장제처럼 만든 음료도 등장했다. 그런데 이때 미국에서 역사적 사건이 하나 등장한다. 남북전쟁(1861~1865년)이 일어난 것이다.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다치니 국소마취제가 필요했고,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콜라’(Cola)다. 와인에 코카인과 콜라라는 당시 아프리카산 허브를 넣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향후에 와인은 시럽으로 바뀌고, 코카인은 카페인으로 바뀐다. 즉 전쟁으로 극소마취제가 필요했고, 그 결과 와인에 코카인을 넣은 콜라가 만들어졌다. 아이러니하지만 콜라야말로 진짜 약용 술이자 응급치료제였다.

우리 전통주에서 대표적인 약용 술로는 ‘죽력고’와 ‘감홍로’를 들고 싶다. 죽력고는 대나무를 토막 내 불을 지펴 흘러내리는 대나무즙 ‘죽력’에 댓잎, 석창포, 계심 등을 넣고 소주를 내려 증류한 술이다. 대나무 기름이 들어가 있어 막힌 혈을 뚫어준다고 한다. 그래서 동학혁명을 일으킨 전봉준 장군은 일본군에게 잡힌 후 모진 고문을 당했지만 죽력고를 마시고 다시 원기를 회복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감홍로는 계피와 진피가 들어간 술로, 몸을 따뜻하게 해 감기 예방에 좋다. 마시면 몸이 따뜻해져서일까, 춘향이가 이몽룡에게 주는 이별주로도 등장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은 술의 의학적 효능은 물론이고 부작용도 기술했다. 허준은 술의 실과 허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과한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귀결된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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