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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 ‘인혁당 사건’ 진실 알리려다 박정희 정부서 강제 추방된 美 조지 오글 목사 별세

입력 : 2020-11-17 23:41:08 수정 : 2020-11-17 23: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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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고인께서 싹 틔운 민주화의 꽃 소중히 지키고 활짝 피우겠다” 애도
연합뉴스

 

1974년 ‘인혁당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다 국내에서 강제 추방됐던 미국인 조지 E. 오글(George E. Ogle·한국명 오명걸·사진) 목사가 지난 15일 미 콜로라도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 고인은 1970~80년대 국내에서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지원했던 인사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17일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사업회는 “오글 목사는 외국인이자 종교인으로서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해외에 알릴 수 있었던 중요한 인물”이라며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업적과 뜻을 정리하고 기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1929년 미 펜실베이니아에서 여섯 형제 중 넷째로 태어난 고인은 1954년 목사가 되고 나서 한국으로 와 선교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추방될 때까지 ‘월요모임 선교사’로 불리며 미국과 한국을 오갔다. 월요모임은 70년대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민주화 운동을 도왔던 미국·캐나다 출신 선교사들의 모임이다.

 

고인은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을 위해 공개 기도회를 열었다가 박정희 정부에 의해 추방됐다.

 

그는 한국에 산업선교를 도입하고 인천도시산업선교회를 설립하는 등 노동자의 인권 옹호에 앞장섰는데, 이런 탓에 정권의 감시 대상이 됐다.

 

추방 후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되는 등 고인은 6차례 방한했다. 

 

올해로 33주년을 맞은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민주주의 발전 유공 포상’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이에 자녀인 캐시 오글(Kathy Ogle)이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감사의 뜻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사진)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께서는 1954년 선교사로 한국에 오신 뒤에 노동법을 가르치시며 노동자의 인권 옹호에 앞장섰다”고 전했다.

 

이어 “1960~70년대 엄혹한 독재 시절에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던 노동자, 국가 폭력에 희생된 이들의 인권을 위해 싸웠다”며 “특히 74년 인혁당 사건 사형수를 옹호하다 강제 추방을 당하며 비행기 트랩에서도 한국말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던 모습은 많은 국민의 뇌리에 깊은 감명으로 기억되고 있다”고 업적을 기렸다.

 

아울러 “고인께서 싹 틔운 민주화의 꽃을 소중히 지키고 활짝 피우겠다”며“"그 뜻을 간직하고 기리겠다”고 덧붙였다.

 

사법부 역사의 오점으로 남은 인혁당 사건의 출발점은 64년 1차 인민혁명당 사건이었다. 당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북한 지령을 받은 인혁당이 국가 변란을 기획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은 서울지검에 송치됐지만 당시 수사 검사들은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는 당직 검사 명의로 도모씨 등 26명을 기소했고, 담당 검사 3명은 이런 조치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했다. 기소 이후 물고문 사실이 밝혀져 검찰의 재조사 끝에 14명은 공소취하됐고, 도씨 등 12명만 반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도씨 등 2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고, 다른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65년 9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48년 만에 재심이 열려 2013년 11월 서울고법은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인정했다.

 

2차 인혁당 사건으로도 불리는 재건위원회 사건 연루 인사 8명은 기소 이듬해인 75년 4월8일 대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고, 박정희 정권은 18시간 만에 형을 집행했다. 이 사건은 2008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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