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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또’·‘구루마’가 사투리?… ‘전북 방언사전’ 논란

입력 : 2020-11-13 06:00:00 수정 : 2020-11-17 00: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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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 3억원 들여 용역 의뢰해 편찬
곳곳 일본어 어휘·사용 지역 표기
“일본어 방언 둔갑… 엉터리” 지적
道 “전량 회수… 향후 수정본 검토”

‘벤또’(도시락) ‘구루마’(수레), ‘고무다라’(고무대야), ‘나멘’(라면), ‘빵꾸’(구멍)가 전북 사투리?

전북도가 펴낸 지역 방언(사투리) 사전(사진)에 일본어와 한자어, 표준어 등이 다수 수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어 낱말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식량을 수탈하기 위해 곡창지대인 전북 일대에 대거 머물며 사용했던 것을 이 지역 고유한 방언이라고 소개했다. “예산만 낭비한 엉터리 사전”이라는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전북도의회 이병도 의원에 따르면 ‘전라북도 방언사전’ 곳곳에 일본어 어휘와 의미, 이를 주로 사용하는 지역이 함께 표기됐다. 실례로 ‘벤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지역의 경우 군산, 무주, 완주, 임실을 꼽았다.

또 ‘나무뚜껑’, ‘나비’, ‘술빵’, ‘떡가래’ 등 표준어와 ‘농구(農具)’ 등 한자어를 전북 지역에서 대대로 전해오는 방언이라고 소개했다.

이 사전은 전북도가 지역 역사와 문화가 담긴 방언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손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예산 3억원을 들여 한 대학에 용역을 의뢰해 조사·편찬한 것이다. 부록을 포함해 1만118쪽 분량으로 수록된 방언 표제어는 1만1086개다. 방언마다 표제어와 원어, 발음, 뜻풀이, 대응어(표준어)를 표기하고 품사, 활용형, 용례, 사용 지역, 관련어, 해설까지 곁들였다.

전북 방언은 대개 표준어와 비슷해 별도의 사전 편찬이 거의 시도되지 않았고, 국어사전 편찬 시에도 전국에서 가장 적게 실려 이번에 처음 편찬한 방언사전이 기대를 모았다.

용역을 맡은 대학 측은 “지역어 조사자료집과 한국방언자료집, 한국구비문학대계 등에서 전북 방언을 추리고 이를 많이 사용하는 지역민의 구술을 토대로 사전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방언이 다수 등장하는 최명희 소설 ‘혼불’, 조정래 소설 ‘아리랑’ 등 여러 문학 작품, 판소리 사설 등에서 향토색 짙고 아름다운 말들을 솎아내 한데 엮었다”고 설명했다.

이병도 의원은 전날 열린 전북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역의 독특한 언어적 특징을 지닌 문화자산에 엉뚱한 일본 식민잔재어와 표준말이 방언으로 둔갑한 어휘 등 3200여개를 확인했다”며 “상식 이하 부실 용역 결과물을 대외에 배포해 망신살을 자초한 셈으로 모두 회수할 것”을 촉구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각 도서관과 교육기관,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 배부한 방언사전 220부를 전량 회수할 것”이라며 “향후 수정본을 통해 지역 고유색이 투영된 방언을 집대성하는 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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