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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삼키는 나무, 한 그루가 연간 35.7g 줄여준다 [연중기획-지구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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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14 16:00:00 수정 : 2020-11-14 10: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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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해결사’ 도시숲
2020년 비 적게 오고 中 공장도 정상화
황사 잦고 미세먼지 농도도 높아질 듯
시화단지 완충숲, 주거지로 확산 막아
나뭇잎, 미세먼지 흡착·흡수·침강시켜
조성 전보다 초미세먼지 농도 26% ↓

우리나라 1인당 도시숲 면적 10.07㎡
뉴욕·런던 절반에도 못 미칠 만큼 부족
정부, 2025년까지 13.97㎡로 확충 계획
대기순환 돕는 바람길숲 17곳 조성 중
어린이보호구역 370곳도 숲 만들기로
용인시 고매시험림의 조경.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미세먼지(PM10) 농도가 ‘나쁨’ 수준(80㎍/㎥ 초과)으로 올랐던 지난달 22일, 중국 고비사막 일대에서 발원한 황사가 한반도로 넘어오면서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이 황사 영향권에 들었다.

 

차들이 쉴 새 없이 달리는 경기도 용인 기흥나들목(IC) 도로변에서 측정된 미세먼지 농도는 시간당 최대 193㎍/㎥까지 치솟았다. 같은 시간 기흥나들목에서 5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국립산림과학원 고매시험림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는 약 105㎍/㎥였다. 인근임에도 숲에서는 30% 정도 미세먼지 농도가 낮게 나온 것이다. 이날 기흥나들목 도로와 고매시험림의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한 결과, 숲 내부의 미세먼지·초미세먼지(PM2.5)는 도로변보다 각각 17.4%, 11.4% 낮았다.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 박찬열 박사는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 우리 주변에 있는 나무와 숲이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저감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잠시 주춤했던 미세먼지가 올겨울에는 심상치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중국에 비가 적게 오면서 황사가 자주 발생하는 데다 중국의 산업 활동이 정상화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도로변 녹지나 학교 숲, 근린공원 등 우리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도시 그린 인프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숲이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네 가지 과정, ‘차단-흡착-흡수-침강’… 폭염 완화, 홍수조절 기능도

 

나무와 숲이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과정은 크게 차단-흡착-흡수-침강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미세먼지가 숲의 ‘지붕’에 해당하는 우듬지(나무의 꼭대기 줄기)에 다다르면 빽빽한 숲이 미세먼지의 이동 속도와 면적을 자연스럽게 줄이면서 차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미세하고 복잡한 표면을 가진 나뭇잎은 미세먼지가 한번 달라붙으면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잎의 기공 역시 식물 내부로 미세먼지를 흡수해버린다. 숲을 통과하던 미세먼지들은 흡착·흡수되거나 숲 내부의 국지적 기상 현상인 미기상(지면에 접한 대기층의 기후) 조건에 의해 지표면으로 가라앉게 된다.

 

이를 통해 연간 나무 한 그루당 약 35.7g의 미세먼지를 저감한다. 에스프레소 한 잔 분량에 해당한다. 실제로 2017년 국립산림과학원이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초등학교 주변 도심과 같은 지역에 있는 홍릉숲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한 결과, 숲이 도심의 미세먼지(PM10) 농도를 25.6%,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40.9%까지 감소시켰다. 지난해 4∼7월 고농도 미세먼지 기간에 청량리역 도심과 홍릉숲을 비교하는 연구에서는 미세먼지 입자가 작을수록 저감률이 더 높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숲의 미세먼지 차단 효과는 2012년 조성된 경기도 시흥시 시화산업단지에 조성된 도시숲(완충숲)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화산업단지 완충숲은 산업단지의 대기오염 물질이 주거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된 대표적 도시 그린 인프라다.

도시 숲이 조성되기 전인 2000∼2005년에는 인근 주거단지의 미세먼지 농도가 산업단지보다 9% 높았지만 국립산림과학원이 2018년 분석한 결과 도시숲을 조성한 이후(2013∼2017년) 주거단지의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농도가 각각 27%, 26%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진이 지난해 4∼10월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에 시화산업단지의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했더니, 산업단지에서 주거지역 쪽으로 강한 서풍이 불고 있었음에도 도심숲 내부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각각 14.4%, 25.3% 낮았다.

 

도시숲은 열섬효과를 차단해 기온을 낮추는 등 폭염으로 인한 피해도 줄여준다. 산림청에 따르면 도시숲 내부는 도심보다 3∼7도, 옥상이나 벽면 녹화 시 약 4도 이상 기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나무 한 그루당 에어컨 10대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 산림청의 설명이다. 잘 알려져 있듯 소음을 낮추고 홍수를 예방하는 효과까지 있다. 도시숲은 이 같은 조절 기능 외에도 마음 안정 등 정서적 기능과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2025년까지 생활권 도시숲 13.97㎡로 확충”

 

일상생활 속에 많으면 많을수록,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장점이 많은 숲이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도심 속 그린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인천시의 석남산업단지에 조성한 차단숲. 산림청 제공

우리나라의 1인당 도시숲 면적은 2017년 기준 10.07㎡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9㎡를 충족했지만, 미국 뉴욕(23㎡), 영국 런던(27㎡), 프랑스 파리(13㎡)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린뉴딜 도시숲 조성사업을 통해 다양한 생활권 도시숲을 확충해 2025년까지 파리 수준인 13.97㎡까지 도시숲 면적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도시 바람길숲 △미세먼지 차단숲 △자녀안심 그린숲 △국유지 도시숲 △건물·옥상 녹화 등 목적에 맞는 도시숲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도시 바람길숲 사업은 도시 외곽 산림의 맑고 찬 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여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대기순환을 통해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과 뜨거운 도시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숲을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막혀있는 공기 흐름을 유도하고, 최근 잦아진 이상기온 현상에 대응함과 동시에 온열질환 취약계층의 건강 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 현재 17개 도시에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의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 대응하고 미세먼지 저감을 통한 아이들의 건강한 통학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학교 부근 어린이보호구역에 차도를 좁히고, 자투리 공간에 숲을 조성해 인도와 차도를 분리하는 자녀안심 그린숲도 연간 50곳씩 2025년까지 370곳을 만들기로 했다.

 

시화산업단지 완충숲과 같은 미세먼지 차단 숲은 기존 노후 산업단지나 화력발전소, 소규모 공장지대 및 도시재생사업지, 물류단지 등을 대상으로 2021년까지 1500억원을 투자해 약 150㏊(헥타르), 2025년까지 총 723㏊를 조성할 계획이다.

시화산단차단숲 전경. 산림청 제공

◆‘개발 위기’ 태릉골프장 21%가 비오톱 1등급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도심 속 그린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주택개발 추진,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등 도심 녹지를 줄이는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녹색연합과 서울환경운동연합,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등 7개 시민단체가 함께 결성한 ‘태릉보전연대’는 지난달 21일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아파트 개발을 중단하고, 세계문화유산인 태·강릉을 완전히 복원하고, 그린벨트를 보전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8월4일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태릉골프장 그린벨트에 1만가구 주택을 짓겠다고 밝혔다. 태릉골프장 그린벨트가 환경평가 등급상 98% 이상이 4∼5등급을 받아 환경적 보존 가치가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택지개발에 반대하는 시민환경단체는 정부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이고 성급한 결정을 내려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9월18일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생태연구실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태릉골프장 환경생태 조사에서 전체 면적 73만7250㎡의 21.1%에 달하는 15만6167㎡가 비오톱(biotope) 1등급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태릉골프장 일대 녹지지역에서 천연기념물인 원앙·솔부엉이·하늘다람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어 보전가치 또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돈의문박물관마을 건축물에 조성된 수직정원. 서울시 제공

비오톱이란 생물을 의미하는 ‘바이오(bio)’와 땅·영역 뜻하는 ‘토포스(topos)’의 합성어로 특정 식물과 동물이 생활공동체를 이뤄 하나의 ‘작은 숲’을 이룬 지역을 의미한다.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제24조)에 따르면 비오톱 1등급 지역은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

 

태릉보전연대는 “태릉골프장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전면부에 위치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왕릉의 자연경관적 가치를 훼손하게 되고, 태릉의 온전한 원형 복원을 위해 골프장 부지 내 위치한 호수 ‘연지’ 보전도 무산될 위기”라며 “당장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무마하기 위해 50년간 지켜온 그린벨트를 허물어선 안 된다. 택지개발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7월1일자로 도시공원 일몰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우리 주변에 있던 수많은 도시공원도 난개발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일몰제로 해제 대상에 속한 도시공원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55배 정도인 158.5㎢이고, 앞으로도 2025년까지 164㎢가 추가로 해제될 예정이다.

 

이들이 시민 모두를 위한 도시공원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에서 재원을 들여 땅을 사들여야 한다. 그러나 토지보상비 규모가 커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다 보니 여의치 않다. 시민단체인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 시민행동’은 “기후위기 속에서 도시공원이 지니는 녹색 효과가 매우 크다”면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지자체에게 해당 문제를 떠넘기지 말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계 법령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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