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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피아노 앞의 16세 소년 건반으로 지옥 불을 일으켰다”

입력 : 2020-11-01 20:18:13 수정 : 2020-11-02 09: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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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들, 피아니스트 임윤찬 독주회 극찬
2019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이자 박성용영재특별상 수상자로서 지난 29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연주 중인 피아니스트 임윤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유독 커 보이는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은 소년은 마치 파도와 싸우는 어부 같다. 때로는 잔잔한 바다 위에 그물을 던지듯, 때로는 성난 파도에 맞서며 작살을 던지듯 연주한다.

 

딱 지난해 이맘때 혜성처럼 나타나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여러 형·누나를 제치고 우승했던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 29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그간 성취를 드러내는 독주회를 열었다. 또래가 즐기는 보통의 즐거움 대신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는 데 전념한 1년이었다.(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 입학 예정)

 

레퍼토리 욕심이 많다고 말해 온 임윤찬은 이날 1부에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13, 14번, 2부에선 7곡이 모인 연주시간 50분짜리 리스트의 ‘순례의 해 2년, 이탈리아’를 선보였다. 공연 전 인터뷰에서 임윤찬은 “곡 안에 담긴 텍스트를 그대로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곡을 둘러싼 선입견을 벗어나 확장하려는 시도가 필요한 것 같다. 악보에 충실하게 연습하고 연주하다 보면 자신의 개성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바람대로 임윤찬은 이날 공연에서 진중한 사고를 통해 구축한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확실히 보여줬다. 연주자에게 까다로운 기교와 체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곡이 포함된 2부 연주에서 그의 선택은 더욱 도드라졌다.

 

음악평론가 최은규는 “마치 마르지 않는 음악의 샘물을 길어내듯 환상적이고 변화무쌍한 음악을 계속해서 퍼 올렸다. 어떤 곡에서나 그다음 음이 어떻게 연주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며 “잘 알려진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도, 앙코르로 연주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고 처음 듣는 곡처럼 참신하게 들렸다”고 상찬했다. 그는 특히 “ ‘순례의 해’ 제2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테를 읽고’에서 임윤찬은 마치 지옥을 본 사람처럼 피아노 건반으로 지옥 불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평론가들은 “미래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대단한 연주자가 등장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영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가능성을 탐색하는 수준은 이미 넘어섰고, 베토벤 음악을 담담하게 좋은 소리로 만들었고 리스트 음악은 열여섯 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너무 넓은 세계를 담은 그림을 그려냈다”며 “음을 잘 다듬어 이쁘게 들려주는 젊은 연주자는 많은데, 임윤찬은 그뿐만 아니라 자기가 가진 음악 역량이 어디까지인지를 다 보여줬다. 과감한 레퍼토리에서 큰 에너지를 표현할 줄 아는 연주자로 클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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