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평생 외롭게 산 형”… 2명에 새 삶 선물하고 떠나 [SAVE+]

, SAVE+

입력 : 2020-10-28 13:56:56 수정 : 2020-11-13 14:15:3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63세에 불의의 사고로 뇌사 판정
동생 “평생 혼자서 외롭게 살았다”
좌우 신장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63세에 불의의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좌우 신장을 기증, 2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김승만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2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김승만(63)씨의 발인식이 조촐하게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탓이기도 했지만 김씨 본인이 혼자 외롭게 평생을 살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삶을 마감하는 순간 뇌사상태였던 형을 대신해 어렵게 장기기증을 결심한 고인의 동생은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형님, 좋은 일 하고 가는 것이니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지내시길 바랄게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장 조원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0일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이웃과 얘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땅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쳐 의식을 잃은 김씨는 119 구급차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응급실에 도착한 뒤에도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점점 상태가 나빠진 끝에 결국 뇌사상태가 되고 말았다.

 

김씨의 동생은 고뇌에 빠졌다. 평생 혼자 외롭게 산 형의 처지가 너무나 딱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형을 기억해준다면…. 형 덕분에 다른 곳에서 누군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유족의 결심으로 김씨는 지난 24일 좌우 신장을 기증, 두 명에게 새 삶을 선사하고 숨을 거뒀다. 동생은 “형은 따뜻했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며 “혼자 외롭게 살았기에 마지막은 누군가 기억해주고, 또 다른 곳에서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서울에서 3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조용한 성품이었으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고 또 인정이 넘쳤다. 장남답게 집안 대소사를 빠짐없이 챙기며 어려운 친지나 이웃을 돕는 데에도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측은 “평범한 보통 시민이었던 고인이 평소 지인들한테 보내던 따뜻한 시선을 그 형제들이 이어받아 다른 사람을 살리는 기증으로 생명을 이어준 것”이라고 했다.

 

김씨가 영면에 들던 날 동생은 “형은 늘 고독하고 힘든 삶을 살아왔는데, 천국에서는 즐겁게 잘 지내시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유족은 정부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부탁의 말도 전했다. 엄밀한 뇌사 판정에는 신뢰가 갔으나 각종 종이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동의 절차는 너무 복잡해 간편한 전자 시스템으로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형이 혼자 살아서 장례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웠는데 사회복지사가 안내해줘 고마웠습니다. 우리 형처럼 혼자 사시는 분이나 어린 가족들만 남아 있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