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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못 밝힌 골프카트 화재, 코나EV 사태 예고했었다

입력 : 2020-10-23 06:00:00 수정 : 2020-10-22 22: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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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막을 기회 놓쳐
경찰 “배터리 부위서 최초 발화… 다타버린 감정물로 규명 실패”
전동카트 구입 야쿠르트 회사 “방전 7일 지나 배터리 부풀어”
모두 개별사안 치부, 최악 불러… “안전 투자 확대·규명 더 힘써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이어 전기차(EV)로 번진 ‘배터리 발화 사태’가 최소 2016년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 및 골프장용 전동카트에서다. ‘배터리 셀 발화→당국 원인 규명 실패→기업 간 소송→관련 산업 직격탄’의 사건 전개도 흡사하다. 그리고 사건 중심에는 공교롭게도 LG화학 배터리 셀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이 원인 불명의 배터리 발화가 국가 핵심산업인 전기차로 밀려들 때까지 개별 사안으로 치부하며 최악의 사태를 막을 기회를 놓쳐온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2016년 6월 경찰 내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5월 충주의 한 골프장에서 발생한 화재 감정서에서 “전동카트 배터리 부위에서 최초 발화한 가능성이 있고 발화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논단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 화재로 골프장은 전동카트 72대가 불타는 등 소방서 추산 9162만원(피해자 진술 45억6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외부에 알려진 전동카트 화제로는 처음이자 규모가 가장 컸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일부 셀의 구리박막 중앙 부분이 천공(구멍이 뚫린)된 상태고 △셀 좌우 기판의 접속단자 수곳에서 용융흔(녹은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힌 대목이다. 화재 순간도 주목된다. 국과수는 “불꽃이 번쩍한 뒤 1분 이내에 연기가 급속하게 다량 유출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촬영돼 있다”고 기록했다. 최초 발견자는 경찰에서 “타는 냄새가 나 충전 중인 플러그를 뽑고 배터리를 확인하기 위해 의자를 열자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많은 연기가 올라왔다”면서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갑자기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아 주변으로 번졌다”고 진술했다.

 

이는 △셀 내부 원인 불명의 단락(합선)으로 열이 발생하고 △연기가 배출되다 폭발하듯 불타며 △특수장비 없이는 전소 때까지 진화가 어렵다는 점에서 배터리 화재의 전형으로 분류된다. 국과수도 매번 다 타 녹아버린 감정물로 원인 규명에 실패를 반복했다. 골프장은 LG화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한국야쿠르트가 겪은 곤란은 더 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야쿠르트 아줌마’로 친숙한 이 기업은 2014년 전동카트를 도입했다. 물류 간소화로 매출을 늘리고 시대 변화에 맞춰 판매사원 이미지도 고급화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2014∼2017년 TS글로벌이란 중소업체가 LG화학에서 받은 셀과 팩 기술로 카트를 완성해 한국야쿠르트에 납품했다. LG화학이 공급한 셀은 24만개 수준, 200억원대로 알려진다.

 

이 사안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방전 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 배터리가 부풀어 사용할 수 없었다”며 “배터리 팩 불량 등으로 발생한 비용만 월 수천만원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전국에서 월 평균 150∼200건의 컴플레인(불만)이 접수돼 회사 고위층에서 속았다며 격분했다. 일부 보상을 받고 거래를 끊으면서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LG화학은 “충전기 등에서 문제가 발견돼 기술지원을 했다”며 “셀 문제도, 보상도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국야쿠르트도 “기존 제품은 셀과 BMS(배터리관리시스템) 등 주변 부품 조립사가 서로 달랐는데, 이후 다른 셀 제조사가 어셈블리(결합품) 단위로 공급할 수 있다고 해 관리 간소화 차원에서 교체했다”고 부인했다. 이후 TS글로벌은 파산했다.

김광선 한국화재감식학회 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배터리의 핵심 부품은 셀이고 나머지는 부수적이다. 핵심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나는 책임이 없다고 하면 위험하다”며 “워낙 대기업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 신중히 접근해야 하지만 책임 공방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전환 시대에는 모든 분야에서 배터리를 써야 한다”며 “용도와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기업은 안전성 확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정부도 원인 규명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등 전방위 노력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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