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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상상을 바꾸는 삶’을 위한 한국판 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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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22 23:50:53 수정 : 2020-10-22 23: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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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봄, 한 카페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마련한 ‘삶을 바꾸는 상상’이라는 제목의 행사가 열렸다. 당시 한 청년의 말이 가슴에 꽂혔다. “오늘 ‘삶을 바꾸는 상상’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왔는데, ‘상상을 바꾸는 삶’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상상을 바꿀 수 있는 삶을 주지 않았다. 피라미드 경쟁 속에서 승리하는 꿈만을 좇게 했다. 이러한 꿈은 우리 사회와 부모가 이식한 것이다. 한국과 덴마크는 자녀에게 강조하는 덕목이 다른데 한국 부모는 근면, 절약, 저축 등을, 덴마크 부모는 관용, 타인 존중, 이기적이지 않기 등을 강조한단다.

김희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세계가치관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생존적 가치관’이, 덴마크 등 북유럽은 ‘자기표현적 가치관’이 강하다. 생존적 가치관은 경제적 안정을 중시하며 자민족 중심사고가 강하고 사회적 신뢰가 낮은 경향을 보인다. 자기표현적 가치관은 환경을 보호하고 외국인을 포용하며 성평등 및 의사결정 참여요구 증대에 높은 우선순위를 둔다. 결국 이러한 지배적 가치관이 자녀교육관에 투영되면서 아이들의 꿈을 가둔 것이다.

생존적 가치관은 최빈국 한국이 세계 7번째 30·50클럽(인구 5000만 이상, 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 국가가 되는 과정에서 내재화되었으나 모방과 양산 수출을 통한 추격 전략으로 고도성장을 이룬 우리의 발전주의 모형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불평등과 약화된 사회이동성은 계층 고착과 대물림에 대한 사회적 위화감을 키웠다.

코로나19로 국가 역할에 대한 기대와 의존이 강해진 상황에서 정부는 한국판 뉴딜이라는 새로운 발전 모형을 내놓았다.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그렸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라는 산업기술 혁신전략과 안전망 강화로 포용적 성장을 이룬다는 전략이다.

한국판 뉴딜은 한국인의 생존적 가치관과 새 성장동력이 필요한 현실을 반영해 발전주의 모형을 시대에 맞게 재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자기표현적 가치관의 핵심인 환경보호와 포용을 비전에 담았고, 미래사회의 도전과제인 불평등, 기후변화, 인공지능을 정책방향에 넣었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려면 청소년과 청년이 스스로를 뉴딜의 주인공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사업을 벌여 고용을 창출한 대공황기 뉴딜과는 달라야 한다. 성공의 진정한 열쇠는 예산의 규모보다는 정책 추진과정에서 사람의 가치를 얼마나 존중하고 정책 효과가 개인 삶으로 연결되는지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디지털 뉴딜 인공지능 시대 환경에서도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가 핵심이다. 안전망 강화를 통해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한국판 뉴딜이 이전 정책들과 차별되는 지점일 것이다.

갑자기 발생한 코로나19와 달리 저출산·고령화는 예견된 위험요소이다.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들수록 사람의 가치는 더욱 소중해지고, 평균수명이 증가할수록 늘어난 삶의 기간 동안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나이 들어도 학습과 노동에 참여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김희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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