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美 유명인들, 대놓고 정치색 표현… 없던 표심도 살아난다 [심층기획]

입력 : 2020-10-20 06:00:00 수정 : 2020-10-20 13:43:4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선후보 공개 지지하는 미국
‘할리우드 배우=민주, 액션스타=공화’
공식처럼 통용될 만큼 선거철 일반화
한국처럼 반대진영 공격 받는 일 적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간 부통령 후보 TV토론회가 열린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31)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아주 정치적인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사진 속 스위프트는 ‘바이든 해리스 2020’이라는 글자로 장식된 수제 쿠키가 가득 든 접시를 들고 있었다. 이날 나온 ‘V매거진’ 신간에서 건강·인종·젠더 문제를 언급하며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그는 “부통령 후보 토론회 날 잡지가 나오다니 너무 적절하다. TV에 대고 소리를 지르면서 해리스를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르브론 제임스 vs 커트 실링·마리아노 리베라

스위프트 같은 톱스타, 유명인이 정치색을 드러내는 일이 미국에서는 드물지 않다. ‘할리우드 전반은 민주당, 액션 스타와 컨트리 가수는 공화당’ 같은 말이 일종의 공식처럼 통용됐을 정도다.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역사도 오래됐다. 1920년 대선 당시 워런 하딩 후보 뒤에는 당대를 주름잡던 가수 겸 배우 릴리언 러셀과 알 졸슨이 있었으며, 1960년 존 F 케네디 후보는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와 딘 마틴의 지지를 받았다. 2008년에는 배우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등이 버락 오바마 후보를 밀었다. 영화배우였던 로널드 레이건처럼 유명인이 직접 대권을 움켜쥔 경우도 있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올해 대선에서도 가수, 배우,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의 정치색 발현이 활발하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현대 민주주의 정치에서 유명인의 역할을 조명한 책 ‘셀러브리토크라시’(Celebritocracy)의 저자 쿠퍼 로런스는 “사람들이 정말로 잘 알고 좋아하는 진짜 연예인이 누구냐는 점에서 바이든 후보가 (유명인 지지 대결에서는) 확실히 이기고 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1억4000만명에 달하는 스위프트뿐 아니라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로버트 드니로·톰 행크스, 가수 카디 비·마돈나 등 쟁쟁한 스타들이 바이든 후보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하거나, 지지 의사를 밝히거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바이든 후보를 지원하고 있어서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던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지난 7월 바이든 후보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리트윗했다. 레이커스데일리 등 매체들은 그가 사실상 바이든 지지 선언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2016년 “트럼프 당선이 가장 큰 공포”라고 했던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은 요즘도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산 사령관” 같은 비난 글을 꾸준히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쪽에는 골든 글로브·에미상 수상자인 배우 로잰 바,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제임스 우즈 등이 있다. 로커 키드 록은 유세장에도 등장해 지지자들의 흥을 돋운다. ‘밤비노의 저주’를 86년 만에 깨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커트 실링, 명예의 전당에 만장일치로 헌액된 뉴욕 양키스 ‘전설의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 등도 트럼프의 든든한 응원군이다. 파나마 출신인 리베라는 “트럼프가 미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를 존경한다”고 했다. 다른 라틴계 이민자 출신 선수 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주의 등에 항의하며 백악관 초청행사를 보이콧했던 것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래퍼 카녜이 웨스트는 독특한 위치에 서 있다. 트럼프의 슬로건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빨간 모자를 썼던 그는 올해 들어 트럼프 지지를 철회하고 본인이 직접 후보로 나섰다.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지만, 바이든을 지지하는 흑인 표를 일부 가져와 격전지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정치권과 언론은 웨스트가 트럼프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해 입후보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우리나라도 과거보다는 연예인 등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자유로워졌지만, 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이런 풍토가 형성됐다”며 “정치적인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반대 진영으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덜하다는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선후보 지지가 논란을 일으킨 인물은 ‘더 락’이라는 별칭을 가진 프로레슬러 출신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 정도다. 그는 “바이든과 해리스가 우리나라를 이끌 최고의 선택”이라며 생애 처음으로 특정 정치인을 공개 지지했는데, 팔로어가 2억명이 넘는 그의 인스타그램에서는 “당신과 함께하겠다”, “정치에 관여하지 마. 당신은 팬을 잃었다” 등 댓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유명인 공개 지지에 표심도 움직일까

광고주들이 스타들과 같은 제품을 쓰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톱스타를 광고에 출연시키듯 정치인들도 비슷한 기대를 할 수 있다. 2008년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윈프리의 지지는 오바마에게 100만표를 몰아주는 효과가 있었다고 메릴랜드대 경제학자들은 분석했다.

기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도 많다. 2016년 미 대선이 그랬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한 비욘세,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1억9560만명으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 찰리 신, 마이크 타이슨 등의 2100만명보다 훨씬 많았지만, 백악관은 트럼프가 차지했다.

하지만 쿠퍼 로런스는 여전히 ‘친밀함의 환상’이 정치 공간에서 작동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타들의 일상을 공유하고 과거보다 친밀하게 소통하는 시대가 온 만큼 유명인의 정치적 발언이 팬들에게 영향을 주며, 특히 젊은층을 투표소로 이끄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플로리다가 이번 선거를 뒤흔들 수 있다”면서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자 수시간 만에 온라인 등록 사이트가 마비된 일이 대표적 예다. 플로리다주는 “시간당 110만건의 트래픽이 예기치 않게 몰렸다”며 등록 마감시한을 하루 연장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에스파, 패리스 힐튼 만났네…
  • 에스파, 패리스 힐튼 만났네…
  • 선미 '시선 사로잡는 헤어 컬러'
  • 김향기 '따뜻한 눈빛'
  • 김태리 '순백의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