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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BTS 수상 소감까지 문제삼는 中, 국격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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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13 23:51:22 수정 : 2020-10-13 23: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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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의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놓고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BTS의 리더 RM은 지난 7일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한·미)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문구를 문제 삼으며 “BTS가 전쟁에서 희생된 중국 군인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을 모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미 친선을 위해 설립된 단체가 주는 상을 받으며 6·25전쟁 당시의 일을 이 정도 언급한 것을 트집 잡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편협한 민족주의 아닌가.

중국은 6·25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이라고 한다. 갑작스러운 ‘BTS 때리기’는 참전 70주년을 맞아 자국민에게 민족·애국주의를 담은 ‘항미원조 정신’을 독려해 온 것과 관련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상 소감 중 6·25전쟁 관련 내용은 두세 문장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한·미 관계와 국제사회 연대 등에 관한 것이다. 참혹한 전쟁을 치른 나라 입장에서 동맹국의 희생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어느 나라든 자신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문제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중국의 태도다. 중국의 일부 네티즌은 BTS 팬클럽 탈퇴 선언을 하거나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자 삼성전자·현대자동차·휠라 등은 중국에서 운영하는 공식 쇼핑몰과 소셜미디어에서 BTS와 관련한 제품이나 내용을 삭제했다. 앞서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대만 출신 걸그룹 멤버 쯔위와 자신의 중국 예명으로 ‘마오’를 언급한 가수 이효리가 중국 네티즌의 악플 공격에 시달렸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문화 분야에서도 ‘상전 노릇’ 하려는 행태는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중국 네티즌들이 BTS의 악의 없는 발언을 공격했다”고 전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중국에 진출한 브랜드가 희생됐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감정적 민족주의는 내부 결속에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국제사회에선 중국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국’의 풍모와 위엄은 이웃나라를 힘으로 억누르는 게 아니라 상호 존중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중국은 국제적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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